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 일지 도전 일지
첫 회사를 그만두면서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난 또 스멀스멀 이직을 꿈꾸고 있다. 첫 이직 때보다 준비 과정 자체가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긴장감, 나아가 비장함도 맴도는 것 같다.
* 첫 이직 - 명백한 도전.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한번쯤은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생각.
* 지금 - 훗날 이 선택이 도망이 될까 봐 무섭다. 이 또한 더 나은 나를 위한 도전이어야 한다는 자기 합리화.
또 하나의 차이점이라면, 첫 이직 때는 나에게 딱 맞는 회사가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어느 회사나 사실 큰 차이는 없다는 생각이다. 외부에서 볼 때 좋아 보이거나 안 좋아 보이는 곳이 있을 뿐, 어느 곳이든 막상 다니면 다 힘든 곳이 회사다. 그래서인지 최근 이직을 준비하면서 왠지 모를 씁쓸함을 떨칠 수 없다. '이직하려고 하는 이유들이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라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이직의 기쁨도 잠시, 또 1~2년이 지나면 지금과 같은 매너리즘에 빠지겠지' 하는 걱정과, '다들 이렇게 살다가 은퇴하고, 노년을 사는 것일까' 하는 허무함 같은 것 들이다.
그럼에도 이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1. 연봉이 마음에 안 들어서
2. 회사의 미래가 불안해서
3.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버티기 힘들어서
4. 이직 텀에 짧게라도 쉬고 싶어서(?) -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매우 매력적이다. 남은 연차를 쓰고, 이직하는 회사와 첫 출근일만 잘 조정한다면 직장생활에서는 꿈도 못 꾸는 2~3주의 방학을 누릴 수도 있다!
이 중에 3번은 이직을 해도 모르는 일이니 차치하면, 이직을 하면 적어도 1,2,4번 3개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이렇게 보니 이직을 안 하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일처럼 보인다. 어떤 큰 철학으로 직장생활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실패와 두려움을 보고 살아온 우리들로서는, 해결되지 못할 씁쓸함을 가지고서라도 이직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크게 나아지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