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지경

by sewon

결국 저질러버렸다. 사실 완벽하게 저지르진 않았고 소심하게 주선자 언니에게 '그 오빠는 내 뭐가 맘에 안 든대?'하고 메시지를 보내버렸다. 오빠한테 문자를 보내자니 미련 남은 것처럼 보일 것 같고 진짜 구질구질하지만 언니한테 에둘러 물었다. 메시지를 보내 놓고 한 시간 동안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난 언니의 답장을 기다리는 게 아냐. 난 단지 내 할 일이 바빠 폰을 못 볼뿐이야'하며 위안 삼았다. 그건 비루했지만 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정신이 좀 분산될까,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귀에 꽂고 애써 외면하려 했다.


단지 하루 봤을 뿐인데 오빠가 뭔데 아니 내가 뭔데 이렇게 너한테 신경 쓰는 건데. 욕이 나오기 시작했고 나 자신이 너무 쪽팔리고 자존심은 이미 내핵까지 뚫고 들어간 기분이었다.


다음 날이 됐지만 언니에게선 답장이 없었다. 불금이라 친구들 혹은 남자 친구랑 노느라 바빴나 보다 생각했지만 사실 난 쿨하지 못했다.


그 오빠와 연락하지 않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난 이미 번호도 지웠고 바보같이 다시 연락할 용기도 없었다. 그냥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고 넘기는 게 맞는지 인연은 만들어가는 건지 아니면 타이밍의 문제인지 온통 무아지경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내가 정말 촌스럽고 바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