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정도 지났는데 말이야
결혼 4개월 차 신혼에게 '결혼 후 삶'은 아주 쉽고 편안한 대화거리다. 점점 결혼 전 동거를 하고 있거나, 내년 결혼을 목표로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아지다 보니 자신들의 근미래가 궁금한가 보다.
자식들은 어쩔 수 없이 '결혼 후 삶'은 자신의 부모님들 모습을 그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조금 더 사회생활에 책임감이 생기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챙겨야 할 가족이 많아지고, 배우자와의 가정 내 역할이 적절히 분담되고. 나 역시 그런 부모님과 살아와서인지 정작 나는 결혼 후 모습에 대해서 크게 기대되지도 우려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재미없는 이야기기도 하거니와 4개월 된 사람이 결혼이 뭐네 저네 하는 것도 웃긴 것 같아서 모임에서는 뭐 별거 있냐는 식으로 말하지만, 결혼은 확실히 그리고 천천히 내 삶을 바꿔가는 것 같다. 그 방향성이 옳은 방향이었는지는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나서나 알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어른의 종착지에 다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다. 물론 결혼 전에도 어른으로서 나 하나의 삶은 책임을 져야 했지만 싫으면 안 해도 됐고, 좀 과장하면 뭐 그래도 굶어 죽기야 하겠어? 의 범위였던 것 같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면, 어떤 부분에서는 내 가치관으로 설득할 수 없는 대상과 평생을 함께 해야 한다 (100% 가치관이 동일한 부부는 없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그럼 최악의 경우 '굶어 죽지만 않으면 돼'가 불행의 끝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아님 말고'식의 생각과 행동은 어렵게 된다.
결혼하고 4개월 간의 감상은 솔직히 외적으로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그렇지만 지금 회사에서, 나아가 5년 그리고 10년 후의 사회적인 위치나 내가 쌓아온 것들에 대해 결혼 전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면 이젠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는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다. 그러고 싶다는 것이 순수한 나의 바람이 아니라,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이라는 점이 서서히 나의 삶을 바꿔놓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에서 박성웅이 이런 말을 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발전이 없어."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는 우선 차치하더라도 과연 그렇게 이룬 발전이 나의 행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