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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미나리 Aug 10. 2019

갑자기 찾아온 요로결석 투병일기(4)

또다시 입원

#5월 9일 (목) : 또다시 입원

열이 40.7도까지 올라가면 열이 내리는데 한참 걸린다.

새벽 3시, 그렇게 응급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지고 아침 6시 반에 CT 및 각종 검사를 위해 눈을 붙였다.

그마저도 중간중간 열과 혈압을 재러 들어왔다.

자는 둥 마는 둥, 잠에 취한 건지 열에 빙빙 도는 건지 정신이 몽롱한 채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

벌써 두 번째 CT촬영이었다. 몸에 CT촬영제를 위한 조영제가 들어가면 온 몸이 타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 타이밍에 촬영이 시작되고, 기계에 몸이 들락날락하면서 촬영이 시작된다.

검사 내내 영혼 없이 이리 누우라면 이리 눕고, 여기 서있으라면 서있고. 의지 없이 움직이며 마치 내가 마루타가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피검사를 하려면 양팔에서 피를 뽑아야 하는데 왼쪽 팔에 링거를 맞고 있어 왼쪽은 다리에서 피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미 양팔이 만신창이인 터라 오른쪽도 다리에서 뽑아달라고 했다.

간호사는 당황한 눈빛으로 발목에서 뽑으면 더 아프다고 그냥 한쪽은 팔에서 뽑으라고 권했다.

결국 왼쪽 발목, 오른쪽 팔에서 피를 뽑았지만, 발목이 훨씬 안 아팠다.   


오전엔 내과의사가 회진을 왔다. 열과 간수치 모두 아직 원인을 알 수 없고, 일단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남겼다.

일단 병명은 급성간염.

간수치가 300까지 올라가 아침 점심 모두 금식하다가 저녁엔 밥 대신 죽이 배식되었다. 그 마저도 몇 술 뜨다 말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나빠지는 것인가.

2주 만에 회사에는 또 결근 통보를 했다.


오전에 했던 각종 검사들의 결과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A형 간염이 급격하게 유행하던 시기라 가장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A형, B형 간염 모두 아니었다.

간염은 수술 후 약물 과다로 인해 해독을 못해서 급격히 수치가 오른 것이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CT 검사 결과 신장과 방광에 염증이 살짝 있어 이것이 열이 난 ‘유력한’ 원인이란다.

이번에 큰 병을 직접 겪어보니 병원이라는 공간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곳이었다.

어쨌든 열이 난 원인이 수술을 한지 얼마 안 된 부위이니 협진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비뇨기과로 진료를 보러 갔다.


비뇨기과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 약을 처방하면서 이렇게 간수치가 오르고 열이 나는 사람이 없었다며 이상하다고 했다.

그리고 CT 상에 신우신염이 있긴 하지만 붓기도 심하지 않고 염증 수치가 낮아 그렇게까지 열이 날 수가 없다고 했다.

그걸 나한테 이야기하면 나보고 어떡하라는 것인지... 내과와 비뇨기과가 서로 책임회피를 하고 있었다.

지난번 수술하면서 요도에 삽입했던 관도 감염되었을 수 있으니 빼기로 했다.

일단 염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균을 배양해야 한다며 시간이 걸릴 거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진료를 마쳤다.

또다시 입원, 무엇하나 확실한 것 없이 시원찮은 결론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점점 무기력해져 갔다.


# 5월 10일 (금) : 기다림

하루가 지나서야 체온이 거의 정상범위에 들어섰다.

하지만 몸에 핀 열꽃들은 아직도 선명했다. 언제든 다시 열이 날 수 있다며 경고하는 듯했다.

오전에 요도에 있는 관을 제거했다. 아플 것 같아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제거해서 다행이었다.


여전히 밥 대신 죽이 배달되었다. 반찬에 시금치가 나왔는데, 시금치를 뒤적거리니 엄지손톱만 한 돌멩이가 나왔다.

새끼손톱만 한 돌이면 못 봤겠거니 이해할만했는데 엄지손톱만 한 돌을 보니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황당했다.

간호사에게 이건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며 돌을 보여주었다.

간호사도 당황하며 식당에 전달하겠다고 사과했다.

몇 시간 후 영양사가 직접 병실로 찾아와서 죄송하다며 대량으로 시금치를 무치는 과정에서 돌이 있는지 꼼꼼하게 보지 못했다고 했다.

뭐라 달리 할 말도 없고, 있다 해도 말할 에너지가 없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 열과 혈압을 재고, 어영부영 멍 때리며 하루가 지나갔다.



# 5월 11일 (토) : 회복?

이틀간 약을 먹고 링거를 맞은 차도가 있는지 다시 피검사를 했다.

피검사는 여전히 긴장된다. 그래도 이전에 있던 층의 간호사들보다 배테랑들인지 주삿바늘을 잘못 찔러 살을 헤집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두 팔이 멍투성이라 어디에 찔러야 할지 난감해했다.


