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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nosaur May 04. 2024

대화에 서툰 게 아니라 감정에 서툰 겁니다

강현식

머리말: 감정을 다스려야 대화가 풀린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말을 정말 못 합니다.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 함부로 말하는 사람, 듣지 않고 말하는 사람. 이렇게 마구잡이로 말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우리는 종종 대화가 안 통해서 힘들다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타인과의 소통을 피하고 나만의 세계로 파고드는 사람도 많죠. SNS나 게임 속 세계로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도 결국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합니다. 현실에서는 말수도 적고 소심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모두 여전히 타인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조금 서툴 뿐이죠.


감정이 이렇게 중요한데도, 우리는 종종 감정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가족 혹은 연인과 말싸움 도중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흘리면서도 정작 내가 지금 슬픈 건지, 민망한 건지, 당황스러운 건지 모르겠는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그뿐인가요? 상대방이 갑자기 왜 짜증을 내는지, 왜 울음을 터뜨리는지 이해되지 않아 당혹스러운 경우도 많죠.

이러한 경우, 심리학자들은 '감정 인식 mood monitoring'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기쁨, 슬픔, 불안함 등의 구체적인 감정이 우리를 찾아온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감정은 이름표를 달고 찾아오지 않거든요.


1장. 대화의 기본은 감정 읽기다

인간관계의 뿌리는 대화다

대화는 이처럼 '나'에게 '너'가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하면서, 또한 '나와 너'가 관계를 지속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친했던 사이라도 대화가 끊어지면 멀어지게 됩니다. 종종 함께 사는 부부조차도 말 한마디 없이 남남처럼 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록 법적으론 부부 관계지만, 사실상 이혼 상태와 다를 바 없어 '정서적 이혼'이라 부르죠. 이런 면에서 관계의 본질은 '너와의 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서 '남'이 '너'가 되고, 대화를 통해서 '너'와의 관계가 유지됩니다. 따라서 관계가 어렵다면 둘 중 하나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너'가 어렵든지, '대화'가 어렵든지 말이죠.


필요하면 가까이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는 것. 이것이 도구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타인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해진 조건에 비추어 상대방을 평가하고, 비난하고, 불이익을 주죠.


결국, 관계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서로를 인격체가 아니라 도구처럼 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러려던 건 아니었을 겁니다. 다만 자기도 모르는 새에 상대방의 존재가 너무 익숙해져서, 원래는 알고 있었던 상대방의 소중함을 깜빡 잊어버리게 된 것이죠. 바람직한 관계를 위해서는 이를 되새겨야 합니다. 상대가 고유하고도 온전한 인격체이며, 또한 그 자체로 소중하고 특별한 나의 가족, 친구, 연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내야 하죠.


오해는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관찰한 대상과 현상을 정확하게 묘사하여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고, 이러한 지식이 세대를 거쳐서 전달되죠. 이처럼 언어는 객관적 사실을 담아낼 때 특히 효과적입니다. 표현하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사람 사이에서 오해의 소지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죠.

그러나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려고 하면, 언어는 갑자기 무기력해집니다. 주관적인 느낌이나 감정을 담아내는 데에는 언어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로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똑같은 표현을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입니다. 이 때문에 대화를 할수록 오해가 점점 쌓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러한 오해를 풀 기회를 놓친 채 계속 관계를 맺으면 갈등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 뇌는 이성적 판단과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분인 '대뇌피질'과 감정을 느끼는 부분인 '편도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대뇌피질이 편도체의 활동을 해석하고 통제하면서 주도권을 잡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일정 수준으로 치솟으면 대뇌피질은 그 기능을 잃고 맙니다. 특히 누군가로부터 물리적, 심리적 공격을 당해서 분노나 공포를 느끼면, 우리의 뇌는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 편도체의 지배를 받게 되지요.


이기려는 습관이 관계를 망친다

사실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말을 합니다. 감정에 따라, 충동적으로, 또 침묵을 견디기 어렵다거나 심심하다는 이유로 말을 하죠.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은 남의 말도 가볍게 듣습니다. 진심 어린 조언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위로도, 꼭 새겨들어야 할 교훈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죠. 그래서일까요? 세상엔 말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이들은 말이란 연기처럼 의미 없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물론 말은 눈에 보이지 않고, 한없이 가벼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말에는 굉장한 힘이 있습니다.


자기 말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말에 후회를 덜 할뿐더러, 책임을 질 수 있죠.


