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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Oct 28. 2023

일본 교통수단 체험기

일본은 교통비가 참 비싸다. 그냥 비싼 게 아니라 이 나라는 국민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싸다. 기차, 고속버스, 시내버스 가릴 것 없이 모두 비싸고, 고속도로 통행료마저 비싸다. 교통비만 비싼 게 아니라 택배비도 비싸고 우편요금도 비싸다. 그냥 움직이는 것은 다 비싼 것 같다.


렌터카와 대중교통으로 두 달간 일본을 종주하면서 이용해 본 교통수단에 관한 느낌을 적어보려고 한다. 외국인으로서 짧은 기간에 느꼈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므로 틀릴 수도 있겠다.



비행기


일본은 굉장히 넓다. 국토의 면적만  377,975 km²로 한국의 약 3.8배이다. 그런데 일본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448만 km²로 중국 영토의 절반이 넘는 어마어마한 넓이다. 일본은 한 나라 안에서 유빙 관광과 스쿠버다이빙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영토가 길고 좁은 데다가 중국과 러시아가 근처에 있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지만 우리 인식보다 상당히 큰 나라다. 이렇게 영토가 넓으니 국내선 항공기가 꽤 발달이 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국제선을 취항하는 국제공항이라고 하더라도 국내선 쪽에 식당이나 상점이 밀집되어 있을 때가 많다. 국내선 쪽에 상점이 많은 것을 보고 국제선 쪽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 쇼핑을 주저하다가 막상 국제선 쪽으로 가면 겨우 자판기 한 두 대만 있을 수도 있다.


낙도로 여행을 간다면 선택지가 비행기 밖에 없을 때가 많지만, 본토 내에서도 장거리를 여행한다면 기차보다 비행기가 더 싸고 빠를 수도 있다. 이건 일본만의 독특한 상황이 아니라 영토 넓은 나라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특별한 요금으로 국내선 항공권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못 써먹는 때가 더 많다.


미야코 공항에서 이시가키 공항으로 갈 때 탄 류큐항공의 비행기


철도


일본에서 기차 좌석을 구입하면 티켓 두 장을 받게 된다. 하나는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는 티켓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리를 구입했다는 지정석권이다. 지정석을 구입하지 않았다면 티켓 한 장만 받게 된다. 열차에 따라서 지정석이 없이 자유석만 있는 경우도 있고, 자유석 없이 지정석만 있는 경우도 있고, 자유석과 지정석이 모두 있는 열차도 있다.


자유석은 우리나라 입석과 비슷한데 자유석 차량이 따로 있어서 자리가 있으면 앉아갈 수 있고 없으면 서서 갈 수도 있다. 한국도 철도가 발달되어 있지만 특히 KTX나 SRT는 서울에서 출발하거나 서울로 갈 때에는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어도 매진일 때가 많으나 일본은 빈자리 사정이 한국보다는 좀 나은 것 같다.


고속열차인 신칸센은 대개 개찰구가 따로 있고 매표소도 따로 있다. 그래서 일반열차 티켓으로 신칸센 자유석을 타는 꼼수를 부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신칸센을 탔다가 일반열차로 갈아타려면 신칸센 개찰구에서 표를 찍고 나와 다시 알반열차 개찰구에 표를 넣고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 지하철과 비슷하게 한 개찰구에서 내리고 타는 게 모두 가능한 기차역이 많기는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내리는 쪽 개찰구만 있고 타는 쪽은 사람이 검표하는 때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용객이 적은 역은 표를 파는 사람이 항상 있지도 않고 검표도 안 할 때도 있다.


일본의 기차는 종류도 많고 복잡해서 외국인이 이름만 봐서는 신칸센인지 아닌지, 그 열차가 자유석으로만 구성되어 있는지 지정석이 있는지 없는지 알기 어렵다. 이게 참 귀찮다. 신칸센과 일반열차는 개찰구가 다른데 신칸센인지 아닌지는 표에도 안 쓰여 있다. 가령 ‘하야부사’라고 쓰여 있으면 신칸센이니 신칸센 개찰구로 가야 한다. 타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내가 타는 열차가 신칸센인지 아닌지만 알면 되는 것이지 그게 하야부사인지 노조미인지 히카리인지를 왜 알아야 할까.


