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Dec 30. 2023

류블랴나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에서 황당한 일

현재 진행 중

이 글을 쓰는 지금 그 기차 안에 있다.


우리는 며칠 전 류블랴나에 도착해서 바로 오늘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IC247 열차 423번 차량의 22, 24번 좌석이다. 차량번호가 1, 2, 3,… 이런 식이 아니라 423인 것이 특이했다.



류블랴나 역에서 기다리니 열차가 왔는데 출입문에 차량번호가 쓰여 있었다. 423이라고 쓰여 있는 차량에 들어갔더니 22번 좌석이 없고 아예 30번대부터만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422번 차량으로 갔더니 좌석번호는 맞는데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고 그 사람의 표는 422번 차량의 22번 좌석이 맞았다.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424번 차량으로 갔더니 딱 22, 24번 칸만 비어 있었다. 여긴가 싶어서 앉았고 검표할 때도 별 말이 없었다.


내 자리 즉 22번은 혼자 앉는 자리고 24번은 4명이 마주 앉는 자리였는데, 2명 표를 샀는데 그렇게 떨어진 좌석을 주다니 좀 황당하기는 했다. 4명이 마주 앉는 자리에 나머지 3명은 튀르키예에서 왔다고 했다.


그렇게 그냥 넘어가나 싶었는데 문제는 헝가리 국경을 넘으면서 발생했다. Zalaegerszeg라는 읽기 어려운 이름의 역이었는데 꽤 오랜 시간 정차를 했다. 그러더니 우리가 탄 차량이 맨 앞 차량이었는데 그 앞에 차량을 더 붙였다. 그 후 승객들이 굉장히 많이 탔는데 그중에서 우리와 튀르키예인 3명이 앉아 있는 자리의 표, 즉 424번 차량의 20번대 자리 표를 가진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 상황이 우리뿐만이 아닌 듯 많은 사람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차량이 추가되면서 차량번호가 바뀐 건가 싶어서 재빨리 짐을 싸 자리를 찾았더니 처음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423번 차량의 22, 24번 자리라는 건 없었다. 튀르키예 일행들이 승무원에게 물어보았는데 승무원이 뭔가를 말하는데 언어문제로 서로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사실 튀르키예에서부터 이 기차를 탔었는데 이런 식으로 기차가 자꾸 바뀌면서 자리도 계속 이랬다고 한다.


바로 뒤에 빈자리가 있길래 튀르키예 사람들과 그냥 앉았다. 승무원이 표 검사를 하러 오길래 표를 보여주며 우리 자리는 어디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승무원은 내가 표를 보여주기도 전에 괜찮다며 지나갔다.


우리가 기차를 탄 건 9시 반. 지금 15시에 가까우니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2시간이 남았다. 그동안 우리는 자리를 지켜 앉아갈 수 있을까.



16시 업데이트


결국 자리를 빼앗겼다.

화장실 가면서 보니까 복도나 빈 공간에서 주저 앉아 있는 사람이 꽤 많았다.

지금도 어느 역에 도착했는데 가족 4명이 앉아 있다가 같은 자리 표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서 자리를 비우는 중이다. 이런 일이 굉장히 흔한가보다.

돈 내고 자리를 예약했는데 어떻게 자리가 없지??


https://mylaw.kr


매거진의 이전글 유레일 패스로 류블랴나에서 블레드 다녀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