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들은 이 여름날 자유로운 해적놀이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까.. 겨울에 나에게 온 탐군은 알수도 있겠고 첼양은 여름에 왔으니 여름이 지나고 나서의 실내생활에 대해 전혀 모를거라 본다. 고양이 두마리와 함께하는 실내 생활이 어찌 전개될지는 나도 안해봐 모르겠다.
녀석들 지나다님에 안 긁힌 가구가 없고 맥북 타블릿등 쓰면 바로 접어둬야 하고 평시엔 펼쳐놓질 못한다. 온 집안 바닥에 모래가루 털날림에 고양이 용품 잡동사니가 한 가득이다.
고양이 들을 사람율법에 강제로 맞추면 눈치보는 비굴한 냥이가 되고 서로가 안 행복하다. 날씨가 종잡을수가 없어 실내와 마당 고양이 들이 들락거림에 현관문이 있으나 마나다. 폭염이 강세일때는 낮에 에어콘 때문에 계속 거실문을 열고 닫고 해야 하는것이 신경쓰여 밤에는 잘때도 현관 문을 아예 열어놓고 잔다. (폭염으로 인해 고양이들이 새벽과 밤에 주로 놀고 활동한다.) 계속 따라 다니면서 치울수도 없고 뛰다님을 제지할수도 없기에 깔끔떨기를 포기해 버렸다. 거실이 마당화 됨에도 그냥 냅둔다. 최후의 보루로 침실만 탐의 출입금지 구역으로 정했다. 탐군의 털날림을 감당 못해서다.
여름엔 채집기 모기향을 비롯, 거미와도 제휴를 맺고 수천마리 벌레들과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 수많은 사마귀 잠자리 매미 나방등이 녀석둘의 장난감으로 매일같이 희생된다. 녀석들로선 온갖 사냥꺼리가 즐비한 지금이 천국일것이다. 곤충들의 왕 사마귀가 사람에겐 당랑권으로 맞서는데 고양이들에겐 도망 다니며 얻어맞다 결국 시체가 된다. 때론 손바닥 만한 풍뎅이도 날라들고 어디선가 손톱만한 개구리도 올라와 자진해 녀석들의 장난감이 된다.
이 모든 자유가 마당이 있기에 가능한건데 여름이 가고나면 겨울엔 솔직히 다 큰 성묘 두 마리와 함께 좁은 실내 공간에서 부대낄 엄두가 나질 않는다. 겨울 나기 3개월이 고민이다. 실내에 가두려면 부지런히 청소외엔 답이 없다. 사냥 본능을 채워주려면 또 어찌해야 할지.. 외출할때 실내 가두고 외출하면 스트래스로 뭔가 물어뜯고 긁어대 수리하거나 내다버릴 물건들이 생긴다.
. 성묘의 경우 빗질하고 먹이주고 똥 치워주는 정도 봉사로는 어림도 없다. 사람 애 키우는것 만큼 자잘한 번거로운 일들이 매순간 펼쳐진다. (현재는 치솔질을 못해줘서 고민중이다.)
성인인 사람이 고양이와 하루 10분 놀아 주는것도 사실상 버겁다. 자기들끼리 놀게 한답시고 꼼수 부리려다 두마리가 됐는데 잘못 판단한거 같다.
첼양은 시야에서 내가 안 보이면 불안한지 서로 따로 놀면서도 나만 쫒아 다닌다. 탐군은 첼양을 쫒다보니 그렇게 되버렸다. 자유롭게 놔둔다는 핑계로 방임했는데 어느순간 돌아보니 이 녀석들 하루일과 대부분이 나를 쫒아다니며 스토킹하고 관찰하는거다. 내가 녀석들의 구경꺼리고 관심사다. 눈이 마주치면 달려와 부비적 대고 시도때도 없이 달라붙어 엔진 시동걸고 헬스장 런닝머신 타듯 꾹꾹이 유산소 운동을 한다.
고양이들은 여름엔 비가 쏟아져도 실내보단 천막안을 선택한다. 텐트는 탐군의 아지트가 됐고 첼양은 천막동굴을 차지했다. 매일이 휴양지 놀러온 기분을 만끽하는 중인데 날씨가 추워짐 녀석들은 지금의 자유가 그리워질 것이다. 올해는 모험과 시행착오 실수의 연속 이었다지만 내년 여름은 아예 실외에 더위를 막을수 있는 거주 천막을 따로 하나 더 마련해 사람과 공간을 분리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나도 문명인 생활을 한다. 지금은 사람과 고양이들 간의 공간구분이 없어져 버리고 내가 (2:1 쪽수에 밀려) 고양이 패턴대로 (너저분 하게 그러나 자유롭게) 산다.
* 돌아보니 난장판 인지라 청소만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