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엔가 <개소리에 대하여>(해리 G. 프랭크 퍼트)의 책을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순전히 제목에 끌려서였다.
책이 도착하고 반가웠다. 우선 손바닥만 한 책 크기와 몇 시간이면 읽어버릴 것 같이 얇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뭔가 수상하긴 했다. 작고 가벼운 물질적인 것과는 다르게 표지나 디자인에서 풍기는 중압감이라 할까... 가벼움이 주는 그 심연이 궁금했다. 책 외모에서 이런 느낌을 받긴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 개소리에 대해서가 궁금했다.
첫 페이지를 펼치고부터 한 두 장 넘기다가 그야말로 '이 뭔 개소리야'라는 말이 나왔다. 어려웠다. 꼼꼼히 읽어야 했다.
정치 문화 사회 등을 아우르며 철학적 의미와 심리적 의미를 망라한다. 개소리를 이렇게 심층분석할 일인가 싶겠지만 개소리보다 더 우리와 밀접한 말뭉치가 있을까...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책은 서두에 '우리 문화에서(...) 개소리가 너무 만연하다는 사실이다.'라고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는 그런 가운데 살고 있지만 그것을 잘 구분할 줄 아는 지각을 가졌다고 자만하여 개소리를 만만하게 보고 탐구의 대상에 올려놓지도 않는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개소리의 개념 구조를 개략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목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개소리, 재벌들의 개소리를 빗대어 누가 누가 잘하나, 누가 더 뛰어난 개소리 예술가인지 장기자랑처럼 보인다고 비판한다.
언제부턴가 마동석 님의 팬이 되었다. 그의 팬카페에 가입하지를 않나 그의 영화, 시리즈 죄다 끌어다 볼 정도로 팬이 되었다. 그의 캐릭터가 맘에 들기 시작한 것은 내가 개소리가 난무한 문학단체에서 나도 개소리를 해야 할 때 정의와 비열함 사이에서 갈등이 최고조였을 때 그의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사이다'였다. 나의 상황과 영화의 상황은 공통되는 부분이 없었는데도 그냥 답답한 가슴이 뚫렸다. 그래서 '범죄의 도시'를 다 꺼내 봤다.
그 이후로도 나는 어떤 일로 답답하면 마동석 님의 영화를 꺼내 본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거의 마음 졸이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어 좋다. 주인공이 시련을 겪지 않아도 되고 겪더라도 별것 아닌 것처럼 해결해 주거나 두들겨 패 줄 것을 알기에 몸근육을 쓰며 긴장하지 않아도 되어 좋다.
어제는100억씩 탈세하는 기업가의 세금을 받아내는 내용인 <38사기동대> 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봤다. 이 시리즈는 가당찮은 개소리들을 늘어놓으며 법을 외면하고 법 위에 서려는 자들에게 불법에 불법으로 맞서는 내용인데 상당히 재밌고 속 시원한 내용이다.
(강추!)
불법엔 불법으로.
개소리엔 개소리로.
오늘도 나는 개소리들이 만연한 가운데 있었고 그걸 듣다가 나도 개소리 한마디쯤 했을 테고 아무도 그 말들이 개소리인 줄 몰랐을 테고 우리 모두는 그렇게 웃으며 퇴근했을 테다.
책을 읽은 지 한참을 지난 이제와 나는 생각한다. 때론 개소리도 삶의 활력이 될 때도 있다는 것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해리 G. 프랭크퍼트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의 말처럼 개소리는 거짓말과 다르고 헛소리와 다르지만 헛소리에 가깝거나 아우르기 때문이다.
개소리엔 개소리로! 화답해 주기.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불법엔 불법으로 맞짱 떠도 괜찮다는 것이 법으로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정의 한가운데 서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