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찾는 연습
나보다 일도 적으면서 하루종일 찡찡대는 직장동료.
나보다 일 못하면서 상사에게 아첨만 잘해서 승진 대상자가 된 옆팀 직원.
내가 먼저 말하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먼저 해주지 않는 거래처 직원.
집에 돈이 많아서 이 나이가 돼서도 하고 싶은 걸 찾겠다며 유학 떠나놓고 철학 있는 척하는 친구.
3일에 두 번이라도 전화했다간 어김없이 잔소리로 끝나는 엄마의 전화.
인생 하고 싶은 대로 막살다가 잘 사는 배우자 만나서 제주도에 저택을 짓고 사는 친구.
그다지 놀랍지도 않을 이런 것들에 '내가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흔들리는 날이 있다.
이럴 때면 찾았던 좋아하던 음악도, 즐겨하던 게임도, 땀을 쭉 빼는 운동도 이상하게 효과가 없는 날이 있다.
괜스레 짜증이 많아지고, 내가 평소에 그렇게 싫어하던 부정/우울만 가득한 사람이 스스로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대체 뭐가 그렇게 문제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근본적인 물음이 들면 대부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사실 나에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이렇게 생각이 끝에 다다르면 신기하게도 작은 여유가 보이기 시작한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정말 하기 싫던 일이 그래도 빨리 끝내고 쉬어야지 하는 일이 되고, 부당하게만 보이던 타인의 인생이 적어도 내 인생에서 나는 내 행동과 선택들에 배신당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게 된다.
그렇게 지난 한 달이 다시 겪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더라도, 작은 여유를 선사해 준 오늘의 단 하루가 다시 또 살아갈 방향성을 잡아준다. 이 시간들이 쌓여, 흔들리지 않는 평안함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