일본은 기차 플랫폼에 굉장히 많은 숫자가 쓰여 있는데 바로 차량번호다. 그런데 가령 노조미 열차의 3번 칸과 코다마 열차의 3번 칸의 위치가 다를 수 있다. 이런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KTX의 탑승 위치가 다르다. 그런데 일본은 열차 이름이 하도 많고 다양해서 내가 탈 기차 차량의 위치를 찾아가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하카타 여기 신칸센 플랫폼


신칸센처럼 높은 등급의 열차는 와이파이가 있는 데 사용시간의 제한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다. 터널을 지날 때면 와이파이든 셀룰러든 인터넷 연결은 모두 끊어진다. 인터넷은 물론 전화도 잘 되지 않아 매우 불편하다. 특히 핸드폰 게임을 하는 사람이면 복장이 터진다.


특급열차는 우리나라 무궁화호처럼 생겼고 보통열차는 무궁화호처럼 생긴 것도 있고 그냥 지하철처럼 생긴 것도 있다. 보통 등급 열차 중 오래된 것은 정말 많이 오래돼서 위에 뱅글뱅글 돌아가는 선풍기가 달린 것도 있다. 언뜻 레트로 감성의 관광열차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냥 평범한 통근열차가 그렇다.


기차의 장점은 정시성 외에 버스보다 쾌적하다는 것도 있다. 기차는 그나마 자리가 넓다. 어느 정도 넓냐 하면 자리가 좁아서 이용객의 불만이 많은 KTX 정도로 넓다. 일본의 교통수단 중에서 그 정도로 자리가 넓으면 굉장히 넓은 것이다.


외국인이라면 JR패스와 같은 할인티켓을 살 수 있는데 일본 내에서나 인터넷에서 살 때보다 외국에서 살 때가 더 싸다. 그런데 패스의 종류가 너무너무 많아서 역무원이 이걸 다 외우고 있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패스가 유리할 때도 있지만 유리하지 않을 때도 꽤 많다. 비싼 신칸센 지정석을 자주 이용한다면 유리하겠지만 일반열차나 자유석이 엄청 비싸지는 않아서 패스가 더 불리할 때도 많고 사실 고속버스가 더 빠르고 저렴할 때가 많다. 그래서 패스를 끊지 않고 버스나 자유석으로만 다니면 패스를 끊을 때보다 시간도 많이 절약되고 더 쌀 때가 많다. 장거리를 갈 때는 철도보다 비행기가 더 쌀 때가 많다.


패스의 장점은 자유도가 높다는 것이다. 일단 사 좋으면 일정을 바꿀 때도 편하다. 특히 장기여행을 하면 일정을 바꿀 때가 꼭 오고, 숙소에 짐을 그대로 둔 채 두어 시간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로 가고 싶은 곳도 생기는데 매번 요금을 내라고 하면 부담이 되겠지만 패스가 있으면 부담이 적다.


패스는 1회용임이 명백한 한쪽면에 마그네틱이 발라진 종이로 되어 있다. 최대 21일권을 이 헐렁헐렁한 종이로 가지고 다녀야 해서 정말 소중히 모셔야 한다. 또 재발급이 되지 않으며 일단 지정석권을 발권받으면 자동판매기나 인터넷으로는 일정변경이 되지 않아서 표를 가지고 유인매표소로 가야 한다.


나는 패스를 끊어서 가기도 하고 패스를 안 끊기도 했다. 우리가 이용한 패스는 오카야마 히로시마 야마구치 패스, 간사이와이드패스, JR패스 21일권이었다. 규슈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산큐패스는 사용기간이 너무 짧고 JR규슈패스는 기차만 이용해야 해서 유용하지 않았다. 시코쿠는 원래 올시코쿠패스를 이용하려고 했으나 구매 직전 기습적으로 무려 50%나 가격을 인상해 버려 기분 나빠서 안 샀다.


패스들은 인터넷으로 구입해야만 인터넷으로 지정석 예약이 된다. 그 이유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좌석 예약이 되면서도 왜 꼭 종이표를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교토 같은 사람 많은 역에 가면 자판기와 매표소 앞에 긴 줄이 있다. 맛집에 가도 핸드폰으로 대기표 뽑는 시대에 참 보기 드문 경험이다.


짐칸은 대개 맨 앞 좌석과 맨 뒷 좌석 쪽에 있거나 그 근처에 있으니 무거운 캐리어를 가지고 이동하는 사람은 그쪽 좌석을 예약하는 것이 좋다. 신칸센은 큰 짐을 들고 탈 때는 큰 짐 좌석 예약이 필수다.


