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May 23. 2024

국내 포털과 네트워크 로펌

제가 오랜 여행을 마치고 얼마 전에 새로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기업이 아닌 다음에야 변호사를 여러 번 찾는 개인 고객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이쪽 업계는 입소문이라는 게 있을 수도 없고, 오로지 인터넷 광고 아니면 지인이나 기존 고객 소개로 들어오는 게 대부분이죠. 광고를 하지 않으면 고객이 우리 사무실이 있다는 것 자체를 알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광고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변호사를 찾을 때 쓰는 포털검색엔진은 대개 둘 중 하나입니다. 국내 1위 업체 '그곳' 아니면 세계 1위 업체 '그곳'이죠. 편의상 이제 국내업체와 해외업체로 부르겠습니다.


국내업체와 해외업체에서 모두 10년 가까이 광고를 운영해 본 광고주 입장에서, 두 업체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이것입니다. 국내업체는 무조건 돈입니다. 돈을 많이 넣어야 노출이 됩니다. 반면 해외업체는 돈을 많이 넣지 않아도 일단 노출은 되는데, 도대체가 언제 어디에 노출이 되는지 알 수도 없고 광고비로 왜 그 금액이 빠져나갔는지도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국내업체의 광고가 참 단순하고 명료한데도 저는 국내업체 이용을 거의 포기했습니다. 왜냐하면 고객에게 사기를 치지 않으면 도저히 사무실을 정상적으로 운영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제가 있는 평택을 예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내업체의 키워드 광고는 최고가 입찰식입니다. 경쟁업체보다 10원이라도 더 많이 입찰하면 더 높은 순위로 노출이 됩니다.


평택에서 사람들이 변호사를 찾을 땐 대부분 "평택 변호사"라는 키워드로 검색합니다. 그냥 "변호사"라고 검색하면 다른 지역 사무실이 검색될 때가 많아서죠. 그런데 그 "평택 변호사"로 검색했을 때 광고가 노출되기 위해서는 모바일을 기준으로 이 글을 쓰는 현재 부가세 제외 클릭당 10만 원을 내야 합니다. 국내업체에서 키워드 광고 최고금액 제한이 딱 10만 원인데 하도 경쟁이 심하다 보니 '최소 노출 가격'도 10만 원입니다. 그러니 가령 9만 9천 원으로 입찰하면 끄트머리마저 노출이 안 되는 것이지요.


키워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하고 블로그 같은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국내업체에서 검색했을 때 처음에는 키워드 광고가 나오다가 중간에는 블로그 등 콘텐츠가 노출되는데 그중 두 개는 광고입니다. 거기도 역시 입찰식입니다. "평택이혼전문변호사"라는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제 블로그 글 하나를 노출시키려면 이 글을 쓰는 현재 모바일 기준으로 클릭 당 역시 1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이게 최소 금액입니다.


제가 지인에게 국내업체 광고비 얘기를 하면 다들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며 놀라더군요.


지도 검색도 말씀드릴까요?


지도는 좀 나은 편입니다. 제 업체의 광고가 노출되려면 최대 5천 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지도는 신규고객만 클릭하는 게 아닙니다. 기존 고객도 길 찾을 때 누르곤 합니다. 그러니 광고효과가 많이 떨어지죠.


분위기를 바꿔 요즘 유행(?)하는 네트워크 로펌 얘기를 해 보죠.


제가 여행을 마치고 평택에서 다시 사무실 문을 연다는 소식이 있자 그래도 평택에 계신 여러 변호사님들이 같이 식사도 하고 술도 하자고 하였습니다. 따지고 보면 서로 경쟁관계이기는 하나 서로 좋게 좋게 지내는 그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식사나 술자리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얘기가 '네트워크 로펌'입니다.


네트워크 로펌은 전국으로 사무실을 두고 많은 변호사를 고용해서 운영하고 있죠. 저는 처음에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단가를 낮출 수 있고 그러면 고객에게 좋은 게 아닐까,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정반대였습니다.