고민 끝에 제가 선택한 길은 '양보'였습니다. 상대의 말에 발끈해 주도권을 넘겨주는 대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로 한 것이죠. 그래서 설명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고, 또 감정적으로 화를 내는 사람들과는 맞서 싸우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대신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고, 그 감정에 공감을 표하면서 아주 깍듯하게 사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은 마음의 포장지일 뿐이다

저는 집단상담을 진행하면서 말싸움의 원인이 대부분 서로의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발생하는 오해임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말은 마음을 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말이라는 도구에 매달리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마음을 헤아리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이를 가리켜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표현합니다.


음식을 그릇에 담지 않으면 전달할 수 없듯이, 마음도 말에 담지 않고서는 전달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이 책 또한 대화에 관한 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제 마음을 직접 보여드릴 수가 없으니,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거죠. 만약 기술이 발달해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방법이 생긴다면 저는 그 길을 택하겠습니다.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거든요.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직접 전할 수 없기에 말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죠.


인간관계에서 마음이 본질이고, 말은 수단입니다.


자기감정은 자신도 모른다

마음에 대해 모두가 인정할 만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마음은 심리학뿐 아니라 종교와 철학, 과학과 문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때 저는 마음을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하나는 '인지'적인 측면의 마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서'적인 측면의 마음입니다. '인지'로서의 마음은 사고하고 판단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황을 분석하기도 하고, 상대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판단을 하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일을 예상하거나 계획하기도 하지요. 한편 '정서'로서의 마음은 희로애락과 같이 불현듯 솟아나는 감정과 기분, 그리고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관계에 있어서 더 중요한 건 마음의 정서적인 부분입니다. 한마디로 '감정'이라고 할 수 있죠. 누군가와 친해지거나 사랑에 빠질 때 우리를 사로잡는 건 '합리적인 근거'가 아닙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욕구'죠.


감정은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반응입니다. 따라서 감정을 공유해야 서로에 대한 이해는 깊어지고, 오해는 줄어들죠. 결국 친밀한 관계를 안정감 있게 지속할 수 있게 됩니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감정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바로 '유쾌'와 '불쾌'입니다. 유쾌 감정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기분을 말하고, 불쾌 감정이란 안 좋은 기분을 말합니다. '즐거움', '기쁨' 같은 감정은 유쾌 감정이고,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은 불쾌 감정입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원하신다면 신체의 흥분 상태, 즉 '각성'과 '이완'의 구분을 더할 수 있습니다. 유쾌 감정 중에서 '즐거움'은 각성 상태, '기쁨'은 이완 상태입니다. 불쾌 감정 중에서 '분노'는 각성 상태, '슬픔'은 이완 상태죠. 각성과 이완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심장이 어느 정도 빨리 뛰는지, 근육이 얼마나 긴장했는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각성 상태에서는 심박이 빨라지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어깨 근육이 대표적입니다. 반면 이완 상태에서는 심박이 느려지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두 개의 구분을 조합하면 총 4가지로 감정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유쾌-각성, 유쾌-이완, 불쾌-각성, 불쾌-이완입니다.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모르겠으면, 일단 네 가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보세요.


'나'라고 하지 말고 '우리'라고 하자

어떻게 해야 집단의 안녕을 유지하면서도 마음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표현 대신,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집단의 안녕을 유지하면서 마음을 드러내는 두 번째 방법은 말에서 '나'와 '너'라는 주어를 쓰지 않는 것입니다. '나'와 '너' 대신 '우리'라는 표현을 쓴다거나, 아예 주어를 생략해 버리는 것이 대표적이죠.


자신의 욕구를 타인의 욕구로 표현하고, 자신의 바람을 모두의 바람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집단주의 문화에서 적을 만들지 않고 내 의사를 전하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두 가지 방법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전보다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다양해졌고,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졌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해졌습니다. 때로는 내 주장을 다소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내세우는 일도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옳은 말이 더 상처를 준다

생각을 바꾸려면 말을 바꾸어야 합니다. 사람은 일상 속에서 들었던 말을 내면화하기 때문입니다.


말과 생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라납니다. 이러한 사실을 이용하면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나와 생각이 달라 사사건건 부딪치는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그의 말이 곧 그가 겪어 온 경험과 생각을 말해주니까요. 그 사람의 말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경험이 보이고, 그 사람의 경험을 헤아리다 보면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가 보입니다.


