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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만 Apr 27. 2020

12 of 185, 낮잠과 원수 진 큰아들과의 사투

2020/03/25, 12 of 185

도대체 자는걸 왜 이리 싫어할까. 엄마 아빠는 체력이 달려서 중간에 휴식이 필요한데, 잠을 자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울고불고 소리 지르며 저항하고 어떤 말로 꼬셔도 받아들이질 않으니 너무 힘들다. 이러니 저녁이 되면 지쳐 쓰러져 자고, 그래서 아무것도 나 개인 (혹은 와이프)을 위한 것이나 우리 가족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주변 조치들을 제 때 하질 못하고 지나가고 있다. 어제는 그나마 방에 들어와 누워 쉬는 것에 성공했었는데, 오늘은 방에 들어와 시간을 보내면서도 자리에 눕지조차 않았고 수시로 뛰어나가 공룡이다 으악~~~~ 을 외쳐댔다. 정말 징하다. 어찌 저리 안 잘까. 하지만 뭐 남 말하듯이 할 수가 있나 내 아들이 날 닮아 그런 것을.


그래도 그것만 아예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깨끗하게 포기하고 다시 아이를 바라보면, 그저 더 놀고 싶고 엄마 아빠랑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니 반대로 고마울 일일 거다. 지난한 낮잠 회유 시간이 지난 후 같이 나가 킥보드를 타고 한 바퀴 돌아 엄마 회사 앞에 가 기다리는 그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했는지. 작은 손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는, 방향 전환을 할 때마다 킥보드가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눕혀지는데도 오직 나를 믿으며 두 발을 꼼짝 않고 발판 위에 올린 채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정말 너무 예뻤다. 말도 예쁘게 하고 기분 좋을 땐 동생한테도 잘해 주는데, 가끔 참… 그래, 너무 완벽할 수는 없잖은가. 감사하며 받아들이고 (그래도 노력은 계속하면서)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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