상하이(上海)의 중심은 어디인가?
작년에 중국에서 유행했던 말 중 ‘C位’라는 말이 있다. C는 ‘Center’의 약자로 즉 중심위치라는 의미의 단어이다. 위치(Location)가 무척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지는 부동산의 광고에서 특히 많이 등장했던 단어이기도 하다.
한 도시의 중심이 어디인가를 논할 때 아마 상당히 많은 기준들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있는 곳이나 최고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상권부터 행정의 중심인 시청이 위치해 있는 곳 또는 가장 많은 지하철 노선을 환승할 수 있는 교통의 중심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상하이(上海)의 중심은 어디인가요?’ 십여 년간 부동산업에 종사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이자 수없이 많은 논쟁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인간은 항상 자신이 위치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생각하려는 독특한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도 그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상하이의 중심은 어디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하이의 중심은 ‘인민광장(人民广场)’이다. 중국의 네이버인 바이두(Baidu)에서 인민광장을 검색해 보면 상하이의 ‘정치’, ‘경제’, ‘문화’, ‘관광‘ 및 ‘교통’의 중심이라 표현하고 있다. 정치의 중심은 쉽게 말하면 시(市)의 인민정부(人民政府) 즉 시청 소재 지역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에서 한 도시의 중심을 찾고자 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그 도시의 인민정부 청사의 위치를 검색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인민정부 청사는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지만 간혹 중심이 아닌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베이징(北京)과 단둥(丹东)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러한 경우는 새로운 중점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시 인민정부 청사를 이전시킨 특수한 경우이다.
경제의 중심은 쉽게 풀어쓰면 쇼핑센터와 오피스가 밀집해 있어 평일이나 주말이나 낮이나 밤이나 할 것 없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지역을 뜻한다. 상하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지역은 어디일까? 결론은 역시 인민광장이다. 상하이의 상권을 대표하는 두 거리인 난징루(南京路)와 화이하이루(淮海路)가 만나는 곳이자 상하이를 대표하는 CBD(Central Business District)가 바로 인민광장이기 때문이다. 인민광장 역은 상하이 지하철 개발 역사 이래 줄곧 출퇴근 시간 가장 많은 인파로 붐비는 역사이며, 상하이 필수 관광 코스이자 최고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난징루 보행자 거리(南京路步行街)’, 외벽에 큼지막한 삼성 로고가 붙어 있어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을 느끼게 했던 ‘신세계백화점(新世界百货店)’, 상하이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 1위였던 ‘래플스 광장(来福士广场)’, 상하이 1호점 ‘스타벅스’ 등 상하이의 상권 발전 역사의 상징들이 바로 인민광장 지역에 위치해 있다. 참고로 난징루 보행자 거리에 위치한 상하이 최초의 백화점 ‘상해시 제1백화 상점(上海市第一百货商店)’은 무려 해방 이전인 1936년에 오픈했다.
그렇다면 한도시를 대표하는 중심 상권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을 찾는 것이다. 중국의 2선급 이상의 도시 대부분이 두 개 이상의 지하철을 보유하고 있어 지도 검색으로 간단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이의 경우 1995년 1호선 연장선 구간 개통 이후 5년 후인 2000년 2호선이 개통되었는데 그 첫 번째 환승역이 바로 인민광장 역이었다. 현재는 2007년 개통된 8호선까지 3개 노선 환승이 가능한 상태이다. 참고로 인민광장 역은 상해 지하철 역사 가운데 최대 규모인 20개의 출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일 평균 승객 이동량 순위에서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이미 오랜 시간 상해의 대표적인 교통 중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업무상의 이유로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가는 일이 무척 많은 편이다. 십여 년 동안 부동산업에 종사하며 중국 내 약 100여 개 도시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시장조사차 다른 도시를 방문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난 가장 먼저 그 도시의 중심이 어디인지를 파악하는데 위에서 얘기한 중심들을 찾아 점을 찍고 그 점들을 선으로 연결해 보면 금방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 준다. 사실 중심이란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만약 어느 날 누군가가 나에게 ‘상하이의 중심이 어딘가요?’라 묻는 다면 난 다시 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