인생의 빌런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모든 관계와 대화는 상호적이기 때문입니다. 한쪽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쪽도 변화의 압력을 받죠.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상담실을 방문한 사람에게 직접 변해볼 것을 권합니다. 자신을 피해자로만 인식하고 자신의 불행을 가해자 탓으로만 돌린 채 변화를 거부하면 고통은 끝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이 내담자는 자신이 겪는 우울과 불안의 원인을 찾지 못한 나머지,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려 버린 것입니다. 인간의 뇌에는 모든 일을 원인과 결과로 파악하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우울의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결국 자기 자신이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변화의 동기가 생깁니다. 그리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자기 자신과 관계의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을 내 불행과 실패의 원인이 아니라, 내 행복과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기억하세요. 상대의 무능과 부족이 나에게 도리어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말할 줄 안다고 말이 통하는 건 아니다

언어가 같다는 건 소통의 수단이 같다는 뜻일 뿐,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혼잣말은 아무리 많이 해도 대화가 아닌 것처럼, 두 사람이 하는 말이더라도 서로의 마음이 통하지 않는 말은 대화라 할 수 없습니다.


운동을 잘한다고 하려면 높은 수준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 것처럼, 대화를 잘한다는 것은 편안한 분위기뿐만 아니라 어색하거나 날카로운 분위기에서도 잘 소통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2장. 말에 실린 감정을 꿰뚫어 보자

말에 감정이 담기면 칼이 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은 하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에는 정말 서툴렀죠. 그런데 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여러 사람과 상담을 거치면서, 저는 자신의 마음도 잘 모른 채 아무 말이나 내뱉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역시 언제나 깊게 생각하고 말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 우리는 '난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저 사람이 오해한 거야'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정작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자주 범합니다. 꼭 기억하세요. 말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잘하려면 차근차근 가려듣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내용에만 집중하면 진심을 놓친다

말은 종종 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어긋나곤 합니다.


사람들은 감정이 격해지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속마음과는 다른 말을 내뱉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표현에 집중하면 오히려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소중한 사람과 관계를 잘 이어가고자 한다면, 말이 아니라 그 말속에 담긴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별안간 튀어나오는 심한 말이나 짜증 뒤에는 두려움, 아픔, 우울함처럼 여린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이 마음을 잘 포착한다면, 사소한 다툼이 큰 싸움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시각이 달라지면 풍경도 바뀐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두루뭉술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마음과 정반대로 말하기도 합니다. 이때 속마음이 아니라, 드러난 표현에 집중하다 보면 대화는 점점 이상해지고 관계는 깨지기 마련입니다.


연애는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러 가는 일이지만, 결혼은 상대를 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연애할 때는 서로 즐겁고 좋은 모습만 골라서 보여줄 수 있으나, 결혼을 하게 되면 서로의 짜증 나고 화나는 모습을 계속 보아야 합니다. 연애가 놀이라면, 결혼은 업무인 셈이죠.


화난 사람은 반대로 말한다

화났을 때 사람들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말하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화난 사람들이 언행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편도체의 영향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 감정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치솟으면 대뇌피질이 힘을 잃고 편도체가 주도권을 잡습니다. 다시 말해 화난 순간 사람의 뇌는 논리적이고 이성적 판단 대신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감정이 가라앉은 후, 자신이 화난 채 내뱉었던 말을 후회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런 감정 기복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어떤 감정이 발생했다가 사라지고 나면 아무 감정 없는 중립 상태가 되는 게 아니라, 처음 느낀 감정과 상반되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죠. 마치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갔다가 미지근한 물에 담그면 차갑게 느껴지는 것처럼요. 이를 '대립과정이론 opponent-process theory'이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졌다고 해서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했던 만큼 미워하는 감정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이나,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놀다가 헤어지고 집에 혼자 돌아오면 왠지 모를 우울감이 밀려드는 것도 모두 같은 이치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양가감정' 때문입니다. 양가감정이란 어떤 사람이나 사건, 상황에 대해서 동시에 상반되는 두 감정이 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지만, 좋아할수록 그 사람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가장 대표적이죠. 반대도 가능합니다. 너무 미운데, 그 미워하는 마음이 사실은 좋아하는 마음의 다른 측면일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양가감정이 생길 때,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자기 마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혼란스럽기 때문이죠. 이럴 때, 사람은 오히려 긍정적인 마음보다 부정적인 마음을 겉으로 내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마음과 반대로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가리켜 '반동형성 reaction formation'이라고 합니다.


오해가 생겼다면 그대로 둬라

말에 맞아 생긴 상처는 칼에 맞아 생긴 상처보다 더 깊고, 오래가기도 하니까요.


