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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Jun 19. 2024

낮에는 조용하고 밤에는 활기찬,  치앙라이

치앙라이 여행을 계획하기까지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고 치앙라이로 갔습니다.


관광지로는 인기가 있는 곳은 아닙니다만 굳이 치앙라이로 간 것은 시간도 좀 남고 항공권도 쌌기 때문이었습니다.


동남아를 길게 여행하다 보면 동선을 짜기가 참 힘든데요. 나라들이 세로로 길기 때문입니다. 캄보디아 외에는 태국이나 베트남, 라오스 모두 한국인은 무비자로 출입이 가능하지만 국경을 넘을 때마다 심사를 받는 게 귀찮기도 하고, 국내에서 다니는 것보다 국경을 넘을 때 비용도 비쌀 때가 많습니다. 나라가 바뀌면 적응이 잘 안 되기도 하고요.


동남아 여행을 처음 계획할 때 사실은 라오스를 포함했는데요. 일단 너무 비쌌습니다. 제가 20년 전 중국에 있을 때 라오스는 '싼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더군요. 가는 것도 비싸고 가서도 비싸고 돌아오는 것도 비싸서 그냥 뺐습니다.


저는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물가가 쌀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고, 또 캄보디아를 여행하면서 그게 짧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조업 기반이 없어 많은 것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나라에서는 물가가 비쌌습니다.


아무튼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태국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친구와 방콕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일단 방콕으로 항공권을 예매했습니다. 그러고서는 치앙마이, 빠이, 끄라비를 가고 싶었는데 동선이 잘 안 나오더군요. 물론 돈이 넉넉하다면 그런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만 한 푼이 아쉬우니까요. 그래서 이런저런 검색을 해 보다가 제가 계획한 날짜에 방콕에서 치앙라이로 가는 항공권이 굉장히 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니 사실은 제대로 알고 간 것이라기보다 그냥 싸길래 가기로 하고 나중에 뭘 봐야 하나 하고 알아봤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치앙라이 분위기와 교통


치앙라이는 굉장히 조용한 도시입니다. 특히 낮에는 길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금방 이유를 알겠더군요. 더워도 너무 더웠습니다. 햇빛이 따가울 정도로 더웠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면 금방 선선해져서 다니기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저녁 시간에 길에 사람이 많았습니다. 낮에는 다들 실내에 있나 봅니다.


대중교통은 굉장히 열악하고 구글지도는 잘 안 맞습니다. 저희가 가려던 곳이 숙소에서 한 4~5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길래 동네 구경도 할 겸해서 구글지도를 보고 걸어갔는데 길이 아예 중간에 없어지더군요. 업데이트가 잘 안 된 것인지 아니면 사람 다니는 길과 자동차전용도로를 구분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구글지도를 전적으로 의지하면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저희도 한 번 당하고 나서 그냥 그랩으로 이동했습니다. 그게 편합니다.


이 동네 분위기는 뭐랄까요, 엄청 관광지스럽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깡시골은 아닙니다. 뭔가 굉장히 배낭여행자가 좋아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숙소도 깨끗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롭고, 식당이나 가게들도 뭔가 히피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곳이 좀 됩니다. 그래서 조용하게 지낼만한 것 같은데, 사실은 대단스러운 볼거리는 딱히 없기 때문에 한국인들처럼 휴가를 길게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치앙라이만을 바라보고 놀러 오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왓 룽 쿤, 눈꽃사원, 백색사원


온통 흰색으로 칠해놓아 정말 눈꽃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가 있는 곳입니다. 관광객이 정말 많고,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불교 사찰이라고는 하지만 신심이 깊으신 분이 오시면 많이 실망하실 것 같긴 합니다. 사찰보다는 불교적 요소가 있는 테마파크게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시설이라고 하기에는 불교와 아무 상관없는 해외 유명인이나 유명 캐릭터들을 전시하고 있고, 또 가난한 사람이 기도드리러 오기에는 입장료가 너무 비쌉니다. 그러니 그냥 관광객을 위한 테마파크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겁니다.


직원들이 불친절한 것으로 굉장히 유명하고 출입구가 굉장히 혼란스럽습니다. 소문과 달리 대부분 직원들은 친절했는데 큰 건물에 있는 남자 직원분은 소문대로 굉장히 불친절합니다. 나름대로 불교 사원을 테마로 하고 있으니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합니다만, 문제는 신발을 갈아 신을 수 있는 곳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대체 어디에서 신발을 벗어야 하는지, 신발은 손에 들고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따로 보관 장소가 있는 것인지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막상 손에 신발을 들고 들어가면 소리를 지르는 한 아저씨가 있습니다. 돈은 돈대로 받으면서 그런 취급까지 받아야 하면 별로 기분은 좋지 않겠죠.


