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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okjoo Jun 05. 2017

오후 네시의 연서

연서에게 쓰는 연서.

연서,

너의 영어이름은 러브레터란다.

그 이름을 한자어로 연서라고 부른단다.


너의 아빠와 십년 가까운 연애기간동안

셀 수 없는 연서를 주고 받았지.

그 연서들을 모아

네 아빠는 책을 만들어 선물을 해 주기도 하였다.


결혼 후 일년넘은 시간에

네가 찾아 왔단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연애편지처럼

네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너는,

우리에게 수도 없이 다시 꺼내 읽는 연서였다.


너는 우리에게

감동의 웃음을

감동의 눈물을

감동의 인내를

알게 해 주는 아이가 되어

함께 4년을 보냈단다.


아직 아기였던 2살짜리 꼬꼬꼬마였던 네가

마음이 아픈 내가 울 때면

가만히 와서 눈물을 닦아주던

오후 네시를 엄마는 기억한다.


여전히 아기였던 3살짜리 꼬꼬마였던 네가

동생 수인이가 태어나던 날,

처음으로 엄마인 나와 떨어져

고모집에서 지낼 때

낮잠에서 깨어 소리도 없이 울었다던

오후 네시 또한 엄마는 기억한단다.


그래도 아기였던 4살짜리 꼬마였던 네가

수인이가 돌치레에 고열로 너무나도 아프던 날

엄마보다 먼저 다가가

수인이의 이마를 집어주고 토닥여주던

오후 네시도 있었던 걸 엄마는 기억하지.


지금도 아직 어린 5살짜리 너는

우리에게 은은한 동화를

때로는 기쁜 표정으로

때로는 슬픈 표정으로 읽어주는

팅커벨처럼 신비스러운 아이란다.

그런 네가

오늘도 오후 네시에 우리와 함께 있다는 걸

엄마는 잊지 않으려고

이 연서를 연서에게 보낸단다.


연서,

너는 이제 씩씩한 아이가 되어

우리에게 힘찬 인사를 주고

유치원에 다닌다.

너를 태어나게 한 건 우리만의 몫이었지만

너를 이토록 자라게 한 건

모두의 몫이었다는 것에 엄마는 늘 감사하고 있어.


어젯밤,

밤하늘을 보며 달님과 금성에게

종알종알 기도를 하던 너의 뒷모습을 보며

엄마도 기도했단다.

연서가 달님과 금성에게 보내는 이 연서를

부디 들어주세요, 하고 말이야.


우주가 내게 보내는 러브레터 연서.

콩알같은 내 딸 연서가 우주에게 쓰는 이 러브레터.

그렇게 러브레터를 주고 받는 사이,

너는 점점 자라나고

엄마인 나도 너와 함께 많이 자라게 되길.


유치원에서 하원하고

우리 다시

행복한 오후 네시에 꼬옥 껴안자.


연서에게 보내는

엄마의 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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