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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nosaur Apr 20. 2024

이게 무슨 일이야!

우아한형제들

프롤로그

일을 고민하는 방향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열심히 일하는 법에 집중했다면, 요즘 우리는 나답게 살아가는 모습이자 의미와 재미를 찾는 수단으로써 일을 고민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꺼낼수록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김봉진 의장

전문가들이 갖는 문제가 하나 있어요. 다른 일을 하지 않아요. 다른 일을 안 하고 자기 분야에 집중했기 때문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됐겠지만, 바로 거기서 작은 문제가 생기죠. '내 일만 잘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조직 전체가 조금씩 흐트러지거든요.


신뢰는 전문용어로 팀워크라고도 하죠.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프로페셔널하게 일 이야기만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비정형적인 관계 속에 이뤄지는 것들도 굉장히 많은 것 같고요. 회사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보다 수시로 이야기 나누면서 유대와 신뢰를 쌓고, 일할 때는 속도를 내서 일할 수도 있죠. 그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채 일하면 시간이 더 많이 걸려요.


회사는 각자의 건강한 이기심이 발현되는 곳이고, 그만큼 이기심들이 충돌하는 곳이에요. 예를 들어 일 잘하는 팀원 10명 중 한 사람이 팀장이 되잖아요. 나머지 9명은 '이번에 팀장 될 줄 알았는데 안 됐어'라고 생각하는 것도 건강한 이기심의 발현이거든요.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은데 계속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요. 자신이 잘하는 걸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회사에 있을 수도 있고요.


기본적으로 마케팅은 전략, 브랜딩은 철학이라고 하는데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런 거예요.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때 '전략'은 전쟁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항상 상대방이 있어요. 그래서 전략을 세우기 전에 상대방을 먼저 살피는 게 매우 중요해요. 반면 통상적으로 '브랜드 전략'이라고 말하진 않죠. 브랜드는 철학이라고 이야기해요. 철학은 내면을 돌아보는 것이고, 내가 누구인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요.

마케팅과 브랜딩을 같은 부서에서 다루는 조직도 많은데, 이 둘을 분리하는 접근법이 글로벌에서도 잘 통해요. 세세한 부분들은 다르지만 '마케팅을 할 때 바깥을 먼저 살펴보고 브랜딩을 할 때는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살펴봐야 한다'는 뿌리가 되는 생각은 비슷하고 잘 맞는 것 같아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님은 일을 다시 정의해요. '일은 한 사람의 인격을 높이는 훌륭한 도구다'라고요. 일은 계속 자신을 다듬고 수련하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를 보면서 일에 대한 제 태도를 완전히 바꾸게 됐어요.

실제로 이걸 알고 일해보니 사람들과의 갈등 속에서도 나 자신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되더라고요. 나는 이런 것, 이런 사람들을 싫어하고, 저런 건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고요. 작은 일을 하다가도 어디에서 성취감을 느끼는지 알게 되고, 이걸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더 연마하고 어떻게 봐야 할지 계속 연구하게 되니까 일도 더 재미있어지고요. 그래서 당시 제게 이 책이 굉장히 크게 와닿았어요.


인간이 어떻게 번아웃이 안 되겠어요. 인간은 번아웃을 겪을 수밖에 없고 아주 기본적으로, 본질적으로 일을 좋아할 수는 없어요. 일을 좋아하기 위해서 수련하는 거예요. 얼마나 하기 힘들면 수련이라고 하겠어요. 좋아하면 그냥 하면 되는데 정말 하기 싫은 걸 하는 게 수련이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상사는 상사가 없는 거고요, 세상에서 가장 다니기 좋은 회사는 회사에 안 나오는 거예요. 여러 가지 정책을 만들어서 굳이 나오게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그러니 다니기 좋은 회사가 아니라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어야 해요. 일하기 좋게 하기 위해서는 방해가 되는 것을 제거해 주고, 일하는 공간에서 구성원들과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줘야 해요.


IT에서는 이런 걸 UI, UX로 전환하기도 해요. 아키텍처가 원래 건축이라는 의미지만, UI, UX에서도 아키텍처 설계라고 하거든요. 똑같이 건축이라는 용어를 써요. 사람에 대한 관찰과 연구에서 시작되는 게 공간이에요. 디지털 '공간'이라고도 하잖아요. 제가 공간에 관심이 많다는 게 아날로그 공간의 인테리어, 사무 공간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지만 온라인 공간, 우리의 서비스 같은 것도 포함하는 거죠.