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로하는 말을 잘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까운 상대일수록,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보다 행동을 통해 힘이 되어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보다는 행동이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위로하는 말을 해야 하는 순간에 어떤 표현을 사용하면 좋을지 감을 잡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가 오해할 수 있는 다소 어설픈 말을 하기도 하는데요, 그중 하나가 '비교'의 표현입니다.


혼자 넘겨짚고 상처받지 마라

이처럼 귀에 꽂히는 말보다 말속에 담긴 상대의 마음, 즉 진심을 들어야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합니다. 대화란 상대와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것이니까요. 이를 위해 저는 앞에서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평소 관계를 돌이켜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우울하고 불안하며, 자신만의 잘못된 생각에 빠지기도 하죠. 의학적으로는 이것이 심한 정도에 따라 차이를 두어, 아주 심각하면 정신병 psychosis, 덜 심각하면 신경증 neurosis으로 구분합니다. 그렇다면 이 둘을 구분하는 심각함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바로 스스로 현실검증 reality testing이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현실검증이란 사실(외적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내 생각(내적 현실)이 이와 맞지 않을 경우 바로잡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황을 제삼자의 눈으로 돌이켜보면서 '혹시 내가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죠.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내담자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대의 마음을 지레짐작하며 힘들어할 때, 상대에게 허심탄회하게 물어볼 것을 제안하곤 합니다. 정말 상대방이 내가 추측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지 검증해 보자는 것이죠.


이처럼 현실검증은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위기에 빠진 관계를 구출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종종 내 눈에만 보이는 모습에 사로잡혀, 상대방의 속내를 혼자서 넘겨짚고는 무턱대고 화를 내거나 마음 아파합니다. 정작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는 채로 말입니다. 오랜 기간 사랑으로 맺어 온 가족이나 연인, 친한 친구 사이의 관계가 이런 어이없는 오해 때문에 멀어진다면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그러니 상대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긴가민가하면, 적당한 시간이 지나 흥분이 가라앉았을 때 솔직하게 물어보세요. 그때 그 말이, 그때 그 행동이 무슨 뜻이었는지 말이에요. 그것이 자신에게는 어떻게 느껴졌는지를 차분하고 참을성 있는 말투로 전달한다면 더욱 좋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오해가 풀릴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오해도 함께 풀 수 있겠죠.

인간관계에는 이렇게 꾸준한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아무런 오해도 생기지 않는 관계는 없습니다. 오직 오해를 잘 풀어나가는 관계와 그렇지 못한 관계만이 있을 뿐입니다.


불편한 조언에 센스 있게 대처하는 법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의 속마음을 직접 묻는 것이 예의에 다소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인 소통보다 눈치껏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려야 하는 간접적이고 비언어적인 소통을 중요시하죠. 개인의 생각보다는 집단 속에서의 눈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집단주의 문화의 영향입니다.


똑같은 말이라도, 그 속마음은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니까요. 게다가 한 사람의 심리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시시각각 바뀝니다. 그러니 제아무리 전문 상담가라고 해도 시어머니 마음이 어떨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죠.

"현지 씨, 상대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를 때는 직접 물어보는 것이 최선이에요. 평소 대화를 많이 하는 사이, 정서적으로 친밀한 사이라면 말이죠."


만약 현지 씨가 시어머니에게 그 말의 진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물으면 어떻게 될까요? 오히려 이 질문으로 없던 오해까지 생겨서,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갈등마저 불거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지 씨에게 괜히 속듯을 짐작하려 하지 말고, 그냥 좋은 뜻으로 건넨 말이겠거니 생각하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요컨대 선의로 해석하라는 말이죠.

상대의 말을 선의로 해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상대가 나를 공격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나를 걱정하거나 도와주려는 의도였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나 괜히 물었다가 오히려 분위기만 이상해질 것 같으면, 그냥 선의로 받아들이고 넘기면 됩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말을 하고 계시지만, 그래도 나를 상처 주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구나'라고 생각하면 괜히 얼굴 붉힐 일이 없습니다. 마음만 받고, 표현은 버리면 됩니다. 마치 택배를 받았을 때 포장보다 내용물에 신경 쓰듯이요.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은 공허하다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조종하는 가스라이팅은, 안타깝게도 친밀한 관계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가해자는 처음부터 노골적인 말과 행동 대신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접근합니다. 처음에는 잘해주면서 상대의 신임을 얻죠. 그렇게 어느 정도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애매모호하게 말하거나 행동합니다. 여지를 남기면서 조금씩 더 노골적으로 상대를 이용하죠.