오카야마에서 다카마쓰를 갈 때 탄 특급 마린라이너


지하철이 한국과 다른 것은 사철이 있다는 것이다. JR도 민영화되었으니 JR이 아닌 것을 사철이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을 것이나 보통 사철이라고 부른다. 또 외국인 입장에서는 무엇이 지하철이고 무엇이 전철이고 기차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지하철처럼 생긴 기차도 많다. 사실 구별할 필요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일본은 사실상 같은 지역에 여러 지하철역이 있고 이름을 조금씩 달리해서 붙이고 있다. 가령 한국 사람이 많이 가는 오사카역과 우메다역은 붙어 있다. 이런 건 그 지역에 오래 산 사람이나 알지 외지인에게는 무척 헷갈리고 불편하다.


지하철이라고 다 지하로 다니는 것은 아니다. 이 역시 한국과 비슷하다. 지상으로 다녀도 지하철이라고 부르는데, 모노레일은 지하철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기차 중에서 보통 등급의 기차는 생긴 것도 지하철처럼 생겼고 역간 거리도 짧은데 지하철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후쿠오카 와타나베토리 역



일본은 섬나라답게 섬이 많고 섬으로 갈 일도 많다. 작은 섬도 다리로 연결되어 있을 때가 많으나 여전히 배를 타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곳도 많다. 그래서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배가 그냥 버스처럼 느껴진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람선이 아니라면 운항 중 밖으로 나갈 수 없을 때가 많다. 좌석제인 배를 타본 적은 없고 대부분 자유석이었다. 생각보다 쾌적하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다카마쓰에서 쇼도시마 갈 때 탄 배


버스


일본의 버스는 많은 경우 한국과 반대로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린다. 그런데 항상 그런 것도 아니어서 앞문으로 타는 때도 꽤 많다. 그런데 가령 고속버스는 앞문으로 타고 시내버스는 뒷문으로 탄다던가 하는 식으로 통일되어 있지도 않다. 시내버스라도 앞문으로 탈 때도 있고 뒷문으로 탈 때도 있다.


한국의 티머니와 비슷한 교통카드(보통은 IC카드라고 부른다)가 있는데, 전국호환교통카드는 10종류나 된다. 그런데 전국호환카드는 전국에서 쓸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국호환카드를 쓸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같은 지역에서도 어떤 버스는 IC카드를 쓸 수 있고 어떤 버스는 안 된다. 또 특정 IC카드만 쓸 수 있는 버스도 있다. 그러면 전국호환이라고 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그렇게 부른다. IC카드를 쓸 수 있는지 없는지는 버스를 탈 때까지 모르는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일단 IC카드를 찍어보고 안되면 정리권이라는 것을 뽑아야 된다.


정리권은 승차할 때 뽑는 번호표다. 숫자가 적혀있는데 내릴 때 버스 전광판을 보고 숫자에 맞는 요금을 내면 된다. 거리비례요금제 때문에 생긴 것이다. 모든 버스가 정리권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정액제인 버스도 있다.


이렇게 버스는 지역마다 룰이 다르고 같은 지역이라도 버스마다 룰이 다룰 때가 많아서 외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헷갈려한다.


시내버스라면 버스요금은 대개 내릴 때 내고 고속버스는 탈 때 낼 때가 많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시내버스를 타서 현금으로 낼 때는 요금을 딱 맞춰서 요금통에 넣어야 한다. 잔돈 교환기가 요금통과 같이 있어 잔돈은 교환할 수 있지만 대개 1,000엔짜리만 교환할 수 있다. 워낙 현금을 많이 쓰는 나라라 잔돈을 우르르 내더라도 요금통이 순식간에 분류해서 얼마를 냈는지 뜨기 때문에 어설프게 덜 낼 생각은 말아야 한다.


한국은 대부분이 카드를 이용하고 운전사가 대개 급해서 사람이 앉기 전에 출발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급하게 내려야 하는데, 일본은 대개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리고 버스가 정차하면 슬슬 일어나 하차한다. 게다가 하차하면서 요금을 내는데 누구는 카드로 누구는 현금으로 누구는 패스권으로 내고, 현금은 동전 바꾸는 기계로 바꿔서 낼 때도 많다. 그래서 하차가 꽤 오래 걸릴 때가 많다. 다들 잘 기다린다.


