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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06. 2024

사는게 지지고 볶는 난장판이야.


감당도 못할 일들을 벌린것이 아닐까 가끔 자문하는 것이 좁은 공간에서 다 큰 성묘 두마리와의 동거다. 사람과 같은 감정체계를 지닌 동물이기에 사람만큼은 아닐지라도 애들 키우듯 밀당질에 계속 손이 가야 한다. 교류와 교감이 없으면 개나 고양이 키우는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야외 방치나 일방적 훈육(?)에는 대부분 동물과 인간 둘다 스트래스 받을 확률이 크다. 고양이는 노묘라 해도 아이들과 똑같다. 인간 3-4세아이 키우는거라 보면 된다. 관리함에 협조 절대 안한다.


“내가 니들땜에 못살아”


애들 말썽에 엄마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한숨이 이해된다. 그렇게 애들 키우며 지지고 볶는것이 사람 사는 모양새임은 분명하다. 통기저귀 가는것이 취미나 재미로 하는것이 아니지만 그 모든 과정을 퉁쳐서 혼자 사는것보다 낫기에 결혼해 애 키우고 하는거다.



녀석둘은 매순간 영화를 찍는다. 로멘스 코메디 시트콤같은 해피한 내용이면 오죽 좋으련만.. 탐군의 구애가 실패하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유효기간이 짧고 결국 합사실패, 지금은 영역권 다툼으로 질투 모략과 음모가 이어지는 막장 드라마 라는것이 문제다. 유치원 아이들 다투듯 분위기가 톰과 제리다. (합사가 실패하면 공간 추가를 해줘야만 하는데 그게 안되는 거다.)


요 며칠간 탐군이 고 김기덕 감독의 ‘나쁜남자’ 짓을 한다. 자신의 특기를 발휘해 펜스 문을 열어놓고 첼양을 가출 시키려 한다. 첼양이 나가면 자기는 펜스앞에서 시침뚝 떼고 잘가라 오지마라 지켜보고 있다. 내 눈앞에서 펜스 틈사이 열기를 시연 하는지라 아예 줄로 잠금장치를 했다. 사람이 지나 다닐때마다 번거로운게 문제다.


성묘 수컷 집냥이의 로망은 원피스 찾아 가출. (사람은 007? ) 탐군이 탈옥 영화 주인공이고 내가 탈옥을 막는 악역인 간수장 인데 녀석의 일탈이 있을때마다 목욕 물고문을 하고 츕으로 달래주는 역활을 해야한다.



마당은 춥고 둘이 좁은 실내에서 서로 그루밍 해주고 친하게 놀면 좋으련만.. 실내에선 둘다 나만 바라본다. 틈만나면 둘다 나를 살살 물어뜯고 비비적대며 꾹꾹이 하는것이 메인 업무인데 서로 견제하느라 둘 사이에 신경전이 대단하다. 그루밍 귀찮고 놀아 달라고 매달리고 조르는거 분담 시킨다고 한마리 더 입양하다 합사 실패하면 대부분 이 짝난다. 심심해 양양대면 차라리 꿀밤을 때려 자제 시키는것이 (사람 입장에선) 낫다는걸 뒤늦게 깨닫는다. 혹 때려다 하나 더 추가, 두마리 쓰다 듬어야 한다.


*망할것이 뻔해도 끌리면 무작정 가보는것이 남여 관계와 일탈인지라 당사자들 입장에선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옆에서 말린다고 될일이 아니다.


계속 미끄러지면서도 서커스하듯 포개서 좁은 내 무릎에 앉으려 시도하는 탐군 첼양에게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후댤달 거리는 불편함은 아랑곳 없다.


탐군이 안하던 짓을 한다. 첼양 하는거 보고 자기도 내 무릎에 앉으려고 좁은 무릎에서 계속 미끄러 지면서도 덩치에 안 맞는짓을 하는 개그 캐릭터가 되는거다. 그 전까지는 그루밍 해주려 해도 왕자처럼 귀찮다고 심드렁 하던 녀석이다. 구석에 숨는거 좋아하던 녀석이 이전 숨숨집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내 주변 소파위만 고집한다. 첼양이 내주변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감시 견제 하는거다.


반대로 첼양은 빗질해주면 좋아서 환장을 한다. 첼양은 조금씩 깨웅 소리를 내려고 한다. 무음 상태로 오래 굳어진지라 소리가 제대로 나오진 않지만 다시 소리를 내려 한다는 신호가 반갑다. 혹시나 둘만 놔두면 사고칠것 같아 밤에는 어쩔수 없이 침실에 놔두는데 계속 지켜보다 내가 깰때마다 침대위로 뛰어들어 부비기를 좋아한다. 인간에겐 뭉클대는 따스한 생명체의 육감이 부드러운 아침을 선사한다. 젊은 연인들이나 아기들 키울때 신체첩촉으로만 느낄수 있는 포근함인데 아비시니안이 단모종이라 가능하다.



첼양도 매번 공기 정화기가 빨간불 들어오고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데 털쟁이 탐군은 새끼때가 지나 노묘가 된지라 인간과 침실공유는 거의 불가능 하다. 고양이로 태어난것을 죄라고 할수 없기에 털날리고 온집안을 긁고 다니는것 탓할것이 없다. 별도 공간을 내주지 못하는 탓에 털들 집어내며 식사를 하는것이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다. 털로 뒤덮힌 옷은 빨래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박스 테이프로 계속 때어내도 끝이 없어 그냥 넝마 차림으로 생활한다.



알리가 있어서 나같은 서민들도 겨울에 집안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할 여유를 낸다. 날씨가 추워지니 녀석들도 어쩔수없이 실내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 실내와 실외 온도계를 보며 문을 열어줄지 말지를 결정한다.


취침 조명등은 대부분 전력 사용량이 5w미만이라 집안 곳곳에 24시간 켜놔도 전기 사용량은 백열등 하나 분도 안된다. 외출해도 밤에 집안이 어둠속에 잠길일은 없다. 어두워질때만 자동 점등되는 센서등도 곳곳에 심어뒀다.


한마리를 편애하거나 구박 하는듯하면 기세를 얻은쪽이 팥쥐 행세를 한다. 콩쥐팥쥐 분위기가 되므로 똑같이 이뻐해주고 있음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천막 두개를 연결해 비닐로 벽을 쳐 보는데 추위 막는건 어림도 없다. 강풍에 바로 찢어지고 난리가 난다.
햇살 아래서 톰과제리 할때가 좋았지. 마당 나갔다 추위에 튀어 들어온후 난로 앞에서 화해모드다. 겨울은 투닥댈 시기가 아님을 알아챈거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여름날 햇살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임을 실감하기 시작한다. 행복이란 시간이 마냥 널려있던게 아니었던 거다. 다시 해적놀이 하며 마당에서 뛰놀고 싶은 심정은 알겠는데 나에게 아무리 졸라도 어쩔수 없다. 겨울이 지나가기 만을 바래야 한다. 올해 겨울은 짧을거라 한다. 녀석들에겐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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