일을 잘하고 싶거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잘 살펴봐야 하겠죠. 나는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내 내면에 있는 것은 어떤 방식과 어울리는지, 어떤 회사가 잘 맞을지, 자신에게 많이 물어보고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싫어하는 사람과 일하는 방법/장인성 CBO

사람은 누구나 이상한 면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보는 분도 이상한 면이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항상 이상한 건 아니죠.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어떤 환경에서 불쑥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돌이켜보니 정말 이상한 행동이었는데 결과가 좋은 적도 있어요. 같은 사람도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퍼포먼스가 크게 달라진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압니다. 그 환경이 결국 기업문화이고요. 좋은 기업문화에는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저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지향하는 문화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협조적인 문화는 뭘까요. '이 일이 잘된 건 나 때문도, 너 때문도 아니고 우리가 더 좋은 답을 찾은 덕이다.' '우리가 잘한 거다'라고 평가할 수 있는 문화입니다. 내 덕, 네 탓이 아니라 우리의 결과니까 우리가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게 되죠. 예를 들어 마케터와 디자이너가 이야기하다가 디자이너가 '이렇게 마케팅하는 게 어때요'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마케터가 듣고 보니 그게 맞는 것 같고 일리가 있으면 그 말대로 할 수 있죠. 내 일도 아닌데 주제넘게 구는 게 아니라 일리 있는 이야기, 우리 일의 결과를 잘 낼 수 있는 합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서로 신뢰하는 거죠. 경쟁하는 문화처럼 합리적인 문화 역시 특정 개인의 덕이 아니라 기업문화가 그렇게 짜여 있는 거예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등 각자 어떤 가치관과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야기 나눠야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일은 내 생존을 위해서, 재미없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일 수 있죠. 반면 누군가는 자신의 성취, 성장을 위해서 할 수도 있고요. 일하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기쁜 사람도 있겠죠. 일을 해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나도 행복하니까 일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세계관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할 때 신이 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죠. 그것을 알고 갈고닦고 키우려면 회사와 개인이 잘 맞아야 해요. 결국 환경이 중요합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환경도 있으니까요. 싫어하는 동료보다 변하지 않는 환경이 더 무섭다고도 생각합니다. 사람도 성향이 있고 회사도 그 회사만의 성격이 있는데 우리는 그걸 모르고 회사에 들어가잖아요.


물론 회사의 문화가 어떤지 입사 전부터 정확히 알기는 어렵겠지만, 그 회사가 생각하는 일의 정의나 직무의 범위가 무엇이고, 일하는 환경이 어떤지 숙고해봐야 해요. 그에 따라 일하는 모습이 전혀 다르니까요. 결혼생활이 전부 똑같다고들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전부 다른 것처럼요.


공감능력은 그냥 '맞아, 맞아' 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대한 상상력이에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이 화를 내겠지' '관심을 가지겠지' '내 제안을 거절하겠지' 혹은 '승낙할 수밖에 없을 거야' 하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요. 선천적으로 타고나기도 하지만 관찰하면서 더 보완되기도 해요.


일할 때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걸 바탕으로 목표를 이뤄야 해요. 저는 마케터의 일, 아니 우리의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왜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처음에 A, B, C, D라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더라도 일하면서 A가 사라지기도 하고 E가 나타나기도 하고, 목표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탄생부터 마무리까지 해나가는 게 일이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유와 목표를 잊고 자꾸 기술에만 집중해요. 데이터를 분석해서 수치를 내놓고 배너광고를 거는 것도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그 뒤에 있는 이유를 소홀히 하면 단순한 과정일 뿐이죠.


데이터를 볼 줄 아는 능력만큼이나 데이터의 관계를 연결하는 통찰능력도 필요합니다. 숫자 위주로만 보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수치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으면 '모른다'라고 해야 하는데, '0'이라고 여기는 오류를 범해요. 숫자로 보이지 않으니까 아예 '0'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거죠. 다시 말하지만 0이 아니라 모르는 겁니다.