그들은 풍부한 자본으로 어마어마하게 광고를 합니다. 그래서 변방의 이곳 "평택변호사"도 클릭당 10만 원이 된 것이죠. 그래 뭐 돈이 많으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제가 브런치에 올린 거짓광고 사례들은 모두 네트워크 로펌에서 하는 광고들입니다. 고객들은 대형 로펌이면 체계도 잘 잡혀있고 적어도 속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실상은 온갖 거짓 말뿐이지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착수금 4, 5백이면 하는 사건을 2천만 원에 했다더라, 경미한 사건으로 경찰에서 출석요구를 받았는데 출석하면 구속된다고 했다더라, 오늘 계약하고 다음날 환불 요청을 했는데 일부 떼고 돌려주는 것도 아니라 전액 환불이 안 된다고 하더라... 이런 해괴한 사건들이 특정 네트워크 로펌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소문이 아주 많았습니다. 뭐, 영업이 어려운 변호사들의 질투심이 유발한 풍문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그런데 한 번 계산을 해 볼까요.


인기 키워드는 클릭 당 10만 원입니다. 10번 누르면 100만 원이지요. 우리가 변호사가 아니라 동네 맛집을 찾을 때에도 인터넷 검색을 해서 대여섯 번은 누르곤 합니다. 일생에 어쩌다 한 번이고 큰돈이 들어가는 소송 사건이면 어떻겠습니다. 수도 없이 검색을 하겠지요. 제 경험상 열 번 클릭이면 한 번쯤은 전화가 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화가 네 다섯 통 오면 한 명쯤은 방문을 하고, 방문 두어 번이면 한 번은 계약을 합니다.


대충 클릭 30번당 한 번 계약을 한다고 가정하면, 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미 광고비로만 300만 원을 쓴 셈이죠. 그러면 여기에 직원이나 고용변호사 월급, 사무실 임대료, 관리비, 각종 운영비, 광고대행사 수수료 등을 넣으면 원가가 됩니다. 


이런 생각도 해 보시죠. 고객이 많이 들어오면 그에 비례해서 변호사가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요? 식당으로 예를 들어 봅시다. 식당이 아주 인기가 많아도 손님을 받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테이블 수를 무한정 늘릴 수 없기 때문이지요. 테이블 수가 부족하면 가게를 늘려야 합니다. 직원도 더 뽑아야겠지요.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호사 한 명이 소화할 수 있는 사건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요즘엔 소송 하나가 거의 1년씩은 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 달에 신규 사건이 한 4건 정도, 그러니까 일주일에 1건 정도만 되어도 많이 바쁩니다. 그 정도로 수임하면 한 번에 40건 정도는 돌려야 하는 것이죠.


이제 계산이 대충 될 것 같습니다. 어마어마한 광고비를 쓰고, 사무실 운영비와 가뜩이나 비싼 변호사 월급을 주면서도 한 달에 신규 사건을 몇 건 못 맡긴다면, 고객에게는 얼마를 받아야 할까요? 


이쪽 업계에서 네트워크 펌의 장점으로 꼽는 게 사실 수임료를 많이 올려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도 수임료 만만치 않게 받고 있습니다만, 어제도 한 고객이 수임료를 물어보시더니 "확실히 대형보다는 저렴하네요."라고 하셨습니다. 신기한 일이죠. 규모의 경제가 되었다면 대형이 더 싸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요즘엔 제가 수임료를 더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결코 다른 변호사보다 싸게 수임하지 않습니다. 비싸지는 않지만 저와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더 저렴하게 수임료를 받는 변호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 제가 인터넷 포털 국내업체 이용을 거의 포기했다고 말씀드렸는데, '거의'지 '완전'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국내업체에서 검색했을 때 나오지 않으면 고객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살짝이라도 발을 담가야 합니다. 참 먹고살기 힘든 현실이지요.


이렇게 말씀드리는 저도, 이번에 사무실 인테리어를 하면서는 국내포털, 해외포털에서 찾아 헤매다가 결국엔 국내포털 키워드 광고 하는 업체에 맡겼습니다. 뭐, 방법이 있나요? 아는 데가 없는데. 제가 업체 하나를 선택할 때까지 국내포털은 수 십에서 수백만 원의 광고비 수입이 있었겠죠. 그리고 저는 아마 좀 비싸게 했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포털 검색은 공짜일까요?


https://mylaw.kr


매거진의 이전글 몰래 녹음한 통화 '불륜 재판' 증거 될까? 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