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nokjoo Nov 17. 2021

돌보는 부류

친애하는 당신에게

'똑같이 나누자면서 10에서 절반이라고

내 손에 쥐어준 것은 돌아보니 6이었다.

누군가 배려와 계산을 가르쳐줄 때

아무렇지도 않게 두고 온 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어디쯤 살고 있을까

돌보는 부류 중에서, 황혜경'


이제와 돌아보면

나는 돌보는 부류에 속해있고

먼저 주는 부류에 속해있고

뒤에서 가만히 바라보는 부류에

속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것이 나의 성정이어서

 기쁜 줄 알고 살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내 마음엔 1 아니면 2 정도

어쩌면 마이너스 어치의 사랑도 괜찮다고

아무도 모르게 위안하며

견뎌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걸음속도로

나를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갈 때,

허공에 내 두 손이 낙엽처럼 뒹굴어

당신이 손잡아주기를 기다릴 때,

식사를 할 때 먼저 권해주지 않아

숟가락을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먼저 마실 때,

점심식사 여부를 항상 나 먼저 묻다가

어느 날

그 마저도 내가 그만두었을 때.


나는

다정한 부류였고

돌보는 부류였는데

이제 나는 그 부류에 속해 있는 내가

나 자신인 줄 알고 싫어졌습니다.


나는 나의 그러한 성정을

내 둘째 딸이 닮아

살아가면서 마음 아프고 다칠까 무섭습니다.

나는

내 둘째 딸의 손에

적어도 6을 쥐고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뇨.

그 아이가 돌아보면

그 예쁜 손에

아주 따뜻한 4가 있어도

나는 기꺼이 행복하겠습니다.


나는,

진실로

다시 내가 따뜻한 4를 쥐고도

돌보는 부류에 속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나 자신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는 나이기도 하고

그 부류여서

행복했던 적이 있었다고

여전히 믿고 있으니까요.


부디,

친애하는 당신.

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후 네시의 연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