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단에세이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법 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이제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때.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레임덕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일지도. 내가 이렇게 정면돌파를 택함으로서 무능하지 않게 일하고 있다 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일지도.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이미 충분히 무능해 보인다. 소통을 하시라.
4월 16일이 왔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카페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작년에도 비가 내렸다고 한다. 나는 영혼을 믿지 않기에 하늘에서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감수성이 깃들 자리를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비가 온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나는 노란 리본으로 카톡의 사진을 바꿀까 했지만 바꾸지 않았다. 내 자신이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세월호에 대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쓴 글을 올렸다. 아마도 김훈 작가의 글.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진 못했으나, 국정원이 세월호에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방송되었다고 한다. 국정원이 세월호를 관리,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서류가 나왔고, 사건 발생 초기에 아이들을 구해야 할 황금타임에 사람들은 VIP, 즉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희생자들을 구한 다음 보고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목이 잘려 나갈까봐 보고에 연연했던 것이다. 이게 진실이다. 왜 사건 초기에 희생자들을 구하지 않았는지, 왜 민간업체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구조하지 못하도록 막았는지, 왜 그 귀한 시간에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고 있었는지, 왜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했는지, 그 모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보고’를 위해 했던 것이었다. 대통령이 단 한명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사태가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놓고 충격에 빠졌다. 보상금 운운하는 유족들 정말 부끄러운 줄 모른다 하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게 아니라는 걸, 정말 아무도 모르는 진실이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관련 기사에 충격을 받고 댓글을 올리는 이들을 보며 나는 치를 떨었다.
세월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부조리, 모든 모순의 총화였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민중이 지배하는 사회다. 민주사회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와 모순은 권력을 쥔 자와 마찬가지로 결국 시민들도 합세해 만들어 낸 것이다. 사회에 만연한 숱한 부조리와 권력 아래에 고개를 숙이는 치욕은 우리 모두 하던 것들이다. 그 부끄러운 만행들이 차곡차곡 쌓여 폭발한 게 세월호 사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뿐 아닌 나는, 우리 모두는 죄인인 것이다. 사회의 부조리에 침묵하고 있던, 그렇게 일조하고 있던 우리 모두가 죄인인 것이다. 그러므로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이고, 우리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뼈에 새겨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잊었고, 진실을 향해 가고 있다고 믿어왔고, 유가족에게 작작 좀 하라고, 혈세를 가져가니 좋냐고 손가락질 했다. 내 눈에는 그 모든 이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분노했다. 내가 냉소를 하는 게 아닌 분노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냉소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제야 어마어마한 충격에 꿈에서 깨어났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며 화를 내고 있다. 내 느낌엔 늦은 감이 있다. 어쨌든,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유가족이 원한 건 돈이 아니고, 왜 그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왜 사태가 이렇게 흘러야만 했는지에 대한 진실이었다는 걸.
세월호 때 투입된 민간 잠수부에 대해 취재한 방송을 본 적이 있다. JTBC에서 방송된 것인데, 잠수부 모두 세월호 이 후 고통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국가가 우리를 버린 거라며 절규했다. 제작진들은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세월호 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그 바닷속으로 가겠느냐 물었다. 나는 당연히 가지 않을 거라고, 본인과 가족들 모두 고통 받는데, 돌아가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않은 답변이 나왔다. 다시 들어갈거라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울었다. 티비를 앞에 두고 울었다. 나는 이토록 한심하고 작은 인간이었다. 그 고통을 겪어도 눈을 뜨고 진실을 마주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침몰할 뻔한 진실 중 하나가 물 위로 올라왔다. 밝혀지지 못한 진실은 훨씬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 부조리에 침묵한 모든 죄인은 모두 눈을 뜨고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세월호를 절대 잊어선 안 된다. 그래야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