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몽 Sep 15. 2018

남을 위해 산다는 것

헬렌 켈러

calligraphy by 글몽


   

  예전에 캘리그라피 수업을 들었던 학생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메이크어위시라는 재단을 통해 만난 중학생 친구였다.

  이름도 생소한 메이크어위시재단은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세계적 기관이다. 이 친구도 어린 나이에 백혈병으로 치료를 받다가 완치단계에 접어들 무렵 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업실에 왔다. 미술에 관심이 많고 엑소이야기만 나오면 한껏 들뜨던 순수한 아이였다.

  

  수업이 끝난지 반년이나 지난터라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그동안 재단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장을 드리기 위해 준비중이란다. 오랜만에 붓글씨를 쓰려니 막막해 내게 연락을 해 온 것이다.


  그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약간 부은 듯한 얼굴로 엄마와 선생님의 틈에 몸을 반쯤 가리고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던 아이. 그녀는 오랫동안 세상과 단절되어서인지 나와 눈조차 마주치기 힘들어했다. 우주의 다른 별에 뚝 떨어져 있는 것 마냥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낯선 상황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랬던 아이가 먼저 도움을 청해주니 반갑고 고마웠다.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감사장에 쓸 문구를 고민하는 모습도 참 예뻤다.

  몇 시간의 고민 끝에 고른 문구에는 그녀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남을 위한 인생을 살 때
가장 감동적인 인생이 되는 것을
나는 발견하였다.

-헬렌 켈러-



 마치 '당신이 나눈 것들이 나를, 그리고 당신을 이렇게나 빛나게 하고 있어요' 하고 이야기하는 듯한 문구였다. 열다섯의 소녀가 병을 이겨내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할 때 내밀어준 손들은 절실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나는 첫 아이를 낳고부터 기부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가족들과 외식 한 번 하면 없어질 돈이지만, 그 나라에서는 한 달 동안 밥을 먹고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말에 시작한 기부였다.

  에디오피아의 8살난 남자아이. 그 아이가 지금은 15살이 되었다.

  항공기사가 꿈이라는 아이는 매년 사진과 편지를 보내온다. 직접 그린 그림에 항상 안부인사를 빼놓지 않으며 고맙다는 이야기를 남긴다. 학교에 잘 다녀주고,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마운 건 바로 나인데 말이다.


  딸이 초등학생이 되고부터는 딸과 함께 국내 교육지원사업에도 기부를 시작했다. 딸이 나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해서였다. 그동안 받았던 것을 돌려주듯, 앞으로 받을 것들을 미리 내어주듯, 당연스럽게 나눔에 스며들기를 바랬다.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행복을 딸이 직접 느꼈으면 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모든 걸 다 가진 채 홀로 살아가는 것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며 사는 것이 훨씬 행복한 일임을 우린 안다. 그것은 비단 돈 뿐만이 아니라, 시간과 마음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살면시 놓치기 쉬운 이 간단한 행복의 비법을, 나의 아이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누고 또 받으며 살아가길 바라본다.

 


written by 글몽



  #명언캘리그라피 #나눔 #기부 #메이크어위시 #헬렌켈러 #글몽 #에세이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나 한송이 꽃을 품고 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