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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May 31. 2024

변호사가 돈을 줘가며 상담을 한다고요?

예전에는 변호사 상담이 무료인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상담비를 받아왔고 제 주변에도 무료 상담을 하는 변호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마 있기는 할 것 같은데 변호사 사이에서는 솔직히 좀 창피한 일이라 감추곤 합니다.


상담을 무료로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 아닐까요?


변호사에게 상담은 대표메뉴 중 하나입니다. 중국집의 자장면 같은 존재죠.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공짜로 준다면 당연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겠죠?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료 상담이 좋지 않은 이유는 그 속에는 다른 의도가 있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안 되는 소송을 무리하게 수임하거나 변호사나 법률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상담하기도 하죠. 결과적으로 고객에서 손해가 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상담비는 제가 생각해도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직원이 예약을 받았더라도 그 내용이 비싼 상담비를 낼 정도까지는 아니면 고객에게 전화하여 그냥 간단히 상담을 해 드리고 예약을 취소하곤 합니다. 아마 다른 변호사들도 비슷할 겁니다.


무료상담은 많이 없어졌지만, 요즘은 오히려 변호사가 돈을 주고 상담을 하는 때가 많습니다.


아주 해괴한 일이죠.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먹었더니 옆집 사장님이 대신 결제를 합니다. 공짜 식사는 신장개업 마케팅이겠거니 할 수도 있겠지만 난데없이 옆 가게가 돈을 내다니요? 그런데 이쪽 업계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요즘 주변에 아는 변호사가 없으면 다들 포털에서 검색을 하시죠. 그런데 원하는 정보는 별로 없고 순전히 광고뿐이라서 더더욱 어렵습니다. 게다가 소비자가 많이 찾은 인기 검색어로 찾으면 변호사가 클릭당 무려 10만 원씩이나 냅니다. 대부분 변호사 상담비와 비슷하거나 더 비싸죠.


광고비가 그렇게 비싸다는 것까지는 모르더라도 광고 보고 찾아가면 고객에게도 비싸게 받는다는 것은 많이들 아시기 때문에 요즘에는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개플랫폼은 대체적으로 세 가지 형태가 있는 것 같습니다. 


1. 고객이 먼저 상담비 2~5만 원 정도를 결제하면 시간을 정해 채팅, 전화, 영상, 방문 상담을 하는 경우

2. 고객이 자신의 상황을 올려놓으면 변호사가 그에 맞춰서 일종의 견적을 보내주는 경우

3. 고객이 자유롭게 질문을 올리면 변호사가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상담을 하는 경우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첫째, 고객이 먼저 상담료를 결제하면 채팅이나, 전화, 영상, 방문 상담을 하는 경우는 국내포털의 지** 엑***, 로*,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의 나의변호사가 대표적입니다. 이중 국내포털의 서비스는 별로 홍보를 안 하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 하반기부터 서비스 이용료를 부과하겠다는 예고가 있었습니다. 다른 직역과 달리 변호사는 유료로 알선행위를 하는 것을 법에서 금지하고 있어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로*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로*의 경우 변호사가 광고비를 내야 합니다. 분야로 검색해서 나오는 것도, 지역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것도 다 각각 광고비를 냅니다. 검색포털처럼 입찰식은 아니라 정찰제라 적게는 월 수 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내야 합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고객이 상담비를 선결제하는 시스템이니 상담을 많이 하면 광고비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쿠폰 때문이죠. 


처음 가입을 하면 2만 원짜리 쿠폰을 줍니다. 그런데 로*에 들어가면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할 전화 상담이 보통 15분에 2만 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3만 원 이상으로 올려놓으신 분들도 있습니다만, 고객입장에서 쿠폰을 쓰면 공짜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돈을 내고 상담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쿠폰은 당연히 변호사가 부담합니다. 국내 포털 서비스의 쿠폰도 마찬가지고요.


또 15분 만에 가능한 상담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시계를 보고 있다가 15분이 딱 되면 전화를 끊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추가 요금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전화상담은 그냥 변호사가 자기 사무실 전화로 하는 것이라 추가요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말이 15분이지 실제로는 무제한입니다. 15분 되었다고 전화를 끊어버리면 나쁜 별점을 받을 테니까요.


이런 시스템에서는 소비자는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변호사는 상담비를 못 받는 정도가 아니라 거꾸로 돈을 내고 상담을 해 주는 식이 됩니다.


이게 문제라 변호사협회와 갈등이 많았습니다. 결국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거의 유사한 나의변호사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비영리단체 특성상 어마어마한 돈을 내야 하는 포털 광고를 하지 않으니 이용자가 별로 없습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사실 나의변호사 서비스에서 들어오는 고객이 제일 반갑겠죠.


둘째, 고객이 상황을 올려놓으면 변호사가 일종의 견적을 내는 시스템은 대표적으로 로**과 *고가 있습니다. 시스템은 서로 비슷한데 로**은 공급자가 오로지 변호사만 있고, *고는 변호사에 특화된 서비스가 아닙니다. 저도 이사를 가거나 레슨을 받을 때 *고를 이용하곤 했습니다.


