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함께 여행한 두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에서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오변이, <강쉡의 먹방일기>에서는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강쉡이 썼습니다.
오랫동안 여행기를 올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무래도 독일에서 맥북을 통째로 잃어버린 것이 가장 타격이 컸습니다. 사진은 죄다 아이폰으로 찍는데 이걸 로컬에 저장하자니 용량이 너무 커서 모두 아이클라우드에 넣어 놓습니다. 맥북을 쓸 때는 별 상관이 없었는데 이번에 새로 노트북을 장만하면서 윈도 pc를 썼더니 참 불편합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습니다. 본업이 변호사라 우리나라에서 전자소송을 잘 쓰려면 맥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제 여행기를 좀 바꾸려고 합니다. 사실 하도 돌아다니다 보니 어디가 어디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저도 돌아다니면서 블로그 글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만, 막상 가 보면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세상이 그만큼 빨리 바뀌고 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정보보다는 그냥 제 생각하고 느낌을 정리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아무도 안 본다고 해도 언젠가 제가 보면서 추억할 수 있겠죠.
호찌민에서 씨엠립을 간 것은 늦은 저녁이었습니다. 원래는 이른 오후에 도착해야 하는데 베트남 항공에서 자기 마음대로 시간을 바꿨습니다. 제가 베트남항공을 4번 이용했는데 그중 시간이 바뀐 게 두 번입니다. 비싼 시간에서 싼 시간으로 바뀌었는데 왜 보상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씨엠립 공항은 아주 희한합니다. 보통 비행기에서 내리면 탑승교가 있거나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는 그냥 걸어갑니다. 보통 걸어가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안전과 보안 때문일 것인데 여기는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여권 수속 없이 그냥 밖으로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뭐 굳이…
캄보디아 입국을 알아보니 여러 가지 말이 많았습니다. 다들 입국심사를 할 때 한 명당 1달러씩 받는다고들 했습니다. 정식 비용이 아니라 일종의 뇌물입니다. 얼마나 돈을 많이 요구했으면 여권 수속을 하는 곳곳에 돈을 받는 곳이 아니라고 붙여 놓았습니다만, 그래도 받나 봅니다. 그게 싫으면 미리 비자를 받으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미리 비자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미리 비자를 받으면 더 비쌉니다. 그래서 도착비자 + 뇌물이 더 싸고 편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깁니다. 참 깝깝하죠.
캄보디아, 아니 저는 씨엠립에만 있었으니 씨엠립에만 해당하는 것이겠죠. 아무튼 여기 물가는 꽤 비쌉니다. 캄보디아의 1인당 gdp는 1,700달러 정도로 베트남의 절반도, 태국의 1/4도 되지 않지만 베트남이나 태국보다 체감하는 물가가 더 비쌉니다.
식당에서 간단한 음식을 시켜도 5~10달러는 줘야 합니다. 그런데 유럽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음식을 시키면 물은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음료는 따로 시켜야 합니다.
공산품은 한국보다 더 비싼 느낌입니다. 캄보디아가 제조업 기반이 약하다 보니 슈퍼에 가면 자국산 물품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 수입품이라 비쌉니다.
외국인도 비싸다고 느낄 정도니 정말 평범한 현지인이 생활하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자리가 별로 없어서일까요? 호텔에 가면 그냥 마냥 서 있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그냥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립니다. 식당에 가도 음식 하나를 시키면 정말 많은 직원들이 오고 갑니다. 우리가 먹는 걸 지켜보다가 그릇을 비우면 잽싸게 치워줍니다. 저 같은 자영업자의 눈으로 볼 때는 뭘 이렇게까지 사람을 써야 할 일인가 싶은데, 정말 어딜 가나 일하는 사람이 많고, 그 일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냥 서 있습니다.
호텔은 쌉니다. 릭샤 혹은 툭툭이도 그냥저냥 적당한 가격에 탈만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머지가 비쌉니다. 밥값이 비싸고 입장료가 비쌉니다. 정말 사람이 하는 것만 쌉니다.
