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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Oct 30. 2023

나 짱?, 냐짱(나트랑)

새벽에 일어나 아침 일찍 냐짱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냐짱 비치로 갔다.


냐짱 만에는 19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어 이 섬을 돌아다니는 호핑투어 상품이 많다. 그중 사람들이 많이 찾는 원숭이 섬은 동물 학대로 유명하고 다른 섬들 역시 쓰레기로 오염되어 맑은 바다를 볼 수 없다고 한다. 요즘 여행객들의 평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투어 상품은 죄다 선상파티로 바뀌었다. E성향 사람들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I성향에는 맞지 않는다.


경포대에 소나무가 많은 것처럼 냐짱 비치에는 야자나무가 많다. 그래서 이국적인 분위기다. 썬배드 두 개 딸린 파라솔을  빌리니 20만 동(약 1만 1천 원)을 달라고 한다. 2만 동이 아니라 20만 동이다. 쌀국수 한 그릇에 5만 동 정도이니 쌀국수 4그릇 값이고, 괜찮은 티셔츠 두세 벌 값이다. 호텔 숙박비까지는 아니지만 웬만한 게스트하우스 하루 숙박비보다 비싸다. 그런데 딱 파라솔과 의자만 빌려주는 것일 뿐 샤워도 못 한다.



냐짱 비치는 굉장히 넓고 큰 쓰레기가 없어서 깨끗해 보인다. 물론 자잘한 쓰레기는 많다. 물은 사실 좀 더러운 편인데 해변에서 몇 걸음만 들어가도 금세 턱 밑까지 닿는다. 굉장히 깊어서 여기를 이렇게 해수욕장처럼 이용해도 될까 싶었다. 외국인들 위주로 어른들만 몇 명 물에 들어가 있고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이들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위험해 보였다.



냐짱 비치의 상징과도 같은 쩜흐엉 타워에 갔다. 연꽃 모양인데 백단향 꽃이라는 말이 있다. 얼마 전까지 분홍색이었는데 최근 하얀색으로 바꿨다. 하얀색이 더 나은 것 같다. 넓은 광장에 있는데 낮에는 너무 더워 사람이 없고 밤이 되면 삼삼오오 산책하러들 나온다.


안에는 무언가 전시되어 있는데 항상 문이 닫혀있어서 볼 수 없었다.



냐짱에 오면 할 게 별로 없다. 고급 리조트와 호텔이 득실득실한데 다들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모르겠다. 


저녁이면 야시장이 열리는데 그냥 베트남 여느 야시장에 파는 것을 똑같이 판다. 다낭에 비해서는 아주 작은 규모고 물건 값은 다낭보다 비쌌다.



다음 날 오전 포나가르 사원에 갔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힌두교 사원으로 참파 유적이다. 미선 유적처럼 어마어마하게 넓지 않고 시내에 있는 절 같은 느낌이다. 큰 건물이 인상적이고 미선 유적보다 덜 파괴가 된 것 같았다. 관광객은 많은데 주차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입구에는 항상 차들로 몸살을 앓는다. 사실 이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닌데 냐짱에 별로 볼 게 없다 보니 이곳으로 사람이 몰린다. 아마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올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한편에서는 부채춤 공연을 한다. 이 더운 날씨에 옷을 껴입고 춤을 추니 공연자도 너무 고생이다.



밖에서는 괜찮은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고 긴 옷을 입어야 한다. 긴 옷은 무료로 대여해 주는데 건강검진 받을 때 입는 옷과 비슷하게 생겼다. 건물 안에 에어컨도 없는데 옷까지 껴입다 보니 다들 더워서 정신이 없다.


그런데 입장료까지 넉넉히 받는데 종교시설로서의 의미가 있나 모르겠다. 


다음 날 뭘 할까 고민하다가 아이리조트라는 곳에 갔다. 일본이나 한국의 온천이 이미 물이 있는 탕에 들어간다면 이곳은 손님이 오면 욕조에 새로 물을 받아 준다. 한 번 이용하면 바로 청소를 하니까 어찌 보면 더 위생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처음에 머드탕을 했는데 가만히 있어도 몸이 둥둥 뜬다. 신기한 체험이다. 머드탕을 마치고 나면 다음 코스는 허브탕이다. 탕에 허브 주머니를 넣어 주는데 몸에 톡톡 두드릴 수 있다. 그렇게 온천으로 몸을 풀고 나면 다음 코스는 발마사지다. 우리는 남자 마사지사로 해 달라고 했는데 한 시간 마사지를 받으니 몸이 노글노글해졌다. 그다음으로는 사우나에 데려다주는데 우리나라 찜질방처럼 뜨겁지 않아서 금방 나왔다. 이렇게 몸이 말랑말랑 해 질 때까지 풀고 나면 밥을 준다. 스프링롤과 닭죽, 과일, 음료였는데 양이 꽤 많았다.


그다음으로 워터파크에 갔다.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나는 슬라이더를 타지 않았는데 강쉡이 이것저것 타더니 경사 높은 건 좀 무서웠다고 한다.


부지가 굉장히 넓어서 이동은 골프장에서 많이 쓰는 카트로 하는데 카트가 많이 낡았다. 카트는 요청하면 금방 불러주니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한국 돈으로 4만 원대이니 꽤 혜자인 셈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용객이 많지는 않다. 직원이 더 많은 것 같아 뭐라도 돈을 벌까 걱정이 될 정도다.



다음날 혼총곶으로 갔다. 입장료가 무려 3만 동이었다. 그냥 바위로 된 해변으로 특별할 건 없다. 구글 맵을 보니 "입장료는 왜 받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공감이 간다. 입장료는 왜 받는 것일까, 안전시설도 없고 쓰레기도 안 치우면서.



다음 날 오후 우리는 까이(Cai) 강으로 패들보드를 타러 갔다. 원래는 선셋투어인데 날이 흐려 경치만 구경했다. 강물은 황토색인데 냄새는 나지 않아 더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꽤 넓은 강이었고 곳곳에 페트병으로 만든 통발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직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둔감한 것이다.


강과 풍경이 아름답다기보다는 도시를 떠나 한적한 분위기가 좋았다. 역시 놀이 중 최고는 뱃놀이다. 


함께 참가한 사람은 덴마크 사람 둘과 대만 사람 둘이었는데, 다 여자분들이었다. 남자들은 이런 것을 안 좋아하나 보다. 



냐짱은 요즘 관광지로 뜨고 있다고는 하는데 생각보다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었다. 바다가 맑은 것도 아니고 주변 섬도 많이 오염되었다고 하고, 동물 쇼하는 곳은 가고 싶지도 않다. 얼마나 할 게 없었으면 투어 상품도 죄다 배 띄워 놓고 가이드가 술 먹고 놀아주는 것들이다. 그거 하러 굳이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패들보드와 스파는 아주 좋았다. 


한국에 좋은 호텔을 두고 힘들게 외국까지 와서 호캉스를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나 해변에 왔으면 그래도 바닷물에 발목이라도 담그고 가야 하는 사람이라면 취향에 맞지 않을 것 같다. 휴양을 즐기기에는 너무 도시고 시티투어를 즐기기에는 너무 뭐가 없다. 그렇다고 자연을 즐기기에는 너무 오염이 되었다. 일 년 내내 열심히 일하다가 딱 4일, 5일 짬을 내어 해외여행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곳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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