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a Oct 13. 2019

회사는 어때요?

짧은 근황

요새 이직 시즌인지, 몇 명의 지인들이 연락이 와서 회사에 대해 묻곤 했다. 회사에 관련해서 이런저런 답변들을 해주는데, 돌아보니 참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난 예전부터 도전할 만한 일이 없으면 쉽게 싫증을 느끼고 지루해했는데, 한국에서 8년을 일하다 보니 회사 생활은 익숙해지고 예상이 되는 미래에 점점 무기력해졌다. 물론 몇몇 프로젝트는 정말 재미있었지만,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금세 갈증이 나곤 했다. 또한 오랫동안 염원했던 '해외 취업'이 가슴 한편에 숙제처럼 남아, 죄책감처럼 나를 계속 채찍질했다.


나에게 좋은 회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준은, 내가 성장할 수 있고, 영향력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좋은 동료들과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이다. 커리어를 시작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성장은 내 인생의 기본 목표이고 가장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다니는 Grab은 좋은 회사이고, 만족스럽다. 아무리 공부를 하고, 늘어도 늘어도 부족한 영어. UX 디자이너로서 기본기부터 다지는 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알려주는 새로운 문화. 커리어 컴퍼스 Career compass*에 따라 다음 레벨로 오르기 위한 작은 미션들. 성장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보너스로 그 노력들을 인정받는 기쁨도 누린다. (*디자이너가 각 직급 레벨에 따른 역량들과 다음 레벨로 오르기 위해 어떤 추가적인 능력들이 필요한지 적혀 있는 문서를 모든 디자이너가 공유한다.)


회사의 문화와 나의 성격이 잘 맞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업무도 내가 원하는 만큼 더 자주적이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제품을 위해 하는 일이라면 대부분이 새로운 시각을 듣고 싶어 하고, 더 나은 제안은 모두가 환영한다. 한국에서라면 '네 일이나 잘해', '왜 남의 일에 간섭이야?'라고 들을 만할 상황도 여기서는 오히려 격려해주고 장려한다. 전략도 짜고, 다음 분기에 할 프로젝트도 제안하고, 옆에서 누가 어려워하면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도와주고. 내 일을 이렇게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누군가가 나의 역할을 한정하지 않기에, 나의 장점과 능력을 계속 성장시킬 수 있는 것 같다.


지난주에는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회사 디자이너들 이벤트에서 발표를 했다. 처음으로 많은 대중 앞에서 영어로 발표를 하니,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전문 용어도 많이 배우고, 내용도 재밌게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피드백을 받아가며 고쳐갔다. 이 과정에 스스로 공부가 되는 것도 너무 많고, 하고 나서도 잘했다고 여기저기 인정도 받으니 자신감도 생기고 참 재미있었다. 녹화한 영상을 보니, 영어는 왜 이리 못하는지 - 성장할 여지가 너무 많다 ㅋㅋㅋ


회사 다닌 지 10개월이 넘어서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영어도 알아듣고 일도 적응이 되었다. 처음에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일하는 방식이 달라 조금 힘들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 아주 자연스럽게 둥글어져서 협업도 물 흐르듯 되고 있다. 요새 누군가가 불만은 없는지 물어보는 질문엔 '내 기대에 못 미치는 나 자신' 빼고는 딱히 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잘 지내고 있다. 물론 아직도 금요일 저녁이면 술 한 잔 하던 친구들도, 한국 음식도 그립지만- 아직은 한국에 돌아갈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아 다행이다 싶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