인과관계를 잘 파악하는 능력은 마케터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데요. '생각하는 능력'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일의 원인과 결과를 잘 이어 붙일 수 있어야 해요. 지금 무엇 때문에 일이 안 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른 채 무턱대고 열심히만 하는 사람들도 많죠. 원인과 결과를 잘 알아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데 말이죠.


호기심은 한마디로 일상에 대한 공부예요. 마케터는 소비자 전문가, 즉 사람에 대한 전문가잖아요. 회사에서 업무시간에 열심히 통계자료나 유료 리포트를 들여다보면서 공부하는 사람과, 평소 퇴근 후 보내는 자신의 일상에서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는 사람의 역량은 확연히 다릅니다. 사회초년생 때야 다 비슷하겠지만 나중에 보면 일의 결과물 차이가 큽니다.


감정을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해주자'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내 의견이 먹히게 하려면 듣는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결국 감정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누가 동기부여를 해줘야 하는 게 아니고, 일을 잘한다는 것이 내 삶에 어떤 가치를 발휘하는지 스스로 잘 알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통해 성장하고 싶고, 동료들 사이에서 해야 할 일을 찾고, 일이 재미있고 즐거운 사람.


그럼 인생에서 일이란 뭘까요.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는 게 일이 아닐까 싶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존재이유, 의미를 찾게 되어 있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사람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만들어주는 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잘하는 '척' 하는 법/한명수 CCO

1800년대에 근대 언어학의 아버지라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라는 학자가 있어요. 이 사람이 시니피에, 시니피앙이라는 말을 했대요. 나도 공부한 거예요. 이게 뭐냐면 언어가 있고 그 개념이 있잖아요. '애플'이라고 말했을 때 떠올리는 거 있죠? 먹는 것도 있고, 회사도 있고요. 여기서 애플이라는 말은 시니피에고, 우리가 떠올린 그 두 가지가 시니피앙이에요. 말과 개념이 같이 오잖아요. 이걸 보고 소쉬르 이 양반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 사람이 쓰는 언어의 틀에 의해서 그 사람의 세계를 볼 수 있다"라고요.

'사랑'을 이야기해 볼게요. 우리는 사랑, 러브 하나잖아요. 그런데 그리스 말에는 에로스, 아가페, 스토르게, 필리아, 네 종류나 된대요. 사랑이 무슨 네 종류나 되나 싶지만 그게 결국 사랑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좀 더 풍성해지는 것 같잖아요.

그러니까 상관이나 일 잘하는 사람의 언어를 잘 따라 하면 그 사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니까요.


한편으론 '이걸 한 사람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싶은 거예요. 컨펌받을 필요 없는, 관리받지 않는 편안한 곳에서 자기 언어를 쓴 거잖아요. 다른 직군의 언어를 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라고 느꼈죠.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계속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과나 성과 등 외부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기 내면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그럴 때일수록 '잠깐만,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하고 물어보는 거죠. 삶의 중요한 순간에 가끔 질문할 수도 있지만, 매일 일하는 작은 순간마다 꾸준히 물어보고 답해야 '진짜'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이란 게 자기 삶을 훈련시키는 데 좋고요.


어느 분야나 3년 정도 일하면 자신만의 관성, 성공패턴이 생겨요.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는 예측과 숙달된 관습이겠지요. 적당한 타이밍에 그간 해왔던 일의 습관들을 한 번 싹 지워야 해요.


디자인은 느낌표를, 아트는 물음표를 만드는 일이죠. 아트의 물음표는 답을 찾는 질문이 아니에요.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에 그대로 물음표를 남겨둬야 의미가 있어요. 그래야 재미있고 영속적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디자인은 느낌표를 만들어서 결론을 지어야 하죠. 즉 디자인의 크리에이티브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일이어서 우선순위로 따지면 해결해야 할 문제의 정의가 최우선이에요.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고요. 아트보다는 기술에 좀 가깝다고 볼 수 있죠.


마케팅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낡지 않게 생명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문화생산자'라는 자각이 있을 때 가능해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안정을 추구하는 것과 비슷한 성질이 있기 때문이에요. 문제해결의 한 축과 함께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내는 실험성의 축이 있어야 크리에이티브가 풍성해져요.


