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참 귀찮은 달이다. 일상은 어제와 달라진 게 없는데 연도가 바뀌면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감이 있다. 3년째 꾸준히 다니고 있는 요가반에도 1월이면 신입회원들이 의욕 넘치는 눈망울로 곳곳에 포진해 있다.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의지 가득한 그들을 보며 오늘은 몇 분 뒤에 앓는 소리가 나올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클래스 특성상 중고? 회원이 더 많기 때문에 요가 진도는 상당히 빠르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고강도의 요가 동작에 칼군무는 커녕 순서 따라잡기도 벅차 몇몇 동작은 생략하는 신입 회원도 보인다.
나도 첫날에는 선생님보다 옆사람을 더 많이 봤다. 곁눈질로 따라 하기 급급하던 시절이었다. 그랬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제법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있다. 요가 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면 우습겠지만...
이런저런 딴생각에 빠져 영혼 없이 수업에 참여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옆사람과 진도 못 맞추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 신입 회원이 보인다.
다운 독 > 플랭크 > 팔 굽혀 눕기 > 코브라 동작하는 타이밍인데 플랭크 단계에서 멈춰있다. 요가 선생님의 구령과 멘트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플랭크 자세에서 그대로 얼음 상태다.
'아, 순서를 놓친 것 같은데... 말해줘야 하나? 바로 옆 사람이나 앞사람이라도 좀 보고 따라 하지. 플랭크 힘들 텐데. 왜 저렇게 열심히 하지? 선생님도 본 것 같은데, 직접 알려주시면 좋겠다'
근데 나도 참 오지랖이다. 고작 몇 초 사이에 별 생각이 다 든다. 틀린 것을 보면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처럼, 정정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플랭크 넘어간 지 오래라고 알려주고 싶다.
불편한 감정이 생기자 이제는 선생님을 찾게 된다. 불안한 시선을 담아 선생님을 응시하자 언제나 그렇듯 선생님은 동자승의 근심 걱정 없는 온화한 표정으로 다음 동작 진도만 뺄 뿐이다. 이상하다. 동작이 너무 튀어서 분명 선생님도 보았을 텐데, 그냥 넘어간다. 그렇다. 별일 아니다.
나만 별일 인양 호들갑 떨고 있었다. 신입 회원은 그 순간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플랭크에 몰입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나만 전전긍긍하며 혼자 못 따라오는 회원을 불안하게 보고 있었다. 정작 내 동작에는 집중도 못하고 머리에는 잡념만 가득한 채로 말이다. 요가는 섬세한 운동이다. 마음의 눈으로 발가락 손가락, 척추 한마디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신입 회원님이 플랭크에 몰입하고 있을 때 나는 잡념과 오지랖에 집중하고 있었다.
요즘 잠을 자려고 눈을 감고 있으면 회사에서 있었던 기분 언짢았던 대화, 배송이 늦어지는 택배, 내일 있을 회의시간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등등 떠도는 잡다한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많다. 잠을 자려고 누웠으면 잠자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본질보다 주변 곁다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그렇다. 요가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동작은 몸과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일 뿐. 나에게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에 또 잡생각으로 채우고 있었다.
가끔 순서가 틀리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동작이 틀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순간의 자신에게 몰입하고 집중하는 일이 중요하다. 신입회원도 하고 있는 몰입의 요가를 중고 회원인 나는 잊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전전긍긍하며 낭비하지 말고 내게 집중해야겠다. 옆사람이나 미래의 일은 잠시 넣어두고 지금 이 순간 잠깐이라도 내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