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정치적인 시각으로 볼 때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가 정말 투명성을 띄는가에 대한 의문은 늘 있었다. 나는 한국의 언론자유도가 굉장히 낮다고 생각하며 포털사이트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런데 정말, 믿을 수 없는 검색어가 올라왔다. 김광진 힘내라.
"테러방지법"은 꼼수를 잘 쓰는 여당의 그럴듯한 프레임 전략이다. 선거는 다가오고 마침 고맙게도 북한은 저 난리니까 이때다 싶어 "테러방지법"을 들고 나온 모양인데, 이건 정말 "테러방지"법안이 아닌, "1984"법안이다. 조지 오웰의 <1984> 말이다. 이름 좋은 테러방지법은 테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올려주는 법안이다. 그 말은, 국정원의 통신, 금융 등 개인정보 활용이 용이해진다는 말이다. 그 권한이 정말 테러범을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이해할 여지를 남겨둘 수도 있겠다. 그래서 테러범의 범위를 어디까지 지정한단 말인가? 테러의심이 되는 인물까지? 그 의심의 범위는 또 어디까지인가? 그 전에, 지금까지 국정원의 행보를 볼 때, 국정원은 정말 믿을 수 있는 기관인가? 그리고 김광진 의원이 말했듯, 이 법이 꼭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이었나? 법안 처리가 이토록 빨리 진행되어야 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정세가 긴박하단 말인가? 북한은 저모양이고, 사드는 배치한다 하고, 중국과 미국의 압박에 한반도가 신냉전체제에 돌입했으니 국가간의 긴장관계가 조성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김광진 의원의 말대로, 국가 비상사태로 군이 진돗개를 발령했다 던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긴장상태 속에서 군은 아직 침착한데, 국회는 왜 그리 호들갑인가? 여당은 도대체 원하는 게 뭘까, 역시 총선인가?
나는 한국 정치에 큰 회의를 가진 사람이다. 큰 희망을 걸지 않고 있으나 그래도 마지막 한 가닥을 붙잡으며 정치에 눈을 떼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 노력은 부끄럽지만. 한국 국민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민 중 한국 정치에 회의감을 갖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그러니 정치에 눈을 감으려 하는 게 아닐까. 정치인들이 어떤 신뢰도 주지 못하고,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만 하는데 어떤 국민이 그걸 관심 있게 지켜본단 말인가.
그러나 내 생각은 어딘가 잘못되었던 것 같다. 나는 실시간 검색어 1위인 "김광진 힘내라"를 눌렀고,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보았고, 울었다.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 다섯시간을 혼자 버티고 서 있는 김광진 의원을 보며 다시 또 울었다. 한국 정치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던 것이다.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 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의 끝에는 결국 테러방지법 처리가 이루어질 것이다. 여당이 과반의 의원석을 차지하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은 눈을 뜨고 있다는 걸 그들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첫 타자였던 김광진 의원이 내려왔다. 너무 감사하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 두 번째 타자는 문병호 의원이다. 버텨주시기를. 이런 정치인들이 있으므로, 눈 뜬 국민들이 있으므로 대한민국은 '헬조선'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는 되지 않을 것이다. 권력을 잡은 이를 향한 시민의 감시가 멀어진다면, 국가는 '헬'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될 것이 분명하므로.
지금도 눈물이 나온다. 기적같이 테러방지법 통과가 불허되면 좋겠다. 그러는 데에는 야당의원뿐 아니라 국민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그 관심을 돌려선 안 된다.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민주시민사회의 모든 권력은 시민에게서 나온다는 가장 기본적 원리를 그들은 되새겨야 한다. 나는 무신론자이고, 영혼도 믿지 않으며, 영원한 종말인 죽음이 안식이라 생각하지만, 오늘 희망을 보았다. 그러므로, 믿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