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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만 Apr 05. 2020

2 of 185, 우리 집으로

2020/03/15, 2 of 185

한 달 만에 집에 와이프와 아이들이 돌아왔다. 이제야 사람 사는 것 같네.


갈수록 퍼져나가는 코로나 때문에 나와 애들은 처가에 머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등등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지만 와이프도 같이 지내는 것을 더 원하고 기왕 휴직도 했는데, 힘들더라도 내가 혼자 봐야지 싶었다. 무엇보다도 어머님 건강도 좋지 않으신데 더 이상 부담을 드릴 수는 없다. 새벽에 차를 달려, 우리 집으로 왔다. 차가 별로 없었기에 운전 자체는 편했지만 안전을 위해 과속하지 않으면서, 또한 자고 있는 두 아이를 위해 높인 차 온도에서 찾아오는 졸음과 싸우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었다. 세 시간이 꼬박 걸려 집에 도착하고 나니 몸도 정신도 너무너무 피곤해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잠에서 깨 버린 아이들은 집에 돌아왔음을 기뻐하며 (첫째는 수시로 우리 집에 가자고 칭얼댔다고 하니 많이 좋았을 거다) 바로 장난감에 달려들어 놀기 시작했고... 결국 한 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간신히 다시 재울 수 있었다. 몇 시간 못 자고 (아들들의 신체 리듬에 따라) 일어난 후에는, 피곤하기 그지없는 몸으로 짐 정리하고 애들 챙기며 적응을 위한 시간으로 하루를 보냈다. 내일이면 바로 와이프 출근인데, 옷 한 벌도 제대로 사 주지 못한 것도 너무 미안하고 동시에 나는 또 나 대로 혼자 잘할 수 있을지가 참 걱정이다. 애들이 환경이 바뀌고 일주일 정도는 낮 밤 관계없이 아주 힘들게 하던데, 그래서 더 걱정이다. 게다가 아직 나 스스로도 휴직을 한다는 사실에 대한 내 감정이랄까 입장이 잘 정리가 되지 않았고 제대로 받아들여지질 않았는데, 괜찮을까?! 못돼먹은 아빠가 괜히 의욕만 앞서 제대로 캐어는 못하면서 애들에게 혼란만 주고 상처만 주는 건 아닐까? 걱정이 태산이다. 아...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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