오후에 검사 결과를 보니 다행히 간수치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내과의사는 주말에 경과보고 월요일에 퇴원할 수 있을 거라며 다독였다.

점심부턴 죽에서 탈출해 밥을 먹기 시작했다.


3일째 병원에 갇혀있으니, 좀 쑤시고 답답했다. 날씨는 또 왜 이렇게 좋은지.

열도 내리고 간수치도 내려가니 밤부턴 이상하게 혈압도 같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원래도 살짝 저혈압이 있었는데 85/60까지 떨어졌다.

정말 몸이 한번 나빠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는 듯했다.

짧은 간격으로 열과 혈압을 재며 토요일 밤이 지나갔다.



#5월 12일 (일) : 나한테 왜 그래?

주말이라 친구가 문병을 왔다.

점심 대신 친구가 사 온 떡볶이 튀김을 먹으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병원밥에 지쳐있던 나에게 단비 같은 떡볶이였다.

그러던 중 링거 꽂은 바늘을 교체해야 한다며 간호사가 들어왔다.

다음날 퇴원 예정인데 팔에 주삿바늘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니... 그래도 바꿔야 한다는 간호사의 단호함에 결국 주삿바늘을 교체했다.

가느다란 팔에서 신중하게 혈관을 찾는 간호사의 모습에 친구가 마치 수맥을 찾는 것 같다며, 간호사에게 고생하신다며 위로해드렸다.

혈관 안 보이는 게 뭐 내 탓인가.


친구가 가고 엄마가 와서 저녁을 같이 먹자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시간이 지나도 밥이 배달되지 않아 간호사실에 문의했더니, 착오가 있어서 배식을 누락했다는 것이다.

6시쯤 먹어야 할 저녁을 7시 반이 훌쩍 넘어서 받게 되었다.

가뜩이나 여러모로 병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밥까지 제때 안 챙겨주니 엄마는 옆에서 노발대발하고 또 영양사가 사과하러 왔다.

한번 만나기도 힘든 영양사를 두 번이나 만나면서 정말 몸도 아픈데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였다.

얼른 퇴원하고 싶었다.



#5월 13일 (월) : 드디어 퇴원

아침 일찍부터 입원 첫날 했던 여러 가지 검사들을 다시 했다.

새벽 6시부터 분주하게 검사받으러 다니고 와서 배가 고파 아침을 먹으려고 기다리는데....

또!!! 기다려도 아침이 안 왔다.

웬만해선 화 잘 안 내고, 사실 화낼 기력도 없는데...

전날 사과하고 꼭 누락되지 않게 챙기겠다고 하고 다음날 아침부터 또 이런 일이 벌어지니 너무 화가 났다.

매일매일 끼니때마다 이렇게 신경 써야 하냐며, 병원에서 이렇게 식사로 스트레스받은 건 처음이라고 항의했다.

돌아오는 말은 어제와 똑같이 전산 오류였다. 죄송하다는 말의 반복이었다.

짜증+아픔+기력 없음을 안고 열과 염증의 원인을 모른 채로  퇴원 수속을 밟았다.

나한테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인지...



#5월 17일 (목) : 원인을 찾다.

검사 결과를 들으러 외래 진료를 보러 병원에 갔다.

간 수치는 완벽한 정상은 아니지만 이 정도 하향세면 별다른 치료 없이 며칠 안에 정상으로 회복 가능한 수준이라며, 추가 치료나 약 처방은 안 해도 될 거라는 의견이었다.

문제는 비뇨기과.

염증 수치는 많이 떨어졌는데, 원인을 찾아보니, 결석 수술 중 제거한 돌의 성분을 분석해보니 염증으로 이루어진 돌들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수술 중 결석을 깨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생각된다 라고 결과를 전했다.

돌에 염증이 있더라도 다 감염되지는 않는데 나는 특이 케이스라며,

전신마취도 안되고, 약도 센 약이 아닌데 급성간염이 오고, 염증 수치가 높지 않은데 보통 사람들보다 열도 심하게 났다고 했다.

들으면서 계속 본인의 책임이 아닌 네가 이상해서 이런 일들이 생긴 거라고 세뇌시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수술하지 못한 왼쪽 신장 안의 결석들은 당장 수술하기보단 좀 더 경과를 지켜보고 다시 CT를 찍어보자고 했다.

찝찝한 결론이었지만, 그래도 염증의 원인을 찾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한 달간의 병원생활을 마무리했다,


평소 물도 많이 안 마시고, 화장실도 자주 안 가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텀블러 사서 물도 매일 두 컵 이상 마시려고 노력 중이다.

퇴원하고 한 달간은 결석에 좋다는 오렌지 주스와 레모네이드를 달고 살았다.

사실 건강에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살았는데, 아프고 나니 정말 건강의 소중함을 크게 깨달았다.

다신 아프기 싫다. 하지만 내 신장엔 아직 5개의 결석이 남아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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