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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별 Aug 26. 2019

그림을 그린 화가는 어떤 사람일까

그림을 보고, 화가를 감상한다

저마다 끌리는 작품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밝은 색을 선호하고 누군가는 어두운 색을 선호한다. 어떤 이는 단순하고 깔끔한 걸 좋아하고 어떤 이는 복잡하고 디테일한 걸 좋아한다. 좋고 나쁨은 없다. 취향의 문제니.


Fulfillment

클림트에 끌렸었다.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색인 황금색을 많이 써서다. 우아하고 화려하게 빛나는 황금색 그림들은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작품이 좋으면 작품을 만든 이에 대한 궁금증이 항상 따라왔다. 클림트라는 인물을 검색하니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오스트리아 빈 출생. 아버지는 귀금속 세공사, 어머니는 오페라 가수. 전시회가 상업적이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하며 빈 분리파라는 혁신을 주도한 사람. 결혼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며 그림에 매진한 사람. 많은 모델들과 관계하며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겼고, 사후에 14명의 여인이 친자확인 소송을 했다는 이야기..


내 정서로는 클림트의 자유연애와 문란한 생활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클림트에 대한 애정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서양은 화가의 사생활과 작품을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와 작품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유기적이고 깊은 관계가 있다고 여긴다. 이는 지극히 한국적인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난 작가가 좋아야 작품도 좋더라. 물론 예술작품은 완벽함을 넘어서는 어떤 이상화된 아름다움이 표현되는 거겠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그래도 나는 작가가 닮고 싶고 영향받고 싶은 모범적인 존재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좋아하는 작품을 오래오래 감상하며 그 작가의 멋진 가치관까지도 오래오래 감상하며 고스란히 영향받고 싶다.


Annabel enrobe du soir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아나벨)

최근 베르나르 뷔페 전시에 다녀왔는데, 그만 완전히 뷔페 팬이 되고 말았다. 가난했지만 뛰어난 미술적 재능을 발휘해 이른 나이에 성과 롤스로이스를 구매할 정도로 자수성가했다는 이야기, 추상회화로 접어들게 된 시기에도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믿고 끝까지 지켜나갔던 자신감 있고 우직한 모습, 그림으로 부유해졌지만 평생 8000여 점의 작품을 남길 정도로 미술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마음, 평생 성실하게 그렸던 노력파, 아나벨 부인과 오래도록 안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로맨티시스트, 서로가 뮤즈가 되어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나는 너무 좋았다. 그 특징들은 내가 높은 가치를 두는 것들이겠지.


집에 뷔페 그림이 붙어있다. 그 그림을 볼 때마다 그의 삶을 묵상한다. 닮고 싶은 점을 일상 가운데 상기해보고는 한다. 단순히 그림만 보지 않는다. 그림 너머 화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누군가는 클림트를 좋아할 수도, 뷔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건 취향의 문제다. 작품 감상 방법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나에게 있어서 그림은 그림 그 자체만이 아니라 화가를 같이 떠올리게 하는 상징 같은 것이다. 선구자적인 마인드와 멋진 가치관으로 대중의 롤모델이 되는,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대중을 감화시키는, 그런 멋진 예술가가 이 세상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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