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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아 Feb 23. 2023

2. 모든 것이 되는 방법

FOMO를 느끼면서도 설레는

'모든 것이 되는 방법'이라는 책이 있었다. 제목을 보자마자 내 얘기라고 생각했었다. 내 인생은 수많은 갈래로 붓칠이 칠해진 액션페인팅과 같았다. 한 가지 우물만 파는 것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내 시야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새로운 우물을 발견할 때, 그것이 기존의 지식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알게될 때 희열을 느꼈다. 한 가지에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만이 능력을 인정받고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세상에서, 이것은 밥벌이하기 힘들거나 환영받지 못할 위험이 있는 다소 불우한 성향이었지만.


그러한 위험을 감내하고서라도 '모든 것'을 꿈꾸었던 것은 바로 그 수많은 connecting the dots가(스티브 잡스가 말한 것처럼) 혁신적인 솔루션을 떠올리게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이전에 우리가 살던 세상과는 다른 곳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내게는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최고로 멋진 가치로 느껴졌다. 


지금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은 어떤 서비스 이름이 내 머릿속에서 나와서, 종이 위에 적히고, 사업계획서에 타이핑되고, 직원들의 개발용 컴퓨터에서 사용되고, 광고에 나오다가, 마침내 어떤 얼리어답터의 핸드폰에, 이윽고 수많은 사람들의 핸드폰에 설치되는 것. 작은 아이디어가 거쳐가는 이런 일련의 여정은 정말 감동적이다. 해커톤에서 이 여정의 몇 단계를 겪어보았던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게으름과 무슨 관련이 있냐는 의문이 들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존에 없던 솔루션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한 걸음 물러나 큰 그림을 보는 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에 코를 박고 너무 성실하게 일하고 있으면 숲은 보지 못하고 빽빽한 나무밖에 보지 못한다. 실제로 내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도 늘 산책을 하거나 샤워를 할 때이다. 머리에 신선한 바람이 부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아르키메데스처럼 목욕을 하다가 '유레카!'라고 외치게 될지도 모른다. 


'미래는 이미 현재에 만연해 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현실 속에서 이미 만연해 있는 미래의 단서를 발견해 낸다. 그리고 미래에 부족한 것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관찰력과 수집력이 필요하다. 더 많이 관찰하고 수집해야 한다. 꼭 성실하게 주어진 공부와 일을 하는 것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누워서 TV를 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 눈을 감고 멍때리는 게으름이어도 좋다. 그러면서 어떤 연결점을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것이다. 게으른 천재들은 실제로 그렇게 살지 않을까?


구상을 마치면, 실행을 시작한다. 이제 실행에 드는 시간과 노력과 자원은 대폭 절감되었다. 우리는 실로 너무 재미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구나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트렌드 속에서 fear of missing out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것들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생각하면 또 동시에 너무 설레는 그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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