때로는 모호한 상태도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세상은 참 모호합니다. 모든 것이 명확한 것처럼 보이는 과학의 세계도, 불확실성의 원리에 지배받는 양자물리학 이론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난해하고 복잡해서 답이 보이지 않고, 경우나 상황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인간관계 역시 모호한 것투성이 입니다. 무엇이 정답인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일이 많죠.


무엇하나 분명히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어쩌면 모호함 혹은 불확실성은 곧 인생의 본질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런 모호함과 불확실성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기에 무언가를 확실하게 정해 놓고 싶어 하죠. 그래서 사회에서는 규칙과 법을 만들고, 자연을 관찰하여 이론을 만듭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단 한 번의 경험으로 타인의 마음을 단정 짓곤 합니다. 불확실함에서 오는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냥 모호한 상태로 두는 것은 어때요? 문제를 모를 때는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면, 나중에라도 깨달을 기회를 놓치니까요. 지금 당장은 불안함 때문에 아무렇게라도 단정 짓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고 싶겠지만,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불안에 더 취약해져요. 나중에는 작은 모호함도 견디지 못하게 되죠. 그러면 결국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서,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없어요."


건강한 관계란 상대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내 마음을 상대의 마음에 들여보낼 수 있는 관계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빈자리, 즉 여유입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일수록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더 잘 견딜 수 있습니다. 반대도 가능해요.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견디다 보면 불안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죠.


3장. 감정이 통해야 말도 통한다

말이 아니라 마음을 듣자

대화는 상호적 행위입니다. 한쪽이 말을 함부로 하더라도, 다른 한쪽이 신중하게 말하면 대화의 방향은 달라집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잖아요. 어쩌면 어머니 또한 윤희 씨와 비슷한 고민을 겪었을지도 모릅니다. 처음엔 무심코 말을 함부로 했더라도, 신중하게 얘기하고 타이르는 상대방이 있었더라면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지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갑자기 솟아오른 감정에 속지 마라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느끼면, 자동적으로 자신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자신을 방어합니다. 그러다가 상대에게 허점을 보이면 더 강한 공격으로 되받아칩니다. 상대를 제압해서 이기려고 말이죠.

여러분은 이런 싸움의 전략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몸싸움이라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죠. 그리고 나를 가스라이팅하는 악한 사람과의 말싸움이나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공방이라면 당연히 이런 전략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나를 보호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말싸움이라면 어떨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공격과 방어의 전략을 따져야 할까요?


말꼬리만 잡지 않아도 대화가 풀린다

우리의 뇌는 참 신기하게도, 어떤 동작을 관찰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그러한 동작을 행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같습니다. 상대의 행동을 보거나 듣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기는 것이죠. 우리의 뇌가 마치 세상을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모방학습이 가능한 원인입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연습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의 뇌는 자연스럽게 본 대로 행동하고 들은 대로 말하게 됩니다. 이런 뇌의 특성 때문에 인간은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을 빨리 터득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상대의 공격을 똑같이 흉내 내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죠. 이를 의식적으로 고치지 않는다면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을 따라 하게 되니까요. 매 순간 주의를 기울이고 마음을 다잡으세요. 때로는 가장 사소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일 때도 있는 법입니다.


다 듣고 말해도 늦지 않다

상대가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 말하는 것, 이것이 대화의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만들어서 손님을 대접하려고 해도, 손님이 먹을 마음이 없으면 헛수고죠. 손님이 음식을 먹고 싶어 할 때,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드는 것이 요리사의 역할 아닐까요.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가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렇게 상대의 말을 먼저 다 들어주다 보면, 내가 말할 차례가 되기도 전에 갈등이 풀리기도 합니다. 본인 입에서 나오는 말을 직접 귀로 들으면서 흥분 때문에 생긴 오해나 논리적 비약을 깨닫게 되는 거죠. 이처럼 경청은 종종 빼어난 말솜씨보다 더 위력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도망쳐라

인내는 알고 보면 아주 고도의 정신적 기술입니다. 공자님이 '모든 행실의 근본은 참는 것이 으뜸'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힘주어 말하지 않으면 지키기 어려우니까요.

반면 휴전은 문제를 잠시 미루어 두는 것입니다. 감정 해소와 문제 해결을 따로따로 한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겠네요. 지금 여기서 끝장을 보자는 게 아니라, 지금은 해결하기 어려우니 이대로 두고 나중에 해결하자는 것이죠. 감정이 잦아들지 않았는데 무조건 끝장을 보겠다고 덤벼들었다간, 상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될지도 모릅니다.