앙코르와트 투어는 보통 두 가지를 가장 많이 갑니다. 소순례, 대순례라고도 하고, 그랜드투어, 스몰투어라고도 합니다. 저는 이틀 동안 두 개 투어를 가 본 뒤 셋째 날에 다시 가고 싶었던 곳만 툭툭이로 갔다 왔습니다.
첫 번째 투어는 정말 큰 맘을 먹고 한국인 가이드 투어를 예약했습니다. 무려 ‘전문가이드’가 역사와 신화를 자세히 설명해 준다고 하였습니다. 가격은 정말 비싸서 일반 영어 투어의 5배는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지만, 정말 돈 주고 이런 상품을 판다는 게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가이드는 전문가도 아니었고, 캄보디아를 “얘네”라고 불렀습니다. 캄보디아에 대한 지식은커녕 그냥 해외생활 자체를 별로 안 해 본 티가 너무 났습니다. 관련 지식이 없으니 뭔가 설명은 하긴 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힘들었고, 입구에서 대충 설명한 뒤 알아서 돌아다니라는 식이었습니다. 오히려 캄보디아인 가이드 한 명이 마치 부사수나 조수처럼 따라다녔는데 그분 설명이 더 나았습니다. 투어도 예정보다 많이 일찍 끝났는데, 그러면서 “일행들이 힘들어 보여서”라는 핑계를 대었습니다.
제가 일본에서나 유럽에서나 한국인 투어를 몇 번 경험해 봤는데 사실 이 정도로 비싸고 대충 하는 데는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국가에서도 한국인 투어는 가성비가 매우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가이드가 성의라도 있는데, 캄보디아에서는 경쟁이 별로 없어서일까요. 한국인 가이드 투어는 정말 비추입니다.
둘째 날은 그냥 캄보디아인 가이드가 하는 투어였는데 저희 말고는 베트남계 미국인 딱 한 명이 더 있었습니다. 사실상 프라이빗투어나 다름없었는데 가격은 1/5이었습니다. 가이드님이 나이가 좀 있으셨는데 직업을 넘어서 외국인에게 좀 더 잘 소개하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투어가 체력이 많이 소모됩니다. 정말 많이 걸어야 하고 힘이 많이 듭니다. 몇 군데 보면 사실 저희 같은 평범하고 무식한 관광객 입장에서는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합니다.
우선 시장을 갑니다. 재래시장인데 제가 2004년도에 중국에 갔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약간 지저분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익숙한 과일도 있고 처음 보는 과일도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서 그런지 시장 상인들이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별로 없습니다.
가는 길이 매우 험합니다. 오프로드인데 길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아 진흙을 지날 때가 많습니다. 차가 빠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부두에 가서 배를 타고 한참 들어갑니다. 정말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굉장한 광경입니다. 수상 마을 자체도 신기합니다만 그냥 풍경이 좋습니다. 중간에 내려서 작은 보트로 갈아탑니다. 보통 아주머니 분이 노를 젓는데 특정 가게에서 꼭 멈춥니다. 뭔가 안 사기 좀 그래서 보통 음료 정도를 삽니다. 뭐 대단히 바가지는 아닙니다.
맹그로브 숲을 지나는데 사실 저희는 겨우 몇 달 전 일본 이리오모테에서 맹그로브 숲을 카누로 체험했기 때문에 대단한 감흥은 없었습니다만, 아마 처음 보시는 분인 신기했을 것 같습니다.
가난을 전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있습니다. 우선 여행자들이 가난을 구경하려고 그곳에 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 위에 있는 목조 건물이 신기하기도 하고 맹그로브 숲이나 그냥 주변 풍경 자체가 워낙 아릅답습니다. 꼭 이곳 투어뿐만이 아니라 투어 자체가 가지는 문제점, 그러니까 실제 생활하는 현지인이 불편하다던가, 물가가 오른다는 점 등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글쎄요. 가난의 전시와는 투어의 목적도 다르고 보이는 모습도 다른 것 같습니다.
