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소파, 러그, 쿠션까지 손끝이 닿는 감정들
공간의 온도는
실제로는 ‘체감온도’가 아니라
촉감온도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소파에 앉을 때
커튼을 젖힐 때
러그 위를 맨발로 걸을 때
그 순간 우리는
눈보다 먼저 손끝으로 감정을 느낀다.
우리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소비하지만,
공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건 대부분 촉각이다.
뻣뻣한 린넨 커튼의 시원함,
포근한 벨벳 소파의 겨울감성,
까슬까슬한 러그의 발끝 자극,
살에 감기는 순면 침구의 부드러움.
이 모든 촉감은
공간의 감정선을 결정짓는 요소다.
공간은 벽과 바닥으로 둘러싸이지만,
패브릭은 그 위를 덮는다.
단단한 벽과 바닥 사이에
하나의 여백을 만들어주는 것.
딱딱한 구조에 부드러운 숨을 불어넣는 것.
그것이 패브릭의 역할이다.
따뜻함을 더하고,
완급을 조절하고,
공간을 한 번 더 감싸주는 일.
패브릭은 계절을 입는다.
그리고 그 계절감은
시각보다도 더 몸에 먼저 느껴진다.
봄
면, 린넨
가볍고 산뜻한 기분, 바람이 통하는 여유
여름
시어서커, 인견
시원하고 쿨한 촉감, 얇은 무게감
가을
자카드, 트위드
포근하고 깊은 톤, 계절의 중후함
겨울
벨벳, 울, 극세사
포근함, 따뜻함, 안락함과 정적
공간에 계절을 불러오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소재를 바꾸는 것이다.
벽을 바꾸지 않아도,
커튼과 쿠션만으로 봄과 겨울을 오갈 수 있다.
부드러운 감촉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까슬한 촉감은 각성의 기분을 만든다
탄성 있는 패브릭은 에너지와 리듬을 전하고
두터운 텍스처는 무게감과 깊이를 더한다
그저 손끝에 스치는 느낌이지만,
그 하나로 공간이
편안해질 수도, 긴장될 수도 있다.
디자인의 가장 마지막 순서에 들어오지만,
그 효과는 가장 감각적이고 직관적이다.
디자이너는 패브릭으로
공간을 마무리하지 않는다.
패브릭으로 공간을 마감한다.
패브릭은 공간의 표정을 바꾸기보다는
공간의 온도를 바꾼다.
그 감촉은 기억되고,
그 기억은 공간을 따뜻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