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내 브런치를 구독한다. 구독할 뿐만 아니라 열심히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고 가끔 금전적으로 응원도 해 준다. 브런치 응원료는 수수료가 매우 세다고(무려 30%나 된다고) 알려 줬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지 가끔 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돈을 주고 싶으면 그냥 현금으로 주면 될 걸, 괜히 카카오에 수수료를 내고 주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냥 내버려 둔다. 재미있으니까. 남편이 내 글 중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자기 아들 이야기와 처형 이야기다. 아주 산뜻하다며, 이런 글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는 브런치에 크게 세 분야의 글을 쓰는데, 가장 많이 쓰고 가장 사랑받는 장르는 단연코 어머니 이야기다. 내 브런치의 시작도 어머니였다. 어머니라는 주제는 정말이지 모두에게 공감받는 장르인 것 같다. 출판사에 투고를 시작할 때 나는 두 개의 원고를 들고 있었다. 두 개의 원고는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달라서, 출판사를 선별해 투고해야 했다. 그때도 단연코 어머니 이야기가 더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내 첫 책은 어머니 이야기가 되었다.
다음으로 많이 쓰는 분야는 한국어 교사 이야기다. 나는 한국어 교사 이야기로도 꼭 책을 쓰고 싶은데, 사실 한국어 교사 이야기에 대한 글은 독자 반응도 출판사 반응도 어머니 이야기만 못하다. 그래서 이게 내 필력의 문제인가 글감의 문제인가를 나는 요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그리고 3-4년 간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대하여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비슷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게다가 내가 좀 예민한 이야기들은 제외하거나 에둘러서 쓰는 경향이 있어서, 컬러풀한 글이 나오지 않는 것도 느낀다(여기까지 쓰고 보니, 정말 필력의 문제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아무튼 그래서 한국어 교사 이야기는 지금 좀 정체기다.
세 번째로 많이 쓰는 글은 책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브런치에 <노년을 읽습니다>라는 브런치북을 연재하고 있는데, 나는 인스타그램에도 책 이야기를 정말 많이 쓴다. 노년, 죽음, 돌봄 등에 대한 책 서평은 브런치에 써내고, 그 외의 책 이야기들은 인스타그램에 쓴다. 나는 읽는 것이 정말 좋은데, 읽다가 보면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생긴다. 그러니 읽고 쓰고 읽고 쓰고. 이게 내 삶인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쓰는 글들은 내 생활 이야기. 아이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다. 가끔, 정말 가끔, 낭만 고딩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데, 남편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자기 아들 이야기이니 본인에게 더더욱 재미나게 여겨지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는 눈치다(지난 글 <우리 집 고딩 근황>을 읽으면서는 큭큭 거리면서 웃기까지 했다). 작년에 내 언니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 썼을 때에는, 정말 흥미진진하다면서(논픽션이므로 본인은 결말을 알면서도) 이런 글이 자기 취향이라고 몇 번을 어필했다. 나는 그때마다 말한다. 내가 남편이 좋아하는 머리 스타일만 할 수는 없는 것처럼, 남편이 좋아하는 옷만 평생 입을 수는 없는 것처럼, 남편이 좋아하는 글만 쓸 수는 없다고. 하지만 내 남편은 늘 그러는 것처럼 또다시 같은 말을 반복할 테고, 그럼 나는 회심의 한 방을 날릴 계획이다.
자꾸 그러면, 남편 이야기를 브런치에 연재하는 수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