일에 능숙해지면 어느 지점이 완성의 수준과 때인지 알게 돼요. 시간과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자신의 경험에 의존하면서 모험이 줄죠.


일하는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들을 뜨겁게 남기는 게 중요한데 보고하듯 정리하면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럽죠. 의도와 생각 그리고 감정이 같이 기록돼야 조직과 개인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해요. 밑바닥에 흐르는 것을 숨기지 않아야 서로를 도울 수 있으니까요.


프로젝트 리포트를 보면 개인과 조직의 흐름이 동시에 보여요. 지금 이 친구가 겪는 문제가 기술적인 건지 환경 문제인지 재능 문제인지 파악할 수 있어요. 그걸 파악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무조건 결과물에 대해서만 각을 세워서 서로 힘들었죠. 이제는 흐름이 보이니까 그냥 '다시 해'라는 말은 안 할 수 있어요. '이건 레퍼런스를 갖고 와서 맞춰보자' '이건 협업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하면서 방향도 제시할 수 있고요. 극복할 수 없는 감각의 문제라면 비판하지 않고 학습이나 환경, 태도 문제로 이해하고 해결하면서 퀄리티를 컨트롤해요.


회사 조직의 울타리 때문에 발산하는 데는 늘 한계가 있어요. 그건 리더만이 깨줄 수 있어요. 구성원은 그 한계를 깨는 권한이 없고 암묵적으로 눌려 있으니까요. 발산의 폭이 높고 넓을 때 쾌감이 생기는데, 그 범위는 결국 리더가 결정하는 거예요. 팀장, 파트장, 저 같은 조직장이 발산을 어떻게 하느냐, 그 조직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상징 같은 거죠. 간단한 회의를 할 때도 네모반듯한 회의실에서 회의하는 것과 회사 앞 올림픽공원에 가서 회의하는 건 느낌이 전혀 다르잖아요. 공간의 한계, 분위기의 격식까지 암묵적으로 정의된 경계를 리더가 넓히면 구성원은 숨을 쉴 수 있어요. 리더가 긴장해 있으면 조직 구성원 모두 긴장하게 돼요. 그 경계 안에서 일을 하면 의식은 눌리고요. 피부로 느끼는 작은 것부터 의식적으로 유연하게 한계를 넓히는 활동이 창의조직의 리더십이 아닐까요.


회사에 속한 개인이 자유롭게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어요(발산). 그러다가 회사 일의 목적에 맞게 집중해야 하죠(수렴). 하다 보니 이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논의하고 엉뚱한 의견을 나누면서 발산하다가, 결국 화르륵 수렴해서 결정을 내리면 하나가 돼요. 개인과 조직이 이렇게 수렴하고 발산하는 에너지를 서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야 해요. 그게 창의적인 조직이고, 이게 지켜져야 건강하게 성장해요.


자신이 어떤 영향력 안에 있는지 깨달아야 그것에 대항하고 저항하는 방식을 만들 수 있어요. 크리에이터들이 벤치마킹을 습관적으로 하다 보면 그 흐름 안에서 비슷한 것을 모방하거나 그 범주 안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Out of BOX'라는 말을 종종 써요. 자신이 어떤 박스 안에 갇혀 있는지 깨달으라는 의미로 쓰는데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누군가가 나를 상자에서 빼주는 환경을 만나면 좋겠지만 스스로 해야 하는 사람도 있겠죠. 제가 스스로 상자 밖으로 탈출할 때 쓰는 방법인데 '내 머릿속의 지우개' 훈련을 합니다. '나는 이것을 모른다'라고 계속 되뇌는 거예요. 우리가 일하다 보면 익숙하게 쓰는 특정 용어들이 있죠. 고객경험, 마케팅, 아이콘, 광고, 차별화, 전시... 그 용어를 머릿속에서 지우는 거예요.


몰입했으면 탈출도 해야죠. 탈출했으면 그다음 몰입도 해야 하고요. 탈출을 잘하는 사람이 몰입도 잘하는 것 같아요. 그 두 가지를 잘해야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데, 스스로 상자에서 나올 수 없다면 자신을 끄집어내 줄 환경을 빨리 만들어야 해요. 제가 장인성 CBO님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분이 탈출을 정말 잘해요. 구성원은 일하다 보면 계속 몰입해서 상자 안에 있는데 인성 님은 '이거 봐봐, 여기서 보면 이렇게 보이지 않니' 하며 빼냈다가 다시 놓아주는 걸 잘해요. 제가 하는 일도 비슷하고요.


