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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Jul 02. 2024

법원이 SK 최태원 회장의
확정증명 신청을 거절한 이유

SK 최태원 회장이 항소심 법원에 확정증명을 신청하였는데, 법원에서 거절하였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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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보고 이혼전문변호사로서 저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고객으로부터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법률 사무를 수행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상고를 하였는데 확정증명을 신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확정증명은 말 그대로 판결이나 결정이 '확정'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판결이 '확정'되어야 확정증명원이 나올 수 있습니다. 


확정증명원은 법원에 가서 신청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그냥 전자소송 사이트에 들어가서 신청합니다. 클릭 몇 번에 인쇄까지 할 수 있는 데다가 우체국이나 은행에 가서 인지를 사다가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으니까요.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확정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법원 민원실 제증명 창구에 가서 신청합니다. 보통 바로 발급이 됩니다만 간혹 사건 기록이 넘어오지 않았다거나 전산 처리의 문제로 바로 발급이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항소나 상고를 하였는데도 확정증명을 신청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건 변호사가 아니라 변호사 사무실 사무직원도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이쪽 업계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확정이 되지 않은 사건에 확정증명을 발급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말이 안 되겠죠.


그러니 상고를 한 당사자가 확정증명을 신청하였다는 말은 주변에 법률전문가가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경정결정에 대한 확정증명을 신청하였다면?


최근 뉴스를 보니 이 사건에서 결정결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판결에 대한 경정결정은, 이미 선고된 판결에 대해 오기나 잘못된 계산 등 명백한 오류가 있을 때 판결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원이 판결서의 기재를 정정하는 결정입니다. 법원의 착오일 때도 있고 당사자가 처음부터 소장 등에 잘못 기재한 것이 중간에 정정하지 않고 그대로 판결에 나왔을 때도 하게 됩니다. 자주 있는 일로 저도 최근에 주소 오기가 있어 가처분 결정에 대해 결정결정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상황을 정말 선해해서, 만약 항소심 판결이 아니라 '경정결정'에 대해서 확정증명을 신청하였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그런데 경정결정은 본판결과 일체가 되는 재판입니다. 쉽게 말해서 본 판결문과 경정결정문은 하나의 세트가 됩니다. 그래서 가령 강제집행을 신청하려고 집행문을 받으려면 판결문뿐만 아니라 경정결정문도 같이 넣어서 신청해야 합니다. 


경정결정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판결에 대해 적법한 항소가 있는 경우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없습니다(민사소송제 제211조 제3항). 


이 사안은 경정결정이 있기는 하였지만 본판결에 상고가 있었기 때문에 즉시항고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판결이나 결정이 확정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상소 등 불복절차가 없어 판결이 변경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이 사건의 경정결정은 확정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경정결정은 본판결과 일체가 되는 재판이어서 본안에서 상고의 대상이 되는 판결은 결정된 판결입니다. 그러니 경정결정 자체가 확정되었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논리적인 모순입니다.



이혼을 확정해 달라는 취지라는 것은 오해일 듯


기사에서는 최 회장이 '두 사람의 혼인 관계가 끝났다는 사실은 확정 지어 달라는 입장을 내비친 것 아니냐'라는 관측이 있다고 하지만, 이건 확정증명 신청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혼 소송 중에 이혼만 확정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종종 있긴 합니다. 부자들에게는 별로 해당하지 않지만 소송이 오래 걸리면 특히 한부모가정 혜택을 받기 위해 이혼이라도 우선 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법원은 중간판결로 이혼만 우선 판결을 할 수도 있고(민사소송법 제201조), 아니면 조정으로 일단 이혼만 우선 확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혼을 먼저 확정하고 싶었으면 중간에 조정을 해달라거나 중간판결을 내려달라고 했을 것이지 엉뚱하게도 확정증명이라는 증명서를 발급신청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증명서를 판사가 발급하는 것도 아닌데요.



법원에서 발급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발급 신청이 잘못된 것


기사에서는 법원에서 발급을 거부한 것처럼 되어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발급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발급이 안 되는 증명서를 발급 신청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감을 신고한 적이 없는 사람이 주민센터에 가서 인감증명 발급을 신청하면 담당공무원이 뭘 할 수 있을까요? 그냥 "인감이 신고 안 되어 있는데요?"라고 하겠죠. 


마찬가지로 확정이 안 된 사건에 대해 확정증명원을 발급해 달라고 하면 법원 공무원은 "확정이 안 되었는데요?"라고 할 겁니다. 이런 것도 법원의 '거부'라면 거부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절한 표현 같지는 않습니다.



대체 왜 확정증명 발급 신청을 했을까?


그런데 대체 왜 나오지도 않는 확정증명을 발급받으려고 신청한 걸까요?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만, 담당 법무법인이나 변호사, 혹은 사무직원의 업무미숙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 외에는 정말 이유를 도통 모르겠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과 쟁쟁한 변호사들이 있을 것인데 이런 기초적인 업무에서 실수가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특히 돈이 아주 많으신 분들이 잘 모르는 게 하나 있습니다. 기업 자문을 주로 하는 대형로펌 변호사는 소송 경험이 별로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업 사건을 하듯 이혼 사건을 맡기면 이런 초보적인 실수가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가사 사건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신 분이 대형로펌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사건이면 그런 곳에 맡기는 게 좋았겠죠. 


제 생각에는 설마 변호사가 발급을 신청하라고 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사무직원이 실수로 신청을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직원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 판결(결정) 문 재발급에 '1' 표시를 해야 하는데 실수로 확정증명원 발급에 표시를 했을 수도 있죠. 신청서가 같으니까요. 그런데 판결(결정) 문도 재발급받을 일이 없었을 것인데... 하는 의문은 있습니다.



소송을 주로 하는 변호사로서의 허무함


요즘 변호사 시장이 참 어렵습니다. 제 생각에는 변호사가 많이 배출돼서 어렵다기보다는 일부 네트워크 로펌들이 어마어마하게 광고를 쏟아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소비자에게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런 곳은 대개 저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금액으로 바가지를 씌우곤 하거든요.


저 기사를 본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세상에 저런 곳도 수임을 하는데 우리 사무실엔 왜 이렇게 손님이 없지?


저도 사람이니 실수는 있습니다만, 확정 안 된 사건에 확정증명원을 신청하는 실수는 글쎄요, 너무 기초적인 것이라 이런 실수가 나오긴 어렵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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