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둘의 자격
흰머리카락을 가지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평소처럼 앞머리를 쓸어 올리는데
머리카락 속이 하얗다.
언제 이렇게 많은 흰머리카락이 생겼지?
내 나이 마흔 하나.
친구들은 마흔둘이니
나도 마흔둘이 되겠다.
마흔둘에 이렇게 많은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어버렸다니
이것은 정상인가?
내가 이렇게 하얀 머리카락을 가질
자격이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과
내가 가진 것을 비교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신념대로 내가 되어가고 있을까?
나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고
고치며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의 잘못에
너그러이 웃으며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손해 보더라도
그것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따지지 않고
무던하게 허허허 웃을 수 있을까?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는데
흰머리카락을 이렇게 갖고 있어도 될까?
흰머리카락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사람,
그 사람들만이 훈장처럼 가질 수 있는
흰머리카락.
환한 한낮 햇빛 아래에서
바다 물결 같은 흰머리카락을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쓸어 넘길 수 있는 흰머리카락.
나는 아직 그 자격들 중
아무것도 채울 수 없고
아무것도 당당할 수 없는데
마흔두 살이 되어버렸고
흰머리카락을 갖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