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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만 May 01. 2020

17 of 185, 아토피

2020/03/30, 17 of 185

와이프가 재택근무였다. 지난밤 잠을 엄청 설친 내가 불쌍했는지 적절한 시간에 둘째가 잠들고 나자 내가 같이 쉴 수 있게 해 주었고, 회사 업무가 어느 정도 처리되자 잠시 나가 쉴 수 있게 해 줬다. 물론 곧이곧대로 나가 정말 논 건 아니고, 낮아진 기름값에 차에 기름 가득 넣고 오고, 예약 해 뒀던 머리하고 그러면서 다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 쉬었다. 글쓰기도 좀 했다고 할 수 있을 테고. 사실 날이 너무 좋고 밝아서 첫째 하원 후 같이 산책하는 것도 많이 당겼지만, 휴식 시간의 유혹에 그만… 그래도, 글쓰기를 한답시고 오랜만에 노트북 좀 잡고 있으니 중구난방 구구절절 비문 투성이로 그저 넋두리만 늘어놓는 내 문장의 구린 수준과 지향해야 할, 가야 할 곳의 차이, 거기서 나오는 잡아야 할 방향이랄까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는 감이 온다.


첫째는 피곤해서 잠이 와 짜증이 났는지, 저녁에 배즙 뜨거우니 좀 기다려서 마시라 했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TV 보면서 또 대답을 계속 안 해서 (아 이거 진짜 짜증 난다. 벌써 이렇게 열 받는데 나중에 사춘기 때는 도대체 어쩌지?? 아버지는 도대체 그 성격에 어떻게 날 안 때리고 키웠지???) 원래 예정했던 것보다 일찍 TV를 껐는데 (물론 갑자기 내 맘대로 꺼 버린 건 아니고 TV를 보기 시작할 때부터 책갈피 요정 또보만 보고 끈다고 했었다. 속으로는 더 보여주려고 생각했지만, 하는 짓이 괘씸해서 (비록 또보는 이미 다 본지 한참 지났지만) 미피와 무스티 까지 본 후에는 내 맘 속 예정보다 좀 일찍 껐다는 뜻.) 그거로 또 울고 불고 난리. 울고 난리 치니 땀이 나서, 아토피로 가려운걸 긴 손톱으로 죄 긁어, 상처가 난 온몸이 다 따갑고 아픈지 여기가 아파 저기가 아파 차갑게 해 주세요 끝도 없이 말하다 창가에 붙어서야 잠이 들었다. 뉴스에서 봤던 그 장면이 내 삶이 될 줄이야. 반쯤 잠이 들었음에도 가렵다 따갑다 말하며 칭얼대는 아이의 몸 여기저기를 쓸듯이 손끝으로 날카롭지 않게 긁어주는 나와 와이프의 모습은, 어렴풋이 기억하는 20대의 어느 시점에 뉴스에서 봤던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보도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참, 힘들다. 애틋하고 불쌍하고 미안하고 예쁘고 화나고 밉고. 도대체 자식이 무엇이냐. 나는 어떤 마음으로 육아를 해야 하는 것이냐.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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