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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Oct 29. 2023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낭, 다낭

다낭은 딱히 대단스럽게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다. 그런데 대단스럽지 않은 볼거리, 할 거리들이 많다. 장기여행자에게는 이 복잡하고 정신없는 도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지만, 만약 장기여행이 아니라 한 3박이나 4박쯤으로 짧게 갔다면 항공권도 싸니까 갔다 올 만은 한 것 같다.


특이한 것은 우리 어머니가 이곳 다낭을 참 오고 싶어 하시는데 어르신들 취향에 맞는 곳은 아닌 것 같다. 가족여행에도 맞지 않다.



내 생각에 다낭 최고의 관광지는 대형마트다.


빅씨나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가 몇 군데 있는데 상품이 믿을만하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베트남에서 외국인으로 있으면서 상품가격이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 밥값도 괜찮은 편이다. 외국인들이 살 법한 기념품도 팔고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도 있다. 딱히 사고 싶은 게 없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랄까.



다낭의 골목길은 좁고 애매한 냄새가 난다. 이 좁은 길로 들어가면 괜찮은 식당이 나온다. 자리에 앉았더니 메뉴는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갖다 준다. 그렇다고 메뉴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식당에서 모두들 시키는 것을 갖다 주는 것 같다. 위생은 좀 애매했지만 맛은 괜찮았다.



다음날 오전 일찍 미케비치로 갔다. 햇살이 워낙 세서 엄청나게 더웠다. 호이안 안방비치를 생각하며 갔는데 인심이 좋지 않다. 파라솔 자리가 얼마인지 쓰여 있지 않는데 적당히 비싸게 받는다. 그런데 돈을 사람 수로 받는다. 혼자 가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둘이 가도 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왜 사람 수로 돈을 받는지 모르겠다. 또 돈을 내면 야외 샤워장 물을 틀어주는데 역시 사람 수로 돈을 받는다. 한 명이 쓰든 두 명이 쓰든 나오는 물은 똑같은데 규칙이 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파라솔 대여비나 샤워장 값은 가격표가 없다.


물은 스노클링을 할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맑았다. 물속에는 오키나와 바닷속 같은 형형색색의 물고기는 없었고 멸치 떼가 많았다. 바다는 좋은데 호이안처럼 파라솔 인심이 좋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대도시라 그런지 야박하다.


베트남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지 않은데 미케비치는 일본인이 꽤 많았다. 아마 '미케'라는 이름 때문인 것 같다. 미케는 일본에서 고양이 이름으로 많이 쓰는데 우리나라 옛날말로는 '나비', 요즘말로는 '냥이' 정도의 말인 것 같다.


미케비치는 어디든 오며 가며 들르게 되는 곳이다. 다낭에 있으면서 몇 번 가게 되었는데 처음만 빼고는 파라솔을 빌리지 않고 근처 벤치를 이용했다.



꼰 시장이라는 재래시장에 갔다. 먹을 것도 팔고 옷도 판다. 관광객들은 한 시장 아니면 꼰 시장을 가는데 꼰 시장은 외국인보다는 현지인이 많이 찾는다. 리뷰를 보니 한 시장처럼 호객행위가 심하지 않고 바가지도 적다고 한다. 과연 호객행위는 '상대적으로' 적은데 외국인 바가지는 비슷한 것 같다. 그나마 한 시장은 가격표가 붙어 있는 곳이 많지만 꼰 시장은 가격표가 붙어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한 시장도 갔었는데, 나는 가격 물어보는 게 귀찮고 가격표 붙어있는 게 좋아서 한 시장이 더 괜찮았던 것 같다.



나는 재래시장에서 흥정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흥정하는 걸 싫어하는 한국 사람이 많은지 다낭에는 한국인 사장이 정찰제로 운영한다는 가게도 몇 군데 있다. 그중 하나를 가 보았다. 한국인 가게는 재래시장에서 바가지 쓰는 것보다 약간 더 비싼 가격의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도 호객을 하지 않고 귀찮게 굴지 않아 편하고 한국 사람이 딱 좋아할 만한 물건 위주로 팔고 있어서 좋았다. 원래 편집샵이 비싼 법이다.


