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빵미나리 Oct 20. 2019

사랑스러운 빨강머리 ANNE

<내이름은 빨강머리 앤> 전시회 리뷰

어렸을 적 읽었던 추억의 빨강머리 앤을  해석한 전시회에 다녀왔다.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총 9개의 전시영역으로 구분하여 일러스트 영상 등으로 재해석한 전시회였다.

각 영역마다 작은 TV 모니터로 내용에 맞는 애니메이션과 명대사부터 현대작가의 다양한 해석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 어렸을 때 읽어서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전시회에 다녀온 이후 다시 책을 읽어보니 단순 아동문학이 아닌  내용이 깊은 성인 문학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세상엔 좋아할 것이 이렇게 많다는 게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Prologue.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

루시드 몽고메리 작가는 어릴 때 빨강머리 앤처럼 어머니를 잃고 외가에서 자랐다고 한다.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는 작품으로 프롤로그에 몽고메리 작가의 가치관으로 꾸며낸 서재와 등장인물, 시대 배경을 볼 수 있었다.


이제 곧 제가 그렇게 바라던
집에 도착하는 거예요.
가족이 있는 집에 말이죠.


Chapter 1. 불쌍한 고아 소녀

첫 번째 테마는 고아원에서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던 앤이 에이번리 초록지붕에 기차를 타고 가며 봤을 법한 풍경과 앤의 일기장을 일러스트와 영상으로 풀어냈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여러 친척집을 전전하다 고아원에서 생활 하하 게 된다. 앤이 가족이 생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에이번리에 왔지만, 마릴다와 매튜가 원하는 남자아이가 아님을 알게 되어 좌절하게 된다.



앤이 어린 시절 이야기는 캐나다의 아동 노동 환경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으로 학교에 다녀야 할 아이들이 탄광 등에서 일하며 푼돈을 벌고 있는 그 당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빨간 머리 앤이 집필된 해에 아동노동법(14세 미만 어린이는 노동 금지)이 제정되었다고 하니 사회적으로도 큰 역할을 한 작품이다.


자, 이제 이 방안에다 상상의 물건을 넣어보자. 항상 상상하는 그대로 있도록 말이야


Chapter 2. 공상가의 방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앤은 처음으로 갖게 된 자신의 방에서

빛을 발한다.

여느 다른 10대 소녀의 방과 같이 예쁜 옷과 아늑한 방을 일러스트로 풀어낸 전시공간이었다.

지나가는 사물에도 평범치 않은 이름을 붙여주고, 범상치 않은 표현을 하는 앤의 머릿속을 현실화했다.

앤에 어려운 현실에서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긍정적인 성격과 무궁무진한 상상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상하신 하나님,
‘새하얀 기쁨의 길’과 ‘반짝이는 호수’와
‘눈의 여왕’을 만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Chapter 3. 낭만적인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이 둘러싼 에이번리에 살게 되며 앤의 방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표현한 미디어 아트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앤의 마음이 담겨있는 영상이 앤의 방 전시공간 창문 너머 보이는 것이 전시 기획자의 센스가 돋보였다.


나는 해와 달이 사라지지 않은 한
나의 단짝 친구, 다이애나 베리에게
충실할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Chapter 4. 영원한 친구 다이애나
이번리에서 생긴 앤의 단짝 친구, 다이애나.

사물에 이름을 붙여가며 혼자 놀던 앤에게 처음으로 생긴 또래 친구이다.

앤의 실수로 다이애나의 부모님이 반대하여 함께할 수 없게 되지만 앤이 다이애나의 아픈 동생을 돌봐주면서 신뢰를 얻게 된다.


순정만화의 주인공들처럼 예쁘게 표현된 앤과 다이애나, 그리고 에이번리의 자연풍경이 너무나 마음에 든 공간이었다.

먼저 못생기고 빨간 머리라고 놀린 건
그 아주머니예요.
아무도 절 그렇게 함부로 놀릴 수는 없어요

Chapter 5. 빨강머리
콤플렉스가 많은 앤 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바로 빨강머리였다.

온통 빨간색으로 도배된 공간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앤을 재해석한 일러스트가 전시되어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한가운데 빨간색 사물로 도배된 거대한 구조물이 있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콤플렉스를 상징하는 구조물이 아닐까 싶다.

“마릴라 아주머니, 조세핀 할머니는
알면 알수록 참 다정한 분이세요.
그분 때문에 저도 다정한 사람이 돼 가는 것 같아요. 할머니랑 제가 마음이 통해서겠죠? 세상엔 저랑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새삼 느껴요.


Chapter 6. 에이번리의 다정한 이웃들
에이번리는 아름다운 자연환경만큼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특히 총명하고 호기심 많은 앤을 여성 롤모델들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앤이 실수할 때마다 배우고 성숙해지는 모습이 흐뭇해진다.



빨간 머리 앤은 남성 중심의 사회였던 그 시대와는 맞지 않게 평범하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주를 이룬다.

결혼 안 한 마릴다 아주머니와 고아원 출신 앤 , 그 밖에 스테이시 선생님 등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여성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길버트는 오기가 생겨서
앤의 빨간 머리를 휙 잡아당겼습니다.
  “홍당무! 홍당무!”

Chapter 7. 말할 수 없는 친구, 길버트
길버트는 ‘홍당무’라는 말 한마디를 잘못하는 바람에 몇 년 동안 투명인간 취급을 받게 된다.

앤과 길버트는 서로 앙숙이지만 학창 시절 내내 경쟁하며 함께 발전하는 친구사이다.

교실에 만화 같은 일러스트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앤과 길버트의 학창 시절을 재현해낸 공간이다.

그 모퉁이 길을 돌아가면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요.


Chapter 8. 길 모퉁이
앤은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당초의 계획과 꿈을 포기하고 눈이 좋지 않은 마릴다 아주머니 곁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꿈의 방향이 바뀐 것뿐이라며, 이 길모퉁이를 돌면 나타날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는 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우리 역시, 어떤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앤의 길모퉁이’를 떠올릴 수 있기를.


오랜만에 돈 아깝지 않은 알찬 전시회였다.

굿즈와 책자도 사서 나중에 전시회의 여운을 더 느껴봐야겠다.

원래 10월까지였지만 연장해서 내년 3월까지 전시 중이니 많은 사람들이 사랑스러운 앤을 재해석한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갑자기 찾아온 요로결석 투병일기(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