도시에서는 버스 정류장 사이에 간격이 무척 짧다. 가뜩이나 승하차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버스를 탈 때나 걸어갈 때나 시간으로는 별 차이가 안 날 때도 많다. 그러니 특히 시내버스는 목적지까지 빨리 가고자 타는 것보다 걸어가기에는 다리가 아파서 타는 때가 많다.


그래도 일본의 버스문화는 꽤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처럼 난폭운전을 하는 경우도 많지 않고 운행 중 위험하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버스가 멈춘 뒤 자리에서 일어나라고는 하지만 다들 눈치를 준다.


특이한 것은 운전사가 할 일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자동으로 안내방송이 나오는데도 매번 정류소를 말해주고 정차한다 출발한다 조심해라 등등하는 말이 참 많다. 거기다 요금 내고 내리는 사람도 챙겨야 하고 참 바쁘다.


1일권이나 2일권을 파는 지역도 있는데, 이득일 때도 있고 손해일 때도 있다. 가령 교토는 버스 1일권을 700엔에 파는데 교토는 시내에서 버스가 230원으로 정액제다. 그래서 4번을 타야 이익이었다. 우리는 1일권을 3장씩 샀지만 첫째 날과 둘째 날은 버스를 3번밖에 타지 않았다. 가격을 700엔으로 한 것은 사람들이 4번까지는 잘 안 타서 그런 것 같았다.


환승할인은 대개 안 되지만 되는 곳도 있다.


이시가키 시내버스


고속버스는 자리를 미리 예약해야 되는 때도 있고 그냥 IC카드로 타도 되는 때도 있고 현금으로 내도 되는 때도 있다. 버스마다 다르다. 대개 고속버스라고 되어 있으면 예약제일 때가 많고 급행버스라고 되어 있으면 예약제가 아닐 때가 많은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고속버스는 기점에서 종점까지 한 번에 가는 때가 대부분이고 시외버스는  중간중간에 정류소나 터미널을 들를 때가 많은데, 일본은 고속버스라도 대개 중간에 정류소를 들르곤 한다. 특이한 것은 고속도로 진출입로 근처에 정류소가 있을 때가 많은데 그런 곳은 넓은 주차장이 있는 때가 많다. 환승주차장 개념인 것 같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 장거리를 갈 때 꽤 편리할 것 같다.


한국에는 차내에 화장실이 없으나 일본은 고속버스에는 화장실이 있을 때가 많다. 다만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차선이 좁아서 그런지 차 폭이 좁아 좌석도 굉장히 좁아서 아주 왜소한 체격이라도 살을 맞닿아야 한다. 그래서 옆에 낯선 사람이 앉으면 매우 불편할 것 같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고속버스 예약을 받을 때에 성별을 선택할 때가 많은데, 가령 남성 손님 한 명이 예약을 했다면 옆 자리에 여성 손님은 예약을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후쿠오카에서 나가사키 가는 고속버스


노면전차(트램)


한국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일본에서는 노면전차(트램)가 있는 곳이 꽤 많다. 한 량이나 두 량쯤 되는데 이게 속도가 느리지만 꽤 재미가 있다. 보통 시내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트램 역이 있으니 여행객에게는 편리한 교통수단이 된다. 다만 속도가 느리다는 건 큰 단점이다.


트램은 타는 방법은 지역마다 다르고 같은 지역이라도 역에 따라 다를 때도 있다. 버스처럼 차 안에서 요금을 계산하는 때도 있고 한국의 지하철처럼 플랫폼에 들어갈 때 카드를 찍을 때도 있다. 작은 정류소애 서는 자율적으로 IC카드를 찍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기도 한다.


유럽에 가면 가끔 유물에 가까운 오래된 트램 차량을 볼 수 있는데, 일본도 마찬가지로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오래된 차량도 있고 새 차도 있다.


구마모토의 트램. 유럽같지만 일본이다


교통질서


일본은 교통규칙을 잘 지키기로 소문이 나 있다. 대체적으로 잘 지키는 편이지만 소문처럼 칼같이 잘 지키지는 않는다. 보행자보다는 운전자 쪽이 더 안 지키는 것 같아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사람 사이로 자동차가 휙 지나갈 때는 아주 많다. 그래서 횡단보도 신호등을 전적으로 믿으면 안 되고 꼭 주변을 살펴야 한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어떻게 건너야 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건너는 게 세계표준일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자동차 신호를 보고 건너기도 하고 그냥 막 건너기도 한다. 법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실에서는 보행자보다 차가 우선이어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으면 차가 멈출 때도 있지만 빵빵대고 지나갈 때도 많다.


