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지곤지 Apr 11. 2019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뭘까?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거지 뭐

어떤 카페 좋아해요?

오랜만에 연남동에 갔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카페로 가려 하니 상대방이 먼저 나에게 물어봤다. 


"어떤 카페 좋아해요? 가고 싶은 느낌을 말해주면, 제가 여기 사니까 괜찮은 카페로 데려갈게요!"


그러게, 나는 무슨 카페를 좋아했더라. 잠깐 생각하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카페 분위기가 갑자기생각이 났다.


"저는 천장도 높고, 눈 앞이 탁 트인 넓찍한 공간이 좋아요. 적당히 느린 템포의 BGM이 있고, 인테리어와 조명이 살짝 톤다운된 안정된 분위기에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포근한 느낌. 이왕이면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인 카페(?) 같은 느낌에 살짝 1층보다는 2층이나 3층 자리를 좋아해요. 그리고 메뉴는 라떼가 맛있는 곳"


별 것 아닌 카페 질문에 갑자기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답변이 튀어나왔다. 물론 기억이 왜곡되어서(?) 이만큼이나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진 않았던 것 같지만, 꽤나 구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대해서 이야기했더니 결과는 대만족. 정말 그 친구는 내 마음에 꼭 드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 주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왕창 찍어왔다. 


좋은 사람, 맛있는 음식, 따뜻한 분위기, 깊은 대화, 그리고 층고가 높고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 무언가 홀리듯 대화에 흠뻑 빠진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마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공간과 분위기였다는 것이 크게 한 몫했을 것이다.



시중에 베스트셀러들은 자꾸만 나를 사랑해야 한다며, 자존감을 키워야 한다며 그것마저도 '의지력'으로 노력해서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메시지를 던진다. 물론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노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으나, 사실은 '나는 오늘부터 나를 사랑하겠어!' 라고 의지를 다지는 것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한 나를 발견할 때, 또 다시 나를 탓하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았을 때, 나는 그냥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상의 영역에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하는 것, 그런 소소한 즐거움과 만족들이 진짜 행복이고 그게 곧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행복 천재들은 좋아하는 것에 관한 한 천재다. 행복 천재들은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많으면, 마음속에 ‘관심’이 가득하다. 그러나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고 많으면, 마음속에 ‘근심’이 가득하다. 싫어하는 사람들, 싫어하는 일들, 싫어하는 장소들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 둔재들은 싫어하는 것에 관한 천재다. 하고 싶은 일은 별로 없어도 하기 싫은 것은 많다. 좋아하는 것을 물으면 “아무거나”라고 하지만, 싫어하는 것을 물으면 단호하게 대답한다. (중략)

행복감이 높은 참가자들일수록 좋아하는 것을 많이 적었을 뿐 아니라, 범주도 다양했다. 또한 좋아하는 것에 대한 설명도 아주 구체적이었다. 예를 들어 행복감이 낮은 참가자들이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고 적는다면, 행복감이 높은 참가자들은 ‘한적한 버스나 기차에서 노래 들으며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적는 식이었다.

_ 중앙일보 칼럼 [마음읽기] 행복 천재들은 좋아하는 것이 많다 中

https://news.joins.com/article/23365279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집 앞 L카페에 가서 자몽라떼 먹으며, 쇼파에 앉아 책 읽기

헬스장에서 무한 에너지로 스피닝 달리고 집에 돌아오는 밤길

금요일 밤, 사람들이 많이 없는 영화관에서 콜라 하나와 나홀로 영화보기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기

일요일 저녁, 한적한 교보문고에 나가 요즘 베스트셀러 구경하기

평일 새벽, 신나는 POP음악 들으면서 새벽공기 맡으며 일찍 출근하기

자정에 가까운 밤, 뚝섬유원지에 나가 음악들으며 한강 물결 바라보기

.

.

.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한다.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쌓이고 쌓여서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전부이지 않을까?


다행히 나는 나 자신이 어떻게 하면 행복한지를 잘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기분이 안좋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외로움이나 불안감,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올 때 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전부지, 뭐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학교를 퇴사하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