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나에게 미술은 범접하기 다소 어렵고 조금은 두렵기까지 한 생소한 분야였다. 별 관심이 없었기에 늘 거리감이 있었다. 유명한 화가의 이름이나 작품의 제목 정도는 알아야 기본적인 상식을 갖춘 사람으로 보이겠지, 하는 약간의 부담감을 주는 무언가 이기도 했다. 여느 첫 만남이 그렇듯이, 내게도 미술은 어느 날 우연히,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찾아왔다.
작년 여름, 제주도 여행 중에 대강 세 시간 정도의 빈 스케줄이 생겼고, 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놀거리를 검색하던 중 근처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계획적인 성향인지라 이런 즉흥적인 움직임이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레었다. '빛의 벙커'라는 이름의 전시였다. 구스타프 클림트와 훈데르트 바서의 작품들이 온 벽면에 빈틈없이 그려지고 있었고 멋진 그림들에 적셔지듯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신비로운 체험형 전시였다.
그곳은 신비롭고 몽환적이었다. 언어가 없었지만 그림을 통해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알 수 없는 모호한 느낌에 매료되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영역에 한 발짝 다가간 듯했다. 그림의 아우라는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화가는 작품을 통해 내게 인사했고 말을 걸어주었고 질문을 던져주었으며 감정들을 건드려주었다. 그 모든 게 언어 없이 이루어졌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그저 하염없이 머물고 싶었다.
그 날 클림트의 키스라는 작품을 샀다. 내 방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당시의 무한한 감동을 다시금 느껴보곤 한다. 그 전시 이후로 미술에 서서히 관심을 갖게 되었고, 조금씩 전시회 덕후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미술에 문외한이던 사람이 미술 덕후가 되어가는 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상식은 많을수록 좋고, 예술에 정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