다음날 아침 오행산 혹은 마블 마운틴으로 갔다. 다낭과 호이안 중간쯤 되는 곳으로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지옥과 천국이 있는데 지옥은 진짜 지옥 같고 천국은 그냥 지옥 같다. 하도 더워서 진짜로 지옥이든 천국이든 저 세상으로 갈 것 같다.


동굴로 들어가면 지옥이고 밖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천국인데 동굴이 더 재미있다. 그런데 동굴이라고 해서 안 덥지는 않고 똑같이 덥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보는 경치가 꽤 괜찮다. 다만 엘리베이터는 별도의 요금을 내야 한다.


다낭에서 멀지는 않으니 잠깐 갔다 오기에 괜찮다. 다만 이곳을 오기 위해 다낭에 일부러 올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저녁에는 용 모양 다리에 가야 한다. 우리 호텔이 용 꼬리 쪽에 가까웠기 때문에 걸어서 머리 쪽으로 갔다. 용머리에서는 시간이 되면 불쇼와 물쇼를 한다. 용머리 쪽에는 야시장이 있는데 구경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몰려간다.


야시장은 규모가 상당히 크다.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기념품들과 짝퉁 옷을 파는 구역이 있고 꼬치나 각종 먹을 것들을 파는 구역이 있다. 호객은 굉장히 심한 편이고 가격도 좀 비싸다. 음식은 대부분 메뉴판에 가격이 나와 있고 옷은 가격표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작은 기념품들은 가격표가 없을 때가 많은데 일단 바가지를 씌우고 본다. 그래서 상설 재래시장이나 그냥 길거리에 널려 있는 상점보다 싸게 사기는 어렵다.



용머리에서는 일단 불을 몇 번 뿜는데 화력이 굉장히 세서 멀리서도 후끈후끈하다. 물도 굉장히 세게 나오기 때문에 근처에 있다가는 흠뻑 젖게 된다. 꽤 볼만하다.



다음 날 우리는 베트남 부동산 개발 대기업 썬그룹에서 조성한 썬월드 바나힐로 갔다. TV프로그램에서 많이 나왔던 그곳이다. 예전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어쩌고 하는 소개는 그저 관광객 끌기용이고 그냥 대기업에서 만든 짝퉁 유럽 테마파크다.


바나힐은 작은 프랑스다 뭐다 하는 말이 있지만 프랑스와는 별로 상관없이 유럽 각국의 괜찮아 보이는 건물 양식을 어설프게 축소해서 조성해 놨는데, 에스토니아 풍이 가장 많은 것 같고 그 외에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풍의 건물이 많다. 프랑스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그런데 각 건물들이 어느 나라를 딱 정해놓고 지은 것이 아니고 혼종이 많다. 그래서 "유럽에 온 것 같다"라는 느낌은 없고, "짝퉁이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마치 가슴팍에는 구찌 로고가 등짝에는 샤넬 로고가 박혀있는 티셔츠 같다고 할까.


건물 앞에서 서양인들이 나와서 공연을 하는데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연주를 너무 못하고, 노래를 하는 사람은 노래를 너무 못한다. 연습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도 알파인 코스터는 재밌었다.



다음날 린응사로 갔다. 베트남에는 린응사라는 이름의 절이 굉장히 많은데 다낭의 린응사도 그중 하나다. 다낭 린응 사는 베트남에서는 "레이디 붓다"라고 부르는 해수관음상이 유명하다. 다만 더워도 너무 덥다.



다낭에 꽤 오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왜 이렇게 유명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변에 가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주로 호이안에 머물면서 다낭에는 1박 정도 하며 마트나 재래시장 정도 갔다 오는 것을 추천할 것 같다. 쇼핑하기에는 참 좋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를 통틀어 다낭만큼 값싸고 편하게 쇼핑할만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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