자전거는 무법에 가까운데, 차도로 가기도 하고 인도로 가기도 한다. 차도로 가는 사람보다 인도로 가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속도를 줄이지도 않아 위험할 때가 많다. 출퇴근 시간이면 자전거가 워낙 많아서 그냥 걷는 사람은 무척 불편하다. 왜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지도 모르겠는데, 이 정도로 자전거가 많은데도 중국처럼 전용도로가 없는지 모르겠다. 법과 상관없이 현실적인 우선순위는 자전거> 자동차> 사람 순인 것 같다. 자동차는 적어도 인도로는 안 다니니 보행자에게는 자전거가 더 위험해 보인다.


렌터카를 운전해 보면 알 수 있지만 운전자들은 교통법규를 잘 지키지 않는다. 교통법규 안 지키는 건 그냥 정도의 차이일 뿐 만국 공통인 것 같다. 일본은 교통법규를 잘 지킨다고 해서 열심히 공부해 가지고 가 운전을 해 보면 규칙을 다 지키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도 일본은 확실히 얌전히 운전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규정속도를 지키면 대개 뒤에서 바짝 붙는다. 그렇다고 위협적으로 운전하는 사람은 한국보다는 훨씬 적은 것 같다. 특히 시골에서는 앞에서 갑갑하게 굴어도 느긋하게 기다려준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작은 도로는 모두 불법주차를 해 놓고 큰 도로는 비상등을 켜고 불법주차를 해 놓는데 그에 비해 일본은 불법주차가 많이 드물다. 종종 보이기는 하는데 흔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도로에서 시야가 넓다. 일본은 교통규칙이 좀 헷갈리고 특히 차량 신호등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는데 그럼에도 사고가 적은 것은 불법주차가 적은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객들


일본은 특히 젊은 사람들이 무척 시끄러운 때가 아주 많다. 대중교통에서는 주변 사람 고막에 피가 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꽤 있어서 어느 정도 인간소음을 감수해야 한다. 대중교통에서는 자리가 없어 서 있는 사람이 많은데도 옆자리에 물건을 놓아 못 앉게 하거나, 통로에 다리를 뻗고 있거나, 기차 자동문 앞에서 다리를 까딱까딱하여 이유 없이 문을 수시로 열고 닫는 사람은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그래도 차 내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이나 시끄럽게 포교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하철이나 기차역에는 이상한 사람의 출현 빈도가 높다. 노숙자는 몇 번 못 봤으나 괜히 시비 거는 사람, 바닥에 드러눕는 사람, 이유 없이 표지판을 주먹으로 치고 다니는 사람 등 괴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종종 있다. 한국은 사람이 제법 많은 역에는 어김없이 종교단체의 소음과 행패가 있으나 일본에서는 겪지 않았다.


일본 기차에는 자유석칸이 따로 있어서 한국과 달리 차량 연결부위나 좌석 옆 통로, 맨 앞뒤 자석 빈 공간에 서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유석칸은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많아서 자리가 비어 있어도 옆자리에 사람이 있으면 잘 앉지 않는다. 자리가 워낙 좁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줄은 아주 잘 선다기보다는 그냥 한국과 비슷해서 줄을 잘 지키는 사람이 대부분이나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에스컬레이터는 한쪽을 비워두곤 하는데 한국과 달리 비워진 한 켠으로 걸어오라 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왜 저렇게 탈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데 에스컬레이터를 한 줄로 서는 것은 매우 불편해서 두 줄로 섰을 때보다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리고 기다리는 줄도 굉장히 길어진다. 불필요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역이나 지하상가를 오고 갈 때 보행방향을 지키는 정도는 한국과 비슷하다. 지키는 사람이 좀 더 많지만 안 지키는 사람은 항상 있다.


일본은 물건을 잘 훔쳐가지 않아서 유럽이나 다른 나라처럼 짐을 꼭 끼고 다닐 정도가 아니다. 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소위 ‘길막’, 즉 통행로를 막고 자기 일을 보는 사람은 꽤 많다. 버스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출구보다 입구 쪽 길막이 많다. 입구가 더 넓기 때문인 것 같다. 특이한 건 자리가 있거나 공간이 있어도 굳이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일본은 대체적으로는 대중교통 이용이 꽤 편하고 직접 운전하는 것도 꽤 편하다. 오래된 시설도 관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직원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한국도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잘 못 느낄 수 있으나, 일본만큼 외국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한 나라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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