휴전을 하는 이유는 맑은 정신으로 다시 대화하기 위함입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나 할까요. 감정이 잦아들었다고 해서 다시 대화하는 일 없이 슬쩍 넘어갔다간, 후퇴한 상태로 멈춰 버리게 됩니다. 이래서는 그동안 잘못해 왔던 것처럼 오해와 갈등을 쌓아두는 일과 다를 바 없어지겠죠. 그러니 멈춰둔 대화에서 도피하지 마시고, 꼭 다시 시작하세요. 일시 정지해 둔 동영상의 재생 버튼을 다시 누르듯이 말입니다.


누군가에겐 정답이 누군가에겐 오답이다

대화할 때 주어를 '나'로 놓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화법을 '나-전달법 I-message'라고 합니다. 이 방법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토마스 고든인데요. 1960년대 아동들을 대상으로 놀이치료를 하던 중 고안된 이 방법은, 이후 그가 개발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인 부모 효율성 훈련 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PET을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나-전달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든은 세 가지 요소를 기억하라고 합니다. 먼저 문제가 되는 상대의 행동을 사실대로 말하고, 그 행동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자세히 말한 다음, 그것으로 인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죠.


PET나 NVC를 비롯해 인간관계나 대화, 소통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거의 서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양은 기본적으로 나와 너의 구분이 분명한 개인주의 문화죠. 또한 이들 문화권의 언어는 문장 속에 주어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영어의 경우 마땅한 주어를 찾기 어려울 때는 비인칭 주어(it)라도 사용해야 문장이 완성됩니다.

이로 인해 서양에서는 주어가 누구인지에 따라 말의 의도와 목적이 분명하게 구분됩니다. 주어를 '너'로 할 경우 상대를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어조가 되고, 주어를 '나'로 하면 상대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식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문화로 인해 '나'와 '우리'의 구분이 모호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어 생략도 흔하게 일어나죠.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할 때마다 '나는~'이라고 말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 이상하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나 갈등 상황에서는 상대와의 차이를 강조하는 의미로도 느껴질 수 있죠.


평소에 주어를 생략하고 대화하던 사람이 갈등 상황에서 자꾸 '나'라고 언급하면 이런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나' 주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이런 문화적 특징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계적으로 주어만 바꿔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거죠. 아무리 좋은 말하기 전략도, 상대가 제대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무용지물입니다.


말은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비언어적 소통이란 구체적으로 말하는 사람의 감정 상태, 목소리의 톤과 억양, 표정, 몸의 자세 등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는 대도라고 할 수 있죠.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어떤 태도가 어떤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전달됩니다.


공감이란 타인의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마음에 머무르는 것이죠. 섣불리 상대를 판단하거나 가르치고 바꾸려고 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그리고 나와 갈등이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를 변호하거나 방어하려고 하지 않고, 온전히 상대의 처지에 내 마음을 머무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와 나의 마음이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그것이 신체로도 나타나게 되죠.


가장 멋진 말은 상대가 알아듣는 말이다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선 어떻게 들릴지 생각하며 말을 해야 합니다. 즉 상대가 알아듣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처럼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보다 이것을 상대가 알아듣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상대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소통에서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죠. 자신이 들었을 때 좋은 말이더라도, 상대에게는 불편한 말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말하는 동안 종종 상대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혹은 기분 나쁘진 않은지 물어봐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미현 씨에게 전달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필요한 말을 하자

하지만 승리를 추구하는 게임과 달리 대화의 전략은 소통을 위해 세워야 합니다. 토론이나 협상, 항의 같은 경우는 내 주장을 관철해야 하므로 이기는 게 목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가까운 사람과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의미가 없죠.

대화의 목적은 소통하는 것이니까요. 상대의 마음을 전달받고,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 이것을 위해서도 상대의 반응을 예측하면서 말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처럼 대화에도 계획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세상만사 다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모든 계획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죠. 그렇다고 무계획으로 일관할 수는 없습니다. 100% 지켜지진 않더라도, 언제나 나름의 계획과 전략은 필요합니다. 내 행동에 따른 결과가 어떨지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죠.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내 말만 내뱉고 마는 것은 무책임한 독백입니다. 그 대신, 내가 건넨 말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가 상대에게 공감할 수 있게, 또 상대도 나에게 공감할 수 있게 말이에요. 이런 사실을 잘 기억한다면, 여러분의 대화는 언제나 따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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