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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Oct 29. 2023

호이호이 마법같은, 호이안

하노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호이안으로 갔다. 호이안에 가려만 다낭 공항에서 내려서 차를 타야한다. 


호이안은 매일매일이 축제다. 올드타운에는 매일 저녁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투본 강에는 관광객을 태운 나뭇배가 가득하고 누군가가 소원을 빌며 띄웠을 등불이 강물을 오염시키며 둥실둥실 떠 있다. 주말이나 주중에 상관없이 매일 사람이 많고 매일 축제가 펼쳐진다.



길거리는 맛있는 음식을 파는 노점상으로 가득하다. 단속하는 차량이 수시로 다니며 단속하는 척을 한다. 그러면 상인들은 잠시 노점을 접었다가 다시 편다. 



호이안 올드타운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무엇에 대한 입장료인지가 명확하지는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의 혹은 실수를 가장한 고의로 표를 사지 않는다.


유네스코에서는 이 현대적인 관광지를 동남아시아 무역항으로서 전통적인 모습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며 1999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유네스코에서 아마 요즘엔 안 와봤던 것 같다.



세계유산 올드타운이나 야시장이나 노점상으로 가득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어디서부터가 야시장인지 경계는 모호하다. 그래도 분위기상 조명집 근처부터가 야시장이 아닐까 싶긴 했다. 



마음에 드는 티셔츠가 있어 가격을 물었더니 22만 동(약 1만 2,000원)이라고 한다. 호구로 보였나보다. 그냥 나가려고 하니 20만 동이라고 했다가 15만 동까지 가격이 떨어진다. 외국인 바가지를 써도 5만~10만 동이면 뒤집어 쓸 것 같은데, 그렇게 상인은 손님 하나를 놓쳤다.


상인들 대부분이 간단한 한국어를 한다. 그래서 예상대로 물가는 좀 비싸고 외국인 바가지는 아주 심한 편이다. 그래도 볼 거리 먹을 거리가 가득하고 워낙 분위기가 좋아서 며칠 묵는 동안 매일 찾아와도 질리지 않을 정도였다. 


오전에 투본 강에서 코코넛보트를 탔다. 코코넛보트는 큰 바구니처럼 생겼는데 이곳에서만 특별히 타는 것은 아니고 베트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바닥이 편평해서 그런지 일부러 뒤집으려고 노력하지 않는한 잘 뒤집어지지 않는다.



코코넛보트의 사공은 대개 할머니나 할아버지인데 얹혀타는 것이 살짝 마음에 걸린다. 


그냥 보트 타고 한 바퀴 돌고 오는 것일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가 묘기도 보여주고 중간에 가라오케 공연도 있다. 가라오케는 주로 한국노래 부르는 사람과 대만 노래 부르는 사람이 있고, 우리가 갔을 때에는 대만 단체 관광객이 왔는지 "타이완 넘버원!"이라며 쌍따봉을 날렸다. 지역 축제에 온 것 같은 느낌이지만 나름 흥겹다.


 

오후에는 안방비치에 갔다. 고운 모래로 된 꽤 넓은 해변이다. 이곳은 나름의 규칙이 있는데 음료나 식사를 시키면 벤치와 파라솔을 마음껏 쓸 수 있다. 음료 값이 베트남 물가 치고는 싸지 않지만 파라솔까지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다낭이나 나트랑의 파라솔 대여비를 생각하면 뭐, 거저 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다만 호객행위가 있어서 파라솔 아래에서 가만히 쉬게 두지는 않는다.



다음날 미선 유적에 갔다. 호텔에서 예약을 했는데 함께 가는 여행객은 모두 유럽에서 왔다. 막상 유적지에 도착하니 서양인과 대만 단체 관광객이 굉장히 많았다. 저녁 야시장이나 올드타운에는 한국인이 많았는데 한국사람 취향에는 맞지 않나보다.


이곳은 참파 왕국 시절의 유적인데 가뜩이나 유적지가 많지 않은 베트남이지만 이곳도 전쟁으로 많이 파괴되었다. 힌두교 유적이라 흥미로웠는데 우리 가이드가 영어를 잘 못해서 자세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들어도 기억은 잘 안 났을 것 같기는 했다. 



미선 유적은 엄청나게 더워서 좀 힘들긴 하다. 포기하고 싶을 때 쯤 사람들이 강당에 모이는데 그곳에서 전통 무용 공연을 한다. 나름 볼만하다.


저녁에 "테달쇼"라는 공연을 보러 갔다. 올드타운에 있는 공연장에서 대나무를 이용하여 퍼포먼스를 하는데 한 시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공연자들이 몸이 다들 근육질인데 저렇게 매일 움직이니 살이 찔 틈이 없을 것 같긴 했다. 끝나면 공연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우리는 호이안에 고작 4일 있었기 때문에 너무 바쁘게 보냈다. 호이안은 낮에 볼 것도 많고 밤에 볼 것도 많다. 그래서 한 일주일 묵어도 모자랄 것 같다. 한국에는 다낭보다 덜 알려져 있는 건 아쉽다. 많은 한국인들이 다낭을 여행하면서 당일치기 정도로 호이안에 다녀온다. 취향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사실 다낭은 그다지 볼 게 없고 할 것도 없다. 얼마나 볼 게 없었으면 대기업이 만든 짝퉁 유럽 테마파크에 간다.


무더위를 감안하지 않고 베트남 여행지 중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나는 호이안을 선택할 것 같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마법같은 낭만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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