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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단 Mar 28. 2016

Gavial

도단에세이

   1.

   사물함 크기만한 비좁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손목굵기의 검은 구렁이는 눈을 가리고 몸을 고정시켜 놓은 것에 화가 났던 것 같다. 그 놈은 이빨을 드러내고 혀를 날름거리며 몸을 뒤틀었다. 나를 물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 나는 겁먹은 채로, 그러나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나를 물지는 못할 거라는 예감에 안도한 채로 옆에 있는 솔에 손을 가져갔다. 빳빳한 플라스틱 솔 끝에 미끈한 액체를 묻혔다. 그리고는 솔로 구렁이의 콧등을 쓸었다. 미끈거리는 투명한 액체가 콧등에 번져나갔고, 구렁이는 그때마다 사납게 저항하고는 잠잠해졌다. 솔질을 할수록 뒤트는 몸짓이 작아졌고, 나중에 그것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얌전해 진 이유가 궁금해 고개를 숙이고 놈과 눈을 맞춰 보았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보석 속에 까만 두 눈이 빛나고 있었다. 놈을 가둬놓던 공간의 족쇄를 풀어주자 놈은 제 발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랬다. 발이 있었다. 그것은 악어로 변해 있었다. 흰 색, 주홍색, 붉은색의 보석이 촘촘히 박힌 악어가. 사람들은 악어에게 다가와 정말 예쁘다며 쓰다듬었고, 악어는 가만히 서서 그 손길을 받아냈다. 아까와는 다르게 온순했다. 나는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악어의 주인이 되어 뿌듯한 마음에 노래를 불렀다. 국카스텐의 가비알이었다. 앞마당에 싹이 튼 작은 악어 세 마리 울타리를 만들곤 그녀에게 전화를 거네 난 죄인이 아니라며.......


   2.

   꿈에서 깨어 생각해보니, 변해버린 악어는 야생성이 거세당한 상태였다. 검은 구렁이는 사나워서 무서웠지만, 불길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악어는 인간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모해버렸다. 왜 그것이 보석이 박힌 구렁이가 아니라 보석이 박힌 악어로 변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것은 본래의 모습을 잃은 채로 멍청히 서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야생성의 거세’라는 표현이 정말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 상태로 그대로 가만히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이다. ‘뭔가를 길들인다’라는 표현은 내 생각엔 잘못된 것 같다.

   노래 가비알에선 악어가 끝내 화자를 잡아먹는다. 아마 나의 꿈이 조금 더 지속되었다면, 악어는 보석을 깨뜨리고 검은 구렁이의 모습으로 돌아가 나의 목을 물었을 것이다.


앞마당에 싹이 튼 작은 악어 세마리
울타리를 만들곤 그녀에게 전화를 거네
난 죄인이 아니라며

오염이 된 키스에 이야긴 들떠있고
해묵은 웃음속에 취해버려 잠을 청할 때
A fence is careless

앞마당에 싹이 튼 작은 악어 세마리
울타리를 만들곤 그녀에게 전화를 거네
난 죄인이 아니라며
오염이 된 키스에 이야긴 들떠있고
해묵은 웃음속에 취해버려 잠을 청할 때

위태롭던 미소에 참혹했던 그대와
흐릿해진 경련에 취해버려 잠을 청할때
A fence is careless

난 그대의 틈샌 웃음을 먹었네
When you want to dreming
난 그대의 상한 약속을 먹었네
When you want to dreming
난 가려진 통증을 먹고 자랐네
When you want to dreming
난 어긋난 온기를 품고 자랐네
When you want to dreming


- 국카스텐 <Gav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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