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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만 Apr 27. 2020

11 of 185, 킥보드를 끌어주며 느끼는 행복

2020/03/24, 11 of 185

날씨가 좋다고 했지만 와이프 퇴근 시간에 맞추고자 네시 반이 다 되어서야 나갔더니, 이미 너무 늦은 걸까 바람이 많이 불었다. 첫째 목도리까지 해서 나오길 잘했다 생각이 들었다. 모든 면이 나를 닮는 것도 정도가 있지, 몸의 취약한 부분까지도 똑같아서 잠깐만 목에 냉기를 맞으면 그대로 감기에 걸리곤 하는 내 아들. 나를 닮은 것은 대부분 기분 좋지만, 이런 부분은 좀 많이 미안하다. 어쩌겠다. 가장 잘 아는 내가 잘 챙겨야지.


선물 받은 지 한참 되었지만 겁이 나는지 통 타지 않고 방에 세워져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킥보드를 모처럼 가지고 나가, 아빠가 끌어줄 테니 타겠냐 물었더니 그 작은 두 손으로 손잡이 양쪽을 꼭 잡고는 두 발을 앞뒤로 가지런히 일렬로 붙인 채, 긴장했는지 미동도 않고 앞만 보며 얌전히 내가 이끄는 대로 잘 타고 다녔다. 이런 모습을 발견할 때면 정말이지 너무너무 예뻐서, 아이는 내가 뭔가 재미있는 말을 해 주기를 바랄 테지만 나는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있고만 싶은 기분이 되곤 한다. 벅차오르는 행복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늘이 주신 선물, 예쁜 내 아들. 눈에 카메라를 박고 모든 장면을 전부 다 녹화하고 싶다는 말을 와이프랑 자주 하는데, 정말 매 순간마다 간절하다. 이렇게 지나가는 시간들, 지금 이 시기가 가장 힘들지만 돌아보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될 거라고 많은 분들이 말씀 해 주신 것이, 아직 지나가지도 않았는데도 이해가 된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지금 아이들이 조금씩 조금씩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자라나고 엄마와 아빠를 좋아해 주는 이 시기보다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첫째와 둘째 모두에게 미안하다. 둘째를 많이 안아주질 못하고 있는데, 내 허리도 허리지만 둘째를 안으면 첫째가 서운하고 속상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첫째를 챙기면 둘째가 물끄러미 부럽고 억울한 눈빛으로 쳐다보니, 몸이 하나인 입장에서야 참 난감할 따름이다. 둘째가 태어난 후 많은 사람이 둘째에게로 돌아서서 (양가 할아버지, 엄마의 전향으로 어마어마한 손실 및 만나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둘째부터 관심 가지고 예쁘다 해 주고 하니까) 안 그래도 충격을 받고 있는 첫째가 나에게까지 그런 걸 느끼면 더 상처를 받을까 걱정되어 나는 대체적으로 첫째를 더 챙기고 편 들어주는데, 사실 이것도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은 없다. 하여간 모든 일이, 걱정 투성이다.


회사를 나가지 않으니 굳이 갤럭시를 메인으로 상시 보고 있을 필요는 없어서 아이폰으로 메신저를 싹 옮겼는데, 요금제를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이패드를 위한 태더링과 배터리, 삼성 페이와 크기와 무게와 통화 녹음과 카메라 성능 등 여러 가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생각은 사실, 집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니 둘 다 아주 싼 요금제로 바꾸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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