다만 현지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관광객이 늘어나서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래는 중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정착해 살던 곳이었다가 이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에는 힘든 곳이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수상가옥이 게스트하우스로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 와이파이는커녕 핸드폰도 잘 안 터집니다.
저희는 10월 1일에 도착해서 10월 6일에 나왔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딱 좋은 가을이죠. 그런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덥습니다. 하필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엄청 습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더운 것 같았습니다.
저녁에는 좀 살만 합니다. 그런데 해가 지면 가로등도 거의 없기 때문에 돌아다니기가 힘듭니다. 치안이 좋지 않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씨엠립은 체감상 유럽 수준으로 치안이 나쁜 느낌은 없긴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길거리에 사람이 워낙 없어서 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유적지 특성상 그늘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다 돌덩이라서 더더욱 덥습니다. 게다가 참 많이 걸어야 합니다. 물을 많이 챙겨야 합니다.
하도 더워서 여행이고 뭐고…라는 생각이 몇 번씩 들긴 합니다.
가보면 후회되지는 않습니다. 정말 신비롭고 대단합니다. 한국인 가이드는 얼마 안 된 것이고 기술적으로도 대단할 게 없다고 깎아내립니다만, 그건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쓸데없는 시기심에서 나온 말에 불과합니다. 유적이라는 게 오래될수록, 혹은 만들기 힘들수록 가치가 있는 게 아닐 것입니다.
볼거리도 많고 여행 난이도도 많이 낮은 편입니다. 어차피 가이드 투어를 하지 않는다면 돌아다니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골목골목을 다니지 않고 관광객들이 가는 곳만 가면 딱히 위험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결국 말 그대로 관광지만 가게 되니까 캄보디아를 여행하였다기보다는 그냥 앙코르와트를 보고 왔다는 느낌이 더 듭니다.
또 기념품이나 특산품 등을 파는 곳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기념품도 그냥 태국, 베트남에서 다 파는 것들이고 태국, 베트남보다 더 비쌉니다. 그래서 살 게 없습니다.
쇼핑이나 휴양이 목적이라면 어울리지 않고, 미리 다큐멘터리 몇 편을 보고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씨엠립에서는 관광객들은 보통 미국 달러를 쓰고, 캄보디아 화폐는 거의 거스름돈으로 씁니다. 캄보디아 돈은 받아봐야 쓸 일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디를 가도 섞어서 쓰는 게 자연스러우니까 저희는 출국하기 전 가게 들러서 그냥 다 털어 주고 나머지는 달러로 계산하겠다고 해서 다 썼습니다.
동남아는 외국인이 가는 음식점과 로컬음식점이 나눠져 있는데 위생과 가격, 그리고 영어 메뉴판의 유무에서 따라 구분이 됩니다.
씨엠립은 관광객을 위한 음식점이 대부분이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식당 대부분이 서양 관광객을 위한 양식부터 동남아 음식까지 운영해서 메뉴가 매우 많고 냉동제품을 많이 사용해 무난합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무난한 것이지 태국, 베트남에 비해 이렇다 할 특징이나 뛰어나게 맛있는 요리는 없으며 물가 대비 음식 가격은 다른 동남아보다 비쌉니다. 관광지 물가 + 채소 외에 대부분 가공품들이 수입이다 보니 그런 거 같습니다.
외관은 오리엔탈 디자인이고 실내는 리넨테이블 깔린 양식당 느낌입니다. 바깥에도 자리가 많이 있는데 날씨가 워낙 습하고 더워서 바깥에 앉았다가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양식, 동남아식,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포크커틀릿, 캄보디아 소고기 스테이크, 짜조, 파인애플주스를 시켰는데 가격대비 너무 무난합니다. 소고기스테이크는 캄보디아, 호주산으로 고기 나눠져 있는데 당연히 호주산이 훨씬 비쌉니다. 당연히 호주산이 맛있겠지만 가격 차이가 심해서 캄보디아 소고기를 선택했습니다. 등급이 낮은 미국산 소고기 느낌이지만 나쁘지는 않습니다. 음료수의 가격이 꽤 비싸고 그만큼 괜찮은 퀄리티를 보여 줍니다.
