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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 Jun 13. 2022

여름 이별

이 여름에 우리가 헤어진다는 건

그나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풀들이 우악스럽게 우거지고

구름은 자주 두텁고 무거워지니

그리움 숨겨둘 데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 여름에 우리가 헤어졌다는 건

그나마 고마운 일이지 않습니까

길 걷다 눈두덩이, 코끝이 빨개져도

사람들은 태양볕 때문이라 생각해줄 테고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려준다면

울음소리도 묻힐 수 있잖습니까



새벽이 짧아

감당해야 할 불면의 시간이

적당한 이 계절에

우리가 남이 되었다는 게

그나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Photo by Michael & Diane Weidn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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