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에 떠난 그녀의 이야기
이것은 나만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녀가 결혼한다는 남자를 집으로 데려와 인사 시키는 날, 걸어 들어오는 그의 절뚝거리는 걸음걸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단다. 그가 지적으로 생겼고 피부가 깨끗했으며 배운 것이 많은 것 따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단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의 걸음걸이를 보고 결혼 허락을 하셨다고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뱃속에 갖게 된지 모르던 어느 날 쉽게 잊혀지지 않는 꿈을 꾸웠단다.
새끼돼지 몇 마리가 마당에서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중 한쪽 다리를 저는 새끼돼지가 치마폭 속으로 들어왔었단다. 그 후 입덧이 생겨 아기가 있는 줄을 알았는데 아기가 뱃속에 있는 열 달 내내 그 꿈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다리를 확인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기는 건강한 두 다리를 가졌었다.
그 아기는 막내딸로 목련꽃처럼 예쁘고 깨끗하게 자라 모든 사람들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단다. 그런 그녀가 남편으로 그를 데리고 왔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그 절뚝거리는 다리를 가진 그가, 이유가 무엇이었든 자신의 딸 대신 아픈 다리를 가진, 그저 고맙고 미안하기만 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 날, 다른 가족들의 걱정 속에서도 굳건히 결혼을 허락했다고 했다고 한다.
그 막내딸이 바로 나의 막내이모, 바로 그녀이다.
막내이모를 가지고 있는 여자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친구이자, 아무 댓가가 없어도 편이 되어 주는 나의 팬이었으며, 언니이자 선배이자 엄마이자 동시에 선생님이 되어주는 사람이 바로 막내이모라는 것을.
그녀는,
내가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마시고 놀다 부모의 꾸지람이 무서울 때 찾아가면 유일하게 열리는 새벽문이기도 했고, 부모가 반대하는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무런 경계없이 그에게 저녁을 사주기도 했다. 그리고는 그의 장점만 찾아 젓가락질하는 손가락이 참 잘생겼더라라는 칭찬으로 내 마음을 안심시키는 식이었다.
어느 날에는 나를 누가 찾아올테니 만나보라 했는데 그 사람은 수녀님이었다. 이모는 내가 봉사하는 수녀님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다음 생이 있다면 자신은 수녀님이 되고 싶다고 한 적도 있었다. 이모는 내가 이모의 꿈을 대신 이루어 주길 바라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결혼하기 몇 해 전, 그녀는 암에 걸렸었다. 나는 일을 그만 두고 그녀의 병간호를, 그녀의 아들딸 점심도시락을, 그 아이들의 비오는 날 등하교를 도왔다. 그리고 그녀가 항암치료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성당을, 산책을 함께 했다. 그녀에게 많은 편지를 썼고 그녀는 답장을 했고 나는 한동안 그렇게 지냈다.
그것이 나의 인생, 가장 따뜻한 날들이었다.
그녀는 어느 칠월 뜨거운 여름 날,
나도 있는 자리에서 모두에게 눈으로 인사를 하고 목련꽃 떨어지듯 숨을 거두었다.
나는 반시간 동안 후처치를 하는 의사와 함께 그녀와 함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으로 다했다. 그 방에서 나가야 할때, 나는 보았다. 내가 꼭 잡고 있던 그녀의 다리에 내 손가락모양들이 문신처럼 새겨진 모습을.
그래서 나는 그제서야 소리내어 말했다.
가려는 이모의 발목을
잡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야.
잘가, 이모.
그리고 나는 이모와 있던 그 방을 돌아서 나서며
이모가 모르고 떠나는 사실이겠지만,
이모부의 아픈 다리는 착한 이모에게 주는 신의 사랑 대신이었나보다고 말했다.
이모는 그런 사랑을 받고 살았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