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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별 Aug 22. 2019

그림 알고 보는 거니

그림 보는 안목을 키우는 중입니다

미술 쓰기 매거진에 남기고 싶은 글은 그림에 대한 지식보다도 주관적인 감상평이나 나름의 감상 방법이다. 모두가 동일한 그림을 보아도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건 다양할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떠올랐던 생각들을 이곳에 풀어내 보고자 한다. 자신이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좋아하는 색감과 분위기는 어떤지, 무엇을 아름답다고 여기는지 등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 즉,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달을 수 있다.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말이다.


제주도 빛의 벙커 전시회 이후 처음으로 의지를 갖고 시간을 내어 방문했던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였다. 호크니 화가를 알게된 계기는 네이버 인기 검색어 순위 상단에 이 화가의 이름이 뜬 걸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작품-예술가의 초상-이 생존 화가 중 최고가-9030만 불(약 1019억)-로 낙찰되었다는 내용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었다. (몇 개월 뒤, 제프 쿤스의 '토끼'라는 조각이 9100만 불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밝은 파스텔톤 색감을 썼다고만 보였고 그 이상의 감상은 딱히 없었다. 이 그림 한 점이 무슨 이유로 그토록 고가에 팔렸는지 의문이었다. 아무리 그림을 봐도 아무렇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자 멍 때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뿐이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저 그림은 고가인가.

의문이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를 가게 한 동력이 되었던 셈이다. 유명한 작가여서인지, 바깥 날씨가 무더워서인지 전시회장 안에는 사람들이 꽤나 북적였다. 오디오를 대여했고, 나긋나긋 친절한 가이드를 공부하듯 하나하나 열심히 들었다.


호크니의 일생을 따라 시간 순으로 그림들이 전시돼 있었다. 그림은 작가의 삶과 세트였다. 그림을 제대로 보고 이해하려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단 걸 알게 됐다. 그의 작은 첫 작품에서 크고 세련되었던 마지막 작품에 이르는 동안의 여정은 마치 한 화가 일생의 압축본을 겪어보는 경험이었다. 그림은 마치 화가 인생의 이정표와도 같았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원화를 가까이서 직접 보는 것은 느낌이 확연하게 달랐다. 일단 사이즈가 컸고 색깔도 보정 없이 날 것이었고 붓터치도 디테일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감동' 올 듯 말 듯 밀당을 하더니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예술을 통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능력이고, 그림을 보는 안목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훈련이 부족하고 안목이 없었던 나는 호크니가 왜 부자 화가가 되었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처럼 주어진 새로운 생각 신선한 영감을 안은채, 또 다른 여러 질문들을 품은 채 전시장을 나왔다.



전시회를 다녀왔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물었다. 그림 보면 아냐고. 모르지만 본다고 답하기는 뭣해서, 보면서 알게 되는 거 아니겠냐 했다. 오히려 많은 사전 정보는 그림 감상에 선입견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지식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어내고, 도화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그림을 받아들이고 싶다. 창의적인 생각을 머릿속에서 마음껏 그려보, 그림이라는 거울을 통해 감정을 마주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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