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기업에서 직원을 계약직보다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좋고, 또 한 번 채용한 직원은 오랫동안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직원을 단기간으로만 고용하거나 기존 직원을 사실상 해고하도록 지원금까지 주며 유도하고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이죠.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사무실에는 사무직원이 필요한데, 사실 형사사건을 거의 하지 않는 사무실 특성상 사무직원의 일이 아주 간단합니다. 그냥 사무실 청소나 정리, 전화받기, 손님 응대, 문서 오타 체크 정도죠. 전화라고 해봐야 하루에 몇 통 오지도 않고, 손님도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습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사무실을 지키거나 대기하는 데 보냅니다. 급여가 적다는 것이 꽤 치명적이지만 그래도 업무 강도가 낮다는 것은 장점이죠.
그래서 풀타임보다는 주로 법원에 출석할 일이 많은 10시에서 4시 정도 사이에만 사무실을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냈다가 다시 데리러 오기에 딱 좋은 시간이죠. 찾아보니까 경력단절여성을 인턴으로 채용하면 구직자에게도 지원금을 주고, 사업주에게도 지원금을 준다고 하기에 괜찮다 싶어서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고용보험이야 직원을 채용하면 당연히 가입해야 하지만, 저희 같은 신규 사업장에서 처음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라면 고용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채용하면서 가입하니까요.
제도가 이렇게 설계되었다는 것이 너무 이상해서 관계 기관에 물어봤습니다.
"저희는 직원이 한 분만 필요한데, 그러면 일단 직원을 채용하고나서 그분이 나가주시면 새로 채용할 때 지원금이 나오는 건가요?"
놀랍게도 대답은 "네"였습니다.
고용보험 기가입 사업장에게만 지원금을 주면, 사업주가 고용보험 가입을 위해 일단 한 명을 단기로 채용하고 나서 그 직원이 나갈 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사업주는 반드시 계약직으로 채용으로 하거나 해고를 해야 합니다.
경력단절여성 인턴 외에도 다른 고용촉진을 위한 지원금들도 비슷했습니다. 대부분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새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직원이 없었던 사업장에서 새로 직원을 채용하려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고용보험은 의무가입이라 일정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원을 고용하고도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사업장을 단속해서 처벌이나 불이익을 주어야 하는 것이지, 직원이 없어서 새로 채용하겠다는 사업장은 왜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사업주 입장에서는 기존 직원을 해고하거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새로 지원금이 나오는 대상자를 채용하면 또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건 정부에서 지원금을 줘 가면서 단기 계약직이나 해고를 유도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저희 같은 사업장은 사실 직원이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직원을 고용하기엔 일이 너무 없고, 그렇다고 또 직원이 없으면 좀 불편한 건 사실이니까 참 애매합니다. 이럴 때 보조금이 있다면 일단은 고용을 해 보자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저는 예전에도 지원금을 받아 직원을 고용해서 5년 이상 고용을 유지했습니다. 지원금은 몇 달 나오지 않지만 사실 일단 채용을 하고 나면 시킬 일이 별로 없더라도 그만 나오라고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고용촉진을 위한 지원금은 사실 기존에 직원을 고용하지 않았던 사업장이나, 기존에 직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가로 직원을 고용하는 사업장에 지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엉뚱하게도 기존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에만 지원금을 지급하고, 또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는지 기존 직원을 해고하고 고용하는 지와 관계없이 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사업주는 지원금을 위해 장기간 고용을 꺼리게 됩니다.
사업주를 해 보시거나 근로자를 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이 정책을 만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