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Cigarettes After Sex 플레이 리스트를 틀어놓고 마른빨래를 정리하고 씻었다.
어느덧 좋아하는 곡 Don’t Let Me Go 인트로가 거실에 울려 퍼진다. 소파에 다리를 펴고 기대었다. 초점을 흐린 채 가만히 창을 바라본다.
움직이는 불빛, 그 빛을 머금은 템즈강의 물결, 두꺼운 통창과 음악에 가려진 소음.
특유의 블루스스러우면서도 잔잔한 리듬이, 따뜻한 욕조에 몸을 녹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안 할 수 있는 잠깐의 순간이 참 좋다.
좋아하는 곡의 4분 30초
런던에서 덴마크행 비행기에서의 2시간
갤러리 가는 기차 안에서의 40분.
잠깐, 주어진 온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