부족한 기술을 마주하면 그때부터 막 공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기술의 베테랑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맡기는 사람도 있어요. 학습능력이 좋아서 공부해서 일을 잘 해내는 것도 정말 좋지만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잖아요. 밝은 사람은 자기가 공부하는 대신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 자원을 쓱 끌어와서 일해요. 그리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죠. '이 사람과 같이 했더니 이런 좋은 결과물이 나왔어요' 하고요.

옛날에는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고 알고 그걸 바탕으로 내 것을 만드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남의 자원을 쓰는 것도 엄청난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일이라는 게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되잖아요. 그때마다 공부하는 것보다 자원이나 방법을 바꾸는 게 일도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수렴과 발산의 균형점을 찾고 그 리듬을 잘 운영하는 것처럼 조직 시스템에도 효율성과 비효율성(창의성의 또 다른 말)을 일부러 뒤섞어서 적절한 균형감을 찾으면 좋겠어요. 그럴 때 구성원들도 안정감과 흥미로움을 동시에 느끼면서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예측 불가능한 창의성은 문제도 만들지만 기적도 만드니까요.


평생 잊지 못할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일/안연주 피플실장

창업자인 봉진 님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처음부터 창업을 의도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하게 됐는데, 어쨌든 창업을 한 이상 본인이 좋아하는 나이키나 애플처럼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요. 그러려면 구성원들부터 배민이란 브랜드를 좋아하고 행복하게 일해야 한다고요. 즉 '배민다움'은 바깥으로만 향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구성원들이 체화하여 표정과 말과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문화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내부 브랜딩 internal branding 이죠.


우선 회사가 원하는 모습이 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일종의 버킷리스트처럼 내가 생각하는 좋은 조직문화는 어떤 모습이고, 구성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소통하기를 원하는지 명확히 하는 겁니다. 그걸 알면 돈을 써서 해결될 일인지 돈을 안 쓰고 하는 방법이 있는지, 내부에서 직접 할지 외주를 써서 할지 정해지겠죠. 방향이 정해지면 방법은 다양합니다.


일에 대한 거의 모든 질문/김범준 CEO

본인 시간을 꽉 채우면서 살기보다 나에게 진짜 의미 있는 일을 확실히 잡고 갈 수 있다면, 목표가 조금 미비하더라도 나중에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테고, 본인에게 오롯이 쌓일 거라 생각합니다.


제 경우 오히려 같이 일하는 분들, 그리고 팀장일 때에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어요. 이를테면 'A팀원은 정리를 굉장히 잘하는구나' 느끼기도 하고, 제가 개발자였을 때는 프로그램 코딩 스타일이 독특한 분들을 보기도 했죠. 그런 분들이 일을 전개해 가는 방식이 어떤지, 그에 따라 나타나는 특징이 무엇인지를 보면 그 사람이 왜 그 일을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렇게 배우기도 하고요.


다만 일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어디서 영감을 받느냐는 질문에 답해보면, 저는 사실 옆에 있는 분들에게서 영감을 받아요. 보통 대가들의 이야기나 책을 읽으면서 영감을 얻는다는데, 저는 과연 그 영감의 맥락(컨텍스트)이 같은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신기능을 잘 만든 것도 충분이 훌륭하지만, 제 기억에 남는 분은 누가 묻지 않아도 출근하자마자 전날의 실적을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공유해 주는 분이에요. 당연히 서비스가 오픈된 첫날의 실적이 궁금할 거잖아요. '지금 이 일과 관련해서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궁금해하겠구나' 혹은 '다음 단계에서 어떤 일이 또 필요하겠구나' 판단하고 요청하지 않아도 먼저 하는 거죠. 저는 전체적인 맥락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분이 일을 진짜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잘 맞는 동료라기보다 '이런 분들은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까?'라고 느낀 분들이 있었어요. 크게 두 가지 유형인데요. 일의 맥락을 정말 잘 공유해 주는 사람, 그리고 일의 맥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가령 우리가 A라는 일을 하는데, 제가 상대방에게 "A라는 업체의 사업현황에 대해 조사해 주세요"라고 이야기했다 쳐요. 그러면 제 날짜에 맞춰서 굉장히 높은 퀄리티로 딱 조사결과를 전달해 주는 분들이 있어요. 훌륭하죠. 그런데 이때 "이 일의 결과물을 어떤 자리에서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일의 결과물을 보는 상대가 누구인지, 청중을 염두에 두는 거죠. 보고자료를 작성할 때도 팀장과 실장과 대표이사가 보는 자료가 다를 수 있거든요. 대답해 주면 그걸 스스로 고민해서 해와요.