원래 현지인들의 맛집인데 인기가 좋고 호텔 밀집 지역 근처에 있어 관광객들도 자주 찾게 된 식당입니다. 노상 포장마차의 느낌이라 캐주얼한 분위기가 좋습니다. 영어 메뉴판이 없어서 검색 후 사진을 보여 주며 주문했는데 친절하게 응대해 줍니다. 다양한 해산물을 시즈닝을 발라 바비큐 그릴에 구워서 주는데 불맛이 어우러져 감칠맛이 많이 나고 맛있습니다.
이 집은 또 힙하게 병맥주를 시키면 얼음이 든 바스켓에 줍니다.
이 집 대표메뉴인 꽃게구이, 고등어구이, 갈릭 라이스를 시켰는데 다 맛있고 좋았습니다. 꽃게는 크지는 않지만 불에 잘 구워져 감칠맛이 나고 고등어 역시 바로 구워진걸 주니 비린맛이 나지 않고 짭짤하니 괜찮습니다.
씨엠립에는 PUB STREET 메인거리가 있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관광객을 위한 레스토랑과 기념품가게 술집들이 몰려 있습니다. 라이브 공연하는 펍과 바가 많아 술 한잔 하면서 분위기 즐기기에 좋습니다.
웨스턴 스타일의 햄버거 가게입니다. 간판에서 밀고 있는 캐릭터의 굿즈로 이곳저곳이 인테리어 되어 있습니다. 칼로리가 높아 보이는 다양한 토핑(양파튀김, 베이컨, 더블치즈 등등)과 불맛 나는 패티가 어우러진 맛집입니다. 버거와 감자튀김이 기본 세트로 나옵니다. 펍스트리트에서 거리가 조금 있어 오히려 가격이 괜찮습니다.
펍스트리트에 체인점이 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멕시코요리점입니다. 야외좌석이 많고 다양한 멕시코 스타일의 음식과 마가리타를 판매합니다. 신선한 채소를 곁들인 타코,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매콤한 살사 소스 덕에 입맛에 잘 맞으며 메뉴마다 샐러드가 많아 깔끔합니다.
앙코르와트 사원 투어 중에는 대부분 가이드가 추천한 사원 근처에 있는 식당을 갑니다. 만약 한국어 투어를 한다면 요청 시 괜찮은 한식집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점심이 포함된 한국어 투어로 한식 한상을 차려 받았는데, 가격대비 (당연하게 외국에서 한식집의 가격은 여느 레스토랑 보다 최상위다. ) 유일하게 좋았던 점이기도 했습니다. 촌스럽긴 하지만 외국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한식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저희처럼 한 달 만에 접할 경우 코를 처박고 먹게 됩니다.
캄보디아에서는 크메르 스타일이라는 전통 요리 전문점들도 많이 있는데 그중 아목 (Amok) 과 록락 (Lok lak)이 대표메뉴입니다. 향신료를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무난하지만 그만큼 다른 동남아 음식처럼 특징이 많지는 않습니다.
아목 : 코코넛 크림을 넣고 끓인 카레 스타일로 밥과 함께 제공합니다. 태국 등 다른 동남아 보다 향신료 향이 적고 청경채 같은 물컹한 채소가 많이 들어있어 밥과 곁들이기 무난합니다. 메인 재료인 고기, 해물 등의 주재료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릅니다.
록락 : 소스에 돼지고기를 조리거나 볶아서 계란프라이나 튀긴 마늘등의 다양한 토핑을 올린 뒤 밥과 함께 제공되는 요리입니다. 보통 짭짤한 소스를 따로 서빙해 줍니다.
Kolap Angkor Restaurant에서 먹었던 Amok
The Street27 Restaurant & Cafe에서 먹었던 Lok lak 꽤 비싼 레스토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