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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아 Sep 03. 2020

01.나는 왜 사업을 하(고자 하)는가

이 시대 정신은 현실이라는 실험실에서 가설을 증명하는 과감함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앞으로 인생 계획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면, 내 대답은 항상 한결 같았다. 


"어 나는 나중에 창업할거야."


이 대답은 무작정 세상의 쓴맛을 보려 내던져졌던 사기업 초년차에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좀더 찾아보려고 시도했던 대학원 석사 시절에도, 안일하게 공공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더 전문가적인 지식과 명예를 얻으려 박사과정을 하던 시절에도 똑같았다. 내가 그런 대답을 할 때면 사람들은 "니가?" 하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그런 계획을 갖고 있는데 왜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반응이었다. 


나에게 창업은 내가 좋아하는 시들의 표현을 빌자면, '몹쓸 동경'이자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었다. 어릴 때는 정말로 어떤 감상적인 이유에서 창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 저 고통받는 직장인처럼 남의 일을 대신해주다가 인생을 마감하지 않으리.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삶을 살리. 물론 창업이란 돈키호테의 풍차처럼 그렇게 마냥 멋들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말로는 창업을 할 거라고 하면서도 계속 다른 일을 하면서 미루어만 온데는 그런 감상이 아닌 현실적인 돌파력을 갖기 위해서였다. 현실적인 돌파력을 갖기 위한 여러 경험들을 적립하면서, 내 직관은 늘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때가 아니다...'


인생을 꽤 많이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는 서른 중반의 지금, 이제야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도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것을 찾았고,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나의 아이디어에 전력투구하고 매진할 수 있는 주변의 환경과 기회가 차츰차츰 준비되었다. 세상에서 분연히 일어서야 하는 때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자전하다가 어느 순간 사람들의 관심사의 축과 겹쳐진 시기라고 생각한다. 짧으면 짧을 일식이다. 그 기간 동안 전력을 다해 나의 가설을 실험해 볼 것이다.


나는 내가 인생에 태어난 이유를 오래도록 생각했다. 이제야 정리한 나의 답은, 내 인생은 나만의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정당한 방법으로 증명하고, 그 가설을 세상에 일반화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내가 인생에서 전율을 느꼈던 순간은 내 아이디어가 작게나마 실현되었을때 뿐이었다. 사람들이 내가 제안한 서비스명을 원래 있었던 이름처럼 당연한듯이 불러주고,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기발하다고 말해줄 때만이 행복했다. 현실에 아이디어가 발을 붙이려면 수많은 고생과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지만, 그 과정은 새로운 것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 파고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다. 나를 파괴하지 않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뿐이다. 


나도 그랬지만, 주변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실험실에 머문다. 물론 실험실 역시 실용적인 것을 제안할 수도 있지만 실험실의 맹점은 너무도 자주, 현실을 외면한 자들의 편리한 눈속임 속에서 자기만족을 위한 결과물이 양산된다는 점이다. 내 심증은 이것이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실리보다는 명분을 추구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유교정신에서 우러나온 것처럼 모두들 긴 가방끈을 늘어뜨리고 글공부에 매진하지 않는가. 


이 시대의 정신(Zeitgeist)은 현실이라는 실험실에서 가설을 증명하는 과감함이다. 


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세상에 뛰어들어 현실을 돌파하자. 인생은 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있는 것이다.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에 파묻혀서 안락한 침대를 꿈꾸는 달콤함에 젖어있기에 인생은 너무 소중한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진지함을 냉소한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비장해져야 하지 않을까? 결국 '무'로 돌아갈 뿐인 허무하고도 무서운 운명을 지닌 우리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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