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한 살 더 먹다니!', '반오십이다!', '20대 후반!'
하나씩 늘어나는 나이에 대해 장난스런 푸념을 했었다.
영원할 것 같던 20대가 끝나간다고 말하지만, 사실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기에 쉽게 뱉을 수 있던 말이었다.
2021년. 런던에서 덜컥, 한국 나이로 서른을 맞이했다.
매년 말, 단 하루 새에 해가 바뀌듯이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의 나는, 하루아침에 앞자리가 3으로 바뀌었다.
내게 서른의 시작은 조금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막연하게 기대했던 서른은 힘 있고 내용을 갖춘 '진짜 어른'일 줄 알았으니까.
서른 3년 차를 보내고 있는 나는 여전히 가까운 사람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미래를 고민하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게 무엇일지 탐구하며,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서른을 받아들이니 주저하고 흔들리는 어른의 모습마저 좋아졌다.
가변적이던 가치관이 뚜렷해지고, 내게 중요한 핵심 가치도 정립된다. 이 시기에 깊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선택지가 수두룩하지만, 조금만 힘을 빼고 걸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마흔을 더, 탄탄하게 준비하기로 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같은 책을 읽다 보면 연륜의 지혜를 어깨너머 읊으면서, 내게 10년의 시간이 앞당겨진 기회를 얻은 듯한 기분이 든다.
서른에 건강하고 단단한 것들로 채워서, 마흔에는 ‘나다움’으로 영글어진 나를 만나고 싶다.
마흔에 이 글을 다시 읽을 땐,
삶에 대해 침잠했던 10년 전의 내가 대견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