건물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사진 스폿이 굉장히 많습니다. 어디를 찍어도 배경이 흰색이라 사진이 잘 나옵니다. 그래서 길을 가다 말고 멈춰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다들 관광객이라서 그런지 서로 짜증을 내지 않고 오히려 사진 찍는 것을 도와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베트남의 판시판 역시 정상 부근에 대기업에서 불교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를 조성해 놓았습니다만, 거기는 서로 도와주거나 양보를 하지 않고 자기가 사진을 찍기 위해 다른 사람은 손으로 밀어버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태국은 관광객이 워낙 많아서인지 아니면 베트남보다는 사람들이 여유가 있어서인지 그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아직 공사 중인 시설이 많고 편의시설은 잘 갖춰져 있지 않으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어도 또 어디를 들어가려면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관광지라서 이해는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물가가 태국의 다른 곳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부지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다리가 많이 아픕니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워 저희도 그랩을 이용했습니다.


왓 롱 쑤어 텐, 블루템플


왓 롱 쿤과 달리 여긴 온통 파란색입니다. 부지는 훨씬 아담하고 저희가 갔을 때에는 입장료가 없었습니다. 한창 공사 중이라서 약간 어수선하긴 합니다. 관광객은 별로 없고 한국인 관광객은 더더욱 없습니다. 아이스크림이 유명한데 호기심에 사 먹어보니 나름 괜찮긴 했습니다.


뽕쁘라밧 온천


여기는 잘 알고 간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치앙라이에 며칠 있다 보니 심심해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근처에 온천이 있길래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시설이 굉장히 넓고 크고 심지어는 쌌습니다. 온천물도 괜찮았고요.


온천 입구에 마사지를 하는 곳이 있는데 태국의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아주 저렴해서 그런지 이용이 어렵긴 했습니다. 이용하신 분들의 평이 꽤 좋았는데 예약이 가능하다면 예약을 하거나 아니면 온천에 들어가기 전에 현장에서 먼저 예약을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보이는 건물로 들어가니 이미 만석이라며 다른 곳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온천장이 한 곳이 아니었던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안내받은 다른 곳으로 갔더니 좀 허름한 건물이었고 이용료도 약간 비쌌습니다.


제가 이용한 시설은 모두 프라이빗룸으로 되어 있는데, 일본 온천을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시멘트로 만든 욕조 비슷한 공간인데 물이 이미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용할 때 손님이 알아서 물을 받으면 됩니다. 그러니 물은 깨끗할 것 같긴 합니다만, 시멘트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시설이 아주 낡긴 했는데 손님이 한 번 이용하면 바로바로 청소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수질은 예상외로 좋았고 욕조가 깊은 데다가 물도 알아서 조절할 수 있으니 좋았습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니까 저희가 좀 오래된 시설로 들어갔던 것 같고 새로 만든 곳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온천 근처에 저수지 혹은 호수가 있는데 꽤 큽니다. 온천을 하고 나서 산책하며 몸을 식히기 좋았습니다.


문제는 교통입니다. 온천에 갈 때는 어차피 그랩이나 택시를 타고 가니까 문제가 없는데 돌아갈 교통편이 없습니다. 그랩도 안 잡힙니다. 그래서 갈 때 기사님께 돌아갈 시간을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님이 빈 차로 놀고 있을 리 없으니 많이 늦게 오셨고, 혹시나 안 오는 게 아닐까 싶어서 좀 초조했습니다.


야시장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의외로 넓고 여러 곳입니다.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공연을 합니다만, 특히 노래 공연은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수준이긴 했습니다. 노래를 너무 못 부릅니다. 전통 춤 공연 비슷한 것도 있기는 했는데 조금 어설펐지만 그건 볼만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동호회 같은 데서 나와서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또 혼자 기타 치고 노래하시는 분도 있는 걸 보면 상인회 같은 데에서 돈 주고 섭외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습니다.


대부분 음식을 파는데 상점 수가 엄청난 것에 비해 음식은 비슷합니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빈자리를 찾는 게 어려운데 음식을 시키니까 알아서 자리를 만들어 줬습니다. 후불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냥 먹고 도망가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만, 아마 그런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후불제였겠죠.


천막이 있는 자리도 있고 없는 자리도 있습니다. 저희는 천막이 없는 자리였는데 한참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비가 왔습니다. 살살 내기길래 덥기도 해서 그냥 비를 맞고 있었더니 가게 점원이 와서 서둘러 자리를 옮겨 주었습니다. 괜찮다고 했는데 안 된다고 굳이 옮겨야 한다고 해서 옮겼더니, 과연 곧 비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더군요.


야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가격이 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다시 갈 것인가


좀 애매합니다. 치앙라이는 낮에는 조용하고 밤에는 활기찬 재미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오래 머물기에는 너무 심심하고 당일치기만 하기에는 많이 아쉬운 곳입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대부분 치앙마이에서 머물면서 당일치기로 눈꽃사원 정도를 보고 가십니다만, 치앙마이에서 꽤 멉니다. 눈꽃사원만으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야시장과 온천도 한 번쯤 경험해 볼만은 하고, 그러면 최소 1박이나 2박은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말 일 년에 한 번 어쩌다가 길어야 4~5일이나 휴가를 낼 수 있을까 말까 하는 한국인들은 쉬는 것도 전투적으로 쉬어야 하기 때문에 선뜻 추천해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치앙마이가 볼 건 더 많거든요. 그러니 그래도 한 달 정도는 여행을 하는 사람이면 머물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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