두 서비스 모두 고객은 무료로 사건을 올릴 수 있고 변호사가 답변을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것은 유료입니다. 이용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거기에 뭔가를 올리면 정말 한 이틀 동안은 어마어마하게 전화가 오고 메시지가 날라옵니다. 로**의 경우 그렇게 고객과 연락을 메시지 한 번 보내려면 내야 하는 돈은 보통 몇 만 원 수준입니다. 꽤 비쌉니다. 몇 천 원인 때도 있는데 그건 사건을 수임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들입니다. 가령 "친구가 자전거를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아요"같은 건데, 거기에 답변을 하려 해도 변호사가 돈을 내야 합니다.


*고는 변호사를 위한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견적'을 보내는 식인데 사실 이용하기가 좀 불편합니다. 여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거의 대부분 '상담해 보고 선임 결정을 하겠다'거나 '채팅 상담'을 원합니다. 그럴 거면 그냥 아무 변호사 사무실이나 전화해서 상담해 보고 결정하면 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채팅 상담은 고객에게는 무료지만 변호사는 돈을 냅니다. 그래야 채팅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니까요.


셋째, 고객이 질문을 올리면 변호사가 댓글을 다는 식의 시스템은 대표적으로 국내포털 **인과 로*이 있습니다. 국내포털 **인은 질문을 올리면 랜덤으로 등록된 변호사들에게 뿌려집니다. 국내포털의 서비스는 변호사의 경우 단 1명만 답변을 달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광고를 막아보려는 것 같습니다. 저도 순진하게 몇 번 답변을 해 봤습니다만 이제는 거의 마케팅 업체가 장악해서 진짜로 궁금해서 올라오는 질문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질문이 랜덤으로 배정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들 아시겠지만 현실은 그냥 다 광고입니다.


로*의 경우 변호사가 무료로 답변을 달 수도 있습니다만 무료로 이용하는 변호사의 답변은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고 고객에게 알려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답변이 고객에게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돈을 내야 합니다.


요즘 상황이 이렇습니다.


예전에는 대형로펌은 주로 기업 고객을 상대했고 저같이 변호사 한 명 혹은 몇 명에 사무직원이 있는 사무실들이 개인 고객 사건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대형로펌도 개인 고객을 상대합니다. 그래서 포털에는 자본이 풍부한 대형로펌 광고로 도배가 되어 있죠. 정보의 질도 굉장히 떨어져서 블로그든 심지어 유명 일간지의 기사도 그저 마케팅 업체에서 검색이 잘 되니 아무 말이나 써 놓은 것들만 검색됩니다. 그렇게 검색되게 하기 위해서 변호사나 법무법인에서 지출하는 돈은 대개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제가 변호사니까 변호사 업계만 말씀드렸습니다만, 아마 다른 업계도 비슷할 겁니다. 


이게 소비자를 위해 좋은 일일까요? 저는 경쟁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이 있어야 소비자가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돈으로 경쟁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오로지 광고비를 더 많이 넣은 공급자만 고객에게 알려질 기회를 얻게 된다면, 소비자는 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마트 매대에 내 상품을 보여주려면 매출의 3~40%를 내야 하고, 포털에 내 사이트를 보여주려고 클릭 당 10만 원씩을 내야 한다면 소비자에게는 도대체 얼마를 받아야 할까요?


실제로 요즘 변호사비 많이 올랐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너무 염가로 수임하는 게 문제였는데 이제는 상담을 하려면 거꾸로 변호사가 돈을 내야 하고, 광고비도 어마어마하게 늘었으니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렇다고 서비스 질은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광고비를 많이 쓰는 로펌에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기껏해야 월급 정도입니다. 변호사는 10년 차가 넘어가도 안 해 본 것,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경험이 많고 그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는 돈을 많이 줘야 하니 이제 막 자격증을 딴 사람을 데려다가 무슨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인 것처럼 광고만 합니다. 


광고비를 많이 지출하지 않는 저 같은 변호사들은 어떨까요? 저도 솔직히 예전보다 수임료를 올렸습니다. 사무실 운영 비용은 늘어났는데 고객은 줄어들고 근처 대형로펌에서는 몇 년 차 되지도 않는 변호사를 고용해 저보다 수임료를 몇 배 씩 더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수임료를 올릴 수밖에요.


그래서 변호사 수를 늘리면 소비자에게 더 좋아질 줄 알았던 법률시장이 실제로는 가격만 올라가고 서비스 질은 떨어졌습니다.


광고비를 많이 받은 포털은 광주에서 변호사를 검색한 사람에게 서울에 있는 법무법인 광고를 띄워줍니다. 고객에게 맞는 광고를 띄워주는 게 아니라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낸 광고를 띄워줍니다. 그게 포털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요?


변호사처럼 진입장벽이 아주 높은 업종도 이런데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과 소상공인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습니까.


저는 포털광고가 단순히 순위 입찰식이 아니라 적합한 광고만 랜덤 노출식으로만 바뀌어도 자본 경쟁이 아니라 서비스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급격히 올라간 변호사 수임료도 정상적으로 바뀔 수 있겠죠. 또 필요한 걸 검색해도 내용도 없는 광고만 나오는 지금 상황이 개선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하소연이 길어졌는데요.


변호사를 선임하실 때 팁이라기보다는 당연한 말씀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싸면 싼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비싸다고 비싼 이유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https://myla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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