그 팀장님은 그 모임을 하기 전에 일대일로 부서장들을 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요. 모순이 되는 이야기나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 부서에서 우려하는 부분이나 강조되었으면 하는 부분들에 대해 미리 커뮤니케이션하는 거죠.

왜냐하면 각자가 알고 있는 배경지식이나 관점이 다르면 똑같은 설명을 해도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거든요. 여러 부서가 모인 자리에서는 자신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말을 못 할 수도 있고, 그러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터지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그 팀장님은 미리 만나서 우려되는 점이나 강조하고 싶은 점을 다 조율한 다음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모이는 거예요. 분명 업무적으로는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자리지만 사실은 이미 정리된 생각, 결정된 사항을 공유하는 자리인 거죠. 그래서 이분은 프로젝트의 '착수 보고'를 일이 끝났을 때 하는 보고라고 생각하며 일한다고 했어요.


결국 맥락을 전달하는 게 중요한데요. 사람마다 컨텍스트가 다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일을 잘하고 싶고, 그러려면 내가 하는 일에 다른 사람을 잘 동참시켜야 하죠.


사람은 누구나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고 그다음 관계에서의 행복이에요. 개인이 행복하려면 각자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내가 지구를 구할 거라는 거창한 사회적 의미까지는 아니어도, 나의 일이 이런 의미가 있구나 혹은 1년 전,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영향력이나 역량이 커졌다고 느껴야죠.


업무로 팀원들을 지나치게 압박하고 싶어 하는 팀장은 없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려면 각자 맡은 일의 의미를 잘 전달하고, 그 일이 어떤 상태이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줘야죠. '좋은 팀장'이 되는 방법론 같은 건 일단 내려놓고, 지금 맡은 그 업무를 진짜 깊이 파서 이 업무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걸 개선하면 좋은지를 먼저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게 눈앞에 보이면 그렇게 하시면 좋겠어요. 그것 때문에 무언가를 보충해야 하면, 그렇게 하면 되죠. 벚꽃을 보고 싶으면 점심시간에 나가라니 아까보다 더 대표이사 같은 답변인데, 행복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면서 일하면 좋겠다고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저 멀리 있는 사람, 나를 모르는 1000명이 자기를 엄청 존경하고 좋아하는 것보다 함께 일했던 10명에게서 당신처럼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그런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고 하더라고요.


일할 때 영감을 준 책, 우아한형제들 구성원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

생각이 막힐 때마다 도움을 청하는 마음으로 꺼내 읽는 책입니다.

책 속의 문장은 그대로지만 읽는 시점의 고민과 상황에 맞춰 늘 새로운 방향을 안내받는 기분이에요.

(배짱이팀 김상민)


김호,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경쟁보다는 성취를, 승진보다는 성장을 꿈꾸며 일의 이유와 방법, 목적을 생각해야 합니다.

(콘텐츠와디자인팀 조슬예)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우아한형제들에 첫 출근하는 날 받은 이 책이 혹시 우아한형제들의 바이블인가 싶었다.

근면성실, 새시대 새일꾼을 강조하는 인재상, 9시 1분은 9시가 아니라는 핵심 규율, 한두 가지 뚝심 있게 밀고 가는 이유, 심지어 창의성도 '꾸준함'에서 나온다는 일을 대하는 태도와 맥락이 이 책에서 출발한 느낌.

'이걸 입사 첫날 읽게 하다니... 굉장히 헐렁한 척하면서 매우 치밀한 회사군...'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피플실장 안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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