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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Oct 27. 2023

할롱, 할롱! 방가방가, 하롱베이

하롱베이에 짧게 하루만 가기로 했는데 비가 왔다. 비가 오는 게 더운 것보다 낫지 않겠나 싶었는데 비가 그치니 엄청나게 더웠다.


하롱베이는 명칭부터 헛갈린다. 하롱베이, 할롱베이, 하롱만, 할롱만, 하용만... 이 중 한국사람이 가장 애용하는 명칭은 하롱베이인 것 같다.


하롱베이는 마치 중국의 계림을 바다로 옮겨놓은 듯하다. 사실 계림도 그리 멀지 않으니 산수화처럼 멋진 풍경은 이 동네 종특인 것 같다.



배 안에서 바다를 보고 있으니 물고기들이 따라오다가 수면 위로 펄쩍펄쩍 뛴다. 사람 구경을 하려는 듯하다. 사람은 물고기 구경, 물고기는 사람 구경을 하니 한편으로는 공평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를 실은 배는 티톱 섬에서 내려주었다. 해변에서 수영을 할 수도 있고 등산을 해서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다. 우리는 우비를 하나씩 사서 산에 올랐다.


산은 계단으로 정비되어 있었으나 하도 가팔라서 무척 힘들었다. 우비까지 입고 있으니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비로 젖으나 땀으로 젖으나 매 한 가지여서 그냥 벗어버렸다.



중간쯤에서 쉬면서 경치를 감상하며 더 올라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언제 또 오겠나 싶어 올라가기로 했다. 그렇게 십여 분 동안을 개고생을 하며 올라가니 정자가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 보는 경치는 아까 본 것을 좀 더 높은 곳에서 보는 것이긴 했다. 그래서 높이감 외에는 대단한 차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올라와서 이 경치를 보지 않았다면 후회가 남았을 것 같았다.



배를 타고 다음으로 간 곳은 승솟동굴이었다. 이곳도 티톱 섬 못지않게 높고 가파른 산을 타야 한다. 이 섬도 꽤 높아 여기서 보는 경치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서도 등산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티톱 섬에서 힘을 빼지 않았을 것인데...


동굴이라 덜 덥겠거니 싶었는데 바람이 통하지 않아 더 더웠다. 대체 햇빛도 안 드는 이곳이 왜 이렇게 더운지 모르겠다.


석회 동굴은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많이 봐서 별 감흥이 없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거대한 챔버가 나타났다. 공간이 워낙 넓어서 오페라 극장을 지어도 되겠다 싶었다.

 


가이드는 무슨 동물을 닮았다던가 무슨 전설이 있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해 주었지만 영어라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이곳에 발견되어 개발된 것이 얼마 되지 않으니 관광지로 만들면서 관광객들이 재밌으라고 스토리를 만들어 낸 것 같았다.


 

동굴은 생각보다 넓고 길었다. 바깥도 별세계지만 동굴도 도저히 핸드폰 카메라로는 담기 어려운 별세계였다.


티톱섬에서 힘들게 등산한 것이 살짝 아쉽게도 승솟동굴을 보다가 본 하롱베이의 풍경도 만만치 않게 멋있었다.



다음으로 카약이나 드래건보트 중 하나를 골라서 탈 수 있는 체험을 하였는데, 우리는 당연히 카약을 선택했다. 카약은 예전에도 여러 번 탔었지만 이곳의 카약은 무척이나 부실해서 거의 장난감에 가까웠다. 결국 몇몇 관광객은 물에 빠졌는데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으니 서로 장난치고 난리가 아니었다.


섬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파도 없이 물이 잔잔했다. 관광객이 많았어도 공간이 넓어 시끄럽지 않고 온전히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조인투어 특성상 워낙 시간이 없어 그냥 한 바퀴 돌다 돌아와야 하는 건 아쉬웠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는데 우리 가이드인 루카가 갑자기 20만 동을 꺼내보라더니 여기가 저기라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비 때문인지 핸드폰 카메라의 한계 때문인지 사진은 잘 찍을 수 없었다.



세계유산 하롱베이는 워낙 투어상품이 잘 되어 있어 적당한 코스로 적당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당일치기 코스 외에도 1박 2일이나 2박 3일 상품도 있다. 아마 여행사를 끼지 않고 혼자서 여행은 어렵지 않겠나 싶긴 했다. 미군이 뿌려놓은 기뢰가 워낙 많으니 그냥 돈 주고 편하게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건 너무 재미없는 옛날 패키지 관광식으로 개발이 되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 아름다운 경치를 패들링이나 카약킹으로 제대로 감상하는 상품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냥 다 체험식이고 경치 좋은 곳에 주어지는 시간은 너무 짧고 사람은 또 엄청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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