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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Sep 01. 2018

여행하는 디자이너, 싱가포르 취업기 01

Grab UX Designer Interview Case

오래전부터 해외에서 일하는 것은 나의 오랜 숙제이자 꿈이었다. 곧 퇴사하고 유학 갈 거야. 이번에 이직하면 저축해서 유학 갈 거야. (유학 자금이 없어지자) 해외 회사에 바로 취직해보려고. 라는 얘기들을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나의 수다스러운 성향도 있겠지만, 언젠가 내 자신이 현실에 안주하여 한국에 눌러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였던지, 이곳저곳 나의 꿈을 얘기하고 다녔던 것 같다.


그렇게 한국에서 7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불현듯, 더 늦지 않게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1년 동안의 안식년을 보내기로 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을 들고 여행을 다니며 아보고 싶었던 동네들을 둘러보았다. 내 마음속 후보들은 런던, 스톡홀름, 베를린, 샌프란시스코였다. 사실 런던, 베를린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 오랫동안 염원하던 런던은 6개월을 살아보니 몇 가지 이유로 더 살고 싶지 않아졌고, 베를린은 여러모로 나와 코드가 맞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하게, 비자 때문에 잠깐 방문했던 싱가포르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런던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역사 때문에 도시 곳곳에 영국의 발자취가 보였고, 엄격한 법 때문에 안전한 치안, 깨끗한 도시가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점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후 해외에서 일하는 몇몇 개발자, 디자이너에게 연락하여 조언을 들었다. 해외 취업이든 국내 취업이든 내가 어떤 디자이너인지, 어떤 강점이 있는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하고, 이를 면접에서 효과적으로 어필하기 위해선 여러 번의 면접이 필수라고 생각이 되었다.


먼저 링크드인과 포트폴리오, CV, 웹사이트를 준비하여 여러 회사에 지원을 했고, 싱가포르에 위치한 e커머스 회사와 뉴욕과 런던에 오피스가 있는 모바일 에이전시, 모바일 메신저 회사의 태국 지사와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이 회사들은 페이스북, 링크드인,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회사들이었다. 지금도 벌벌 떨며 받았던 첫 번째 인사팀 직원과의 통화가 잊히지 않는다. 실수와 시행착오가 있기는 했지만 예상과 달리 1차, 2차 면접들이 모두 통과하게 되었고, Grab에도 지원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싱가포르의 Grab


싱가포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후, 싱가포르에 위치한 회사들을 찾아보았다.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회사들의 아시아 헤드쿼터가 싱가포르에 있긴 했지만, 실제 제품을 만드는 팀은 대부분 싱가포르에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회사가 Grab. 이 회사는 동남아시아 8개국에서 모빌리티와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고, 당시에 구글 개발자가 Grab으로 이직하면서 쓴 글이 미디엄에서 꽤 유명해진 듯했다. 실제로 Grab은 동남아의 가장 큰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8개국에서 8600만 다운로드 수, 60억 달러 가치 (2018년 5월 기준)를 가진 회사로, 최근에 동남아 지역의 우버를 인수하여 더 유명해졌다. 최근에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미국 회사에서의 이직도 많고, 반대로 Grab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으로의 이직도 많은 편인 듯하다.


사실 면접 과정에서 글로벌 IT 회사를 지원할 기회도 있었고, 미국이나 다른 지역의 회사에 최종 합격도 했지만, 싱가포르의 Grab을 선택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성장하는 시장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도 앱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데, 성장하는 서비스를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회사의 일원으로서나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미국에서 아시아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나도 그 물결을 타고 조금 더 다이내믹한 시장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다.


두 번째는 Grab이라는 회사가 일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데이터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경험을 더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회사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유저 피드백을 분석하는데 많은 리소스를 할애한다. 또 기존에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많이 하다 보니, 유틸리티나 O2O 같은 프러덕트를 경험하고 싶었다.


세 번째는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다. 여행을 하면서 유럽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의 고충을 꽤 듣게 되었는데 아시아인으로서 겪는, 영어가 부족한데서 오는 유리 장벽이 실제 일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런던에서 사는 6개월 동안도 (아주 잘 지내긴 했지만) 은근히 느껴지는 그 장벽들이 서양 사회에서 비주류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게 해줬다. 반면,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은 선망의 대상, 한국인은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로, 살기에도 일하기에도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외 취업의 첫 스텝으로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일하면서 나도 모르게 싱글리쉬를 배우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영어로 일하는 것도 익숙해지고 내 자존감도 덜 다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Grab을 이번 해외 취업 과정에서 제일 가고 싶은 회사로 생각하게 되었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Grab에서 일하시는 한국인 개발자님을 통해 UX 디자이너로 지원했다. 일주일 후 첫 번째 면접의 일정이 잡혔다.



이 글은 여행하는 디자이